“피해자 유가족들에게 죄송...제정신 아니었던 것 같다”

모습 드러낸 정유정/제공=연합뉴스
모습 드러낸 정유정/제공=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재찬 기자] 일면식도 없는 또래 여성을 잔인하게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정유정이 검찰로 송치됐다. 유치장에서 나온선 정 씨는 “피해자 유가족들에게 정말 죄송하다”며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정 씨가 검찰로 넘겨지는 과정에서 신상공개 피의자의 얼굴 공개 실효성 논란이 재기됐다. 신상공개가 결정된 정 씨가 검거 이후 가족으로부터 받은 모자와 마스코로 얼굴을 가리고 포토라인에 섰기 때문이다.

2일 부산경찰청과 금정경찰서는 온라인 과외 앱으로 만난 20대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정유정을 살인 등의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

모자와 마스크를 쓴 상태로 경찰서 유치장을 나선 정유정은 살인 이유를 묻자 “피해자 유가족들에게 정말 죄송하다”며 실종 사건으로 위장하려 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본인의 신상공개를 두고서는 “할 말이 없다”며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며 말했다.

하지만 신상공개 피의자의 얼굴 공개 실효성 논란은 또다시 재현됐다. 신상 공개가 결정된 정 씨가 포토라인에 섰지만, 이미 모자를 푹 눌러쓰고 마스크를 눈까지 올려 써 눈빛조차 공개되지 않은 것이다. 이로써 신상 공개에도 국민들은 실물과 크게 차이가 있을지도 모르는 증명사진으로만 잔혹한 살인 혐의를 받는 정 씨를 기억하게 됐다.

금정경찰서 등에 따르면 정 씨는 검거 이후 가족으로부터 모자와 마스크 등을 건네받았다. 이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과 송치 등을 위해 이송 때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완전히 가렸다.

금정경찰서는 “경찰 내부 지침에 피의자 호송·송치 시 마스크나 모자 등으로 얼굴을 가리는 행위를 사실상 경찰관이 제지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어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피의자 신상 공개를 둘러싼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피의자의 신상정보 공개제도는 흉악범의 이름과 얼굴 등을 공개함으로써 유사 범행을 예방하고 재범 위험성을 낮추는 등 공공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도입됐다.

현행 특정강력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강력범죄의 피의자가 그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때 얼굴을 공개할 수 있다. 신상 공개가 결정되면 보통 피의자 이송 장면을 언론에 노출해 얼굴이 공개된다.

하지만 전 남편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고유정은 2019년 긴 머리를 이용해 얼굴을 가린 일명 ‘커튼 머리’를 하고 나와 신상 공개 실효성 논란이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이후 경찰은 법무부에 유권해석을 거쳐 피의자 동의가 있을 경우 머그샷(mug shot·범죄자 인상착의 기록 사진) 동의가 없을 경우 통상 신분증(증명사진) 신상 공개 사진으로 추가로 공개했다. 대부분 피의자가 머그샷을 동의하지 않기 때문에 신분증 사진이 공개되는 것이 관례화됐는데 이후에도 신분증 사진과 실물이 너무 큰 차이가 나는 문제점이 여전했다.

코로나19 이후에는 피의자 호송이나 송치 시 마스크 등으로 얼굴을 완전히 얼굴을 가리는 문제가 계속 제기됐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처럼 신상 공개 결정 후 피의자 얼굴 공개에 소극적인 나라도 없다”며 “호송 시에 얼굴을 가리지 못하게 하거나 머그샷 자체를 적극적으로 공개하는 방안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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