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 '반도체 보릿고개' 길어진다
내년까지 메모리 감산 이어질 가능성…재고소진 어려워 메모리 현물가격 일시적 반등 그쳐, 감산발표 심리적 영향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시장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 내부에서는 내년까지 감산을 해야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메모리반도체 업황 회복 예상 시기를 놓고 혼란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증권가에선 반도체 재고 감소와 수급 개선 등을 이유로 하반기 시장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반도체 기업이 체감하는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지난 5월10일부터 1주간 올랐던 DDR5 D램 현물가격은 다시 떨어지기 시작했다. 현물가격은 총판과 대리점 등 소규모 유통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이다.
DDR4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 5월23일부터 한주간 DDR4 8기가비트(Gb) 2666MT/s 제품 평균현물가격은 1.53달러로 전주 대비 0.97% 하락했다.
시장에선 앞서 일부 D램 현물가격이 잠깐 오른 것을 두고 3분기 고정거래가격이 오를 것이란 신호로 판단했다. 고정거래가격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와 같은 반도체 기업이 PC, 스마트폰 등의 제조사에 제품을 공급할 때 정해지는 가격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다시 부정적 기류가 짙어지는 모습이다. 마이크론과 SK하이닉스에 이어 삼성전자 또한 감산을 선언했지만 반도체 수요가 저조해 재고가 쉽게 줄지 않는 상황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인위적 감산을 발표한 뒤 D램 웨이퍼 투입량을 약 15% 줄인 것으로 파악된다. 낸드플래시의 경우 웨이퍼 투입량을 20% 정도 줄였다. SK하이닉스 역시 삼성전자와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에서 D램과 낸드 생산량을 조절했다.
일각에선 이같은 감산 기조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하반기 D램과 낸드 고정거래가격이 진정세를 보일 순 있지만 상승세로 전환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일부 D램과 낸드에서 나타난 현물가격 반등 내지 진정세는 심리적 요인에서 오는 일시적 현상 때문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 기업이 겪어야 할 '고난의 행군'은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메모리반도체 재고가 소진되는 상황을 보면 수개월 전과 달라진 점이 크게 없다"면서 "증권사들이 최근 잇따라 내놓고 있는 긍정적 전망과 실제 상황은 다르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은 고부가 제품으로 보릿고개를 넘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트렌드포스는 고부가 메모리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올해 58% 급증하고 내년에는 30%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오는 9월부터 HBM3의 대량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인공지능(AI) 서버용 시장을 겨냥한다.
HBM은 △1세대(HBM) △2세대(HBM2) △3세대(HBM2E) △4세대(HBM3) 순으로 개발된다. SK하이닉스는 HBM3 다음 세대인 5세대 제품 HBM3E을 내년 양산할 계획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