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창립 73주년 뜻깊어…변화 과감히 준비해야'
12일 기념사 "급박 상황 해결 위해 쉼없이 움직여" 회상 근원인플레 둔화 더뎌…"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고려 必" 직원 전문가 양성 정책 강조…"자유롭게 관행 도전해야"
[데일리한국 정우교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창립 73주년을 맞아 중앙은행 본연의 자기다움을 잃지 않으면서도 변화를 선도하자고 독려했다.
12일 이창용 총재는 기념사를 통해 "앞으로의 1년은 정책과 내부경영 모두 변화가 더욱 절실한 시기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 4월 취임 1주년을 맞은 이 총재는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며 "급박한 경제 상황 속에서 함께 해결책을 찾아 쉼없이 움직였다"라고 말했다.
그는 "주요국 물가가 빠르게 상승하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작년 7월 6.3%까지 높아졌다"라며 "이에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3.5%까지 인상하는 등 발빠르게 대응했고, 다행스럽게 물가 오름세는 지난달 3.3%까지 낮아졌다"라고 되돌아봤다.
그러나 "다만 기조적인 물가흐름을 나타내는 근원인플레이션은 아직 더디게 둔화되고 있어 안심하기에는 이른 상황이다"라며 "앞으로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를 면밀히 점검하는 가운데 성장의 하방위험과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 미국 연준 등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도 함께 고려하면서 정책을 더욱 정교하게 운용해 나가야 할 것이다"라고 했다.
이 총재는 작년 하반기부터 원·달러 환율이 급등했고 레고랜드 사태가 겹치면서 금융·외환시장의 불안이 심화됐다고 회상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행은 정부·감독당국과의 긴밀한 정책 공조를 통해 적극적으로 시장 안정을 위해 노력했고 위기 극복에 일익을 담당했다고 이 총재는 덧붙였다.
그러면서 "최근엔 주택시장의 부진이 완화 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부동산 대출 연체율이 상승하는 등 금융부문 리스크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라며 "중장기적인 시계에선 금융불균형이 재차 누중되지 않도록 유관기관과 협력해 가계부채의 완만한 디레버리징 방안을 찾아나가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내부적으로 '경영인사 혁신방안'을 속도감 있게 도입하면서 '시끄러운 한은'을 향한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경제현안과 관련한 많은 보고서들이 외부로 공개되고 지역본부 직원들이 한국은행의 앰배서더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음에 감사하다"라면서도 △급여 문제 △권한 하부 위임 △워크 다이어트 등과 관련해선 개선 노력을 이어나가겠다고 했다.
이 총재는 앞으로 1년이 "녹록지 않을 것 같으며 한국은행의 진정한 실력을 검증받는 한 해가 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그는 "지난 1년간 우리를 포함한 대부분 중앙은행들이 높은 물가 상승률로 인해 공통적으로 빠르게 금리를 인상했고 우리 국민사이에도 물가안정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올해는 국가별로 물가오름세, 경기상황이 차별화된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진단하며 "물가-성장 간 상충관계에 따른 정교한 정책 대응이 중요해졌으며, 그 과정에서 중앙은행의 능력이 명확하게 드러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내부 조직운영 계획에 대해선 "가시적인 성과 없이는 조직 혁신에 대한 실망이 늘어날 것이다"라며 "'혁신은 말뿐이고, 항상 제자리다'라는 넋두리가 나오지 않도록 이제는 손에 잡히는 결과물을 도출하기 위해 한층 노력해야 할 때다"라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특히 정책과 내부경영에서 발전적인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선 "제반 환경이 빠르게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라며 "저출산·고령화와 같은 내부적인 요인뿐만 아니라 혁신적인 IT기술 확산이 경제 전반을 크게 변화시키고 있다. 과거의 성공방식에 집착하기보다 새 환경에 맞게 과감히 변화를 준비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비은행 금융기관 중요도·시스템 복잡성 증대 △유동성 관리 수단 유효성 △모바일뱅킹 등 IT기술 발달 등을 새 환경으로 꼽았다.
이 총재는 내부경영에 대해 "우수한 인재를 뽑는 노력 이상으로, 들어온 직원을 최고 수준의 전문가로 양성하는 방향으로 인사 정책도 변해야 한다"라며 "각자가 자기 계발을 통해 전문성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고 조직은 이를 지원해야 한다"라고 했다.
이와 함께 직원들에게는 "상사의 지시라면 수긍하기 어려워도 분위기를 고려해 그냥 받아들이던 자세에서 벗어나 이제는 이를 바꾸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달라"라며 "간부들은 젊은 직원들이 자유롭게 관행에 도전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후세대 지도자를 양성하는 것이 중요한 책무임을 기억해주기 바란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