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값 내려야' 추경호 저격에…라면업계 '한숨'
추 부총리 "국제 밀 시세 50% 내려" 업계 "원가 부담 여전해" 어려움 호소
[데일리한국 김보라 기자]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크게 오른 라면값에 대해 "밀 가격이 내린 것에 맞춰 (라면값도) 적정하게 내릴 필요가 있다"며 라면 가격 인하를 공개적으로 요구하자 국내 라면 업체들이 고심에 빠졌다.
국제 밀가격 반영 시차로 업체에서 사용하는 밀 가격은 여전히 높은 데다 다른 원부자재 가격은 오히려 올라 원가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라면 업체들은 추 부총리의 요구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소비자 부담 경감을 위해 가격 인하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현재 가격 인하 계획은 없지만, 국민 부담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도록 여러모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농심과 오뚜기 관계자도 "아직 결정된 바 없지만 소비자 부담 완화 등 다각도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갑자기 이들이 라면 가격 인하를 고민하는 이유는 추경호 부총리가 지난 18일 한 방송에 출연해 "지난해 9~10월 (라면 가격을) 많이 인상했는데 현재 국제 밀 가격이 그때보다 50% 안팎 내렸다"며 "기업들이 밀 가격이 내린 부분에 맞춰 적정하게 내렸으면 좋겠다"고 '라면값 인하'를 권고 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반기 국제 밀 가격 상승을 이유로 농심과 오뚜기는 같은해 9월 라면 출고가를 각각 평균 11.3%, 11% 올렸고, 삼양식품은 11월 라면 가격을 평균 9.7% 인상했다.
이로 인해 지난 5월 라면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13.1% 올랐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2월(14.3%) 이후 14년 3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이다.
그러나 국제 밀 가격은 최근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지난 5월 국제 밀(SRW) 가격은 t당 228달러로 1년전(419달러)보다 45.6% 하락했다.
이에 대해 업계는 국제 밀 가격이 최근 안정화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평년에 비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며 기타 농산물 가격이 오른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업체 한 관계자는 "국제 밀 가격이 시장에 반영되려면 6~9개월 시차가 난다. 국내 소맥분 가격에 바로 반영되지 않아 여전히 원가 부담이 있다"이라며 "전분이나 기타 농산물 가격도 가격이 올라 (가격 인하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인건비나 물류비 등 다른 비용 부담이 늘고 있어 당장 내리는 게 쉽지는 않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