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마진 악화에 우울한 정유업계…하반기 '반등' 기대
2024-07-06 김정우 기자
[데일리한국 김정우 기자] 정유업계가 정제마진 악화 영향으로 올해 2분기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할 전망이다. 다만 하반기부터는 정제마진과 함께 실적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집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SK이노베이션의 증권사 실적 전망치(컨센서스)는 매출 18조5987억원, 영업이익 3932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6.56% 영업이익은 무려 83.12% 하락한 수치다.
에쓰오일은 2분기 매출 8조6965억원, 영업이익 330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4%, 80% 떨어진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비상장사인 GS칼텍스와 HD현대오일뱅크도 뚜렷한 실적 하락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정유사들의 수익성을 좌우하는 지표인 정제마진 하락에 따른 것이다. 정제마진은 휘발유·등유 등 석유제품 판가에서 원료인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을 뺀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통 배럴당 4~5달러 수준을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올해 2분기 평균 싱가포르 정제마진은 배럴당 4달러로 지난 1분기 평균 8.2달러에서 50% 이상 하락했다. 지난해 2분기 기록한 배럴당 21.5달러 대비로는 1년 새 무려 81.3% 급락했다. 경기 침체 우려에 따른 석유 제품 수요 둔화가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정제마진 하락은 지난해 100달러대까지 치솟았던 국제유가가 내림세로 돌아선 데 따른 결과다. 통상적으로 원유 수입부터 제품 판매까지 약 2~3개월의 시차가 발생하는데 이 기간 원유 가격 하락으로 제품가가 떨어지면 마진이 악화되는 것이다.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국내 정유사들의 수입 원유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의 올 2분기 평균 가격은 배럴당 77.99달러다. 지난해 같은 기간 평균 108달러 대비 27,8% 낮은 가격이다. 이달 들어서는 평균 75달러 수준에 머물고 있다. 유가 하락은 정유사의 재고자산 평가 손실로도 이어진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정제마진이 저점에 근접한 만큼 하반기에는 상승세로 돌아서 정유사들의 실적 반등을 이끌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정유업 사이클에 따라 피크아웃 후 설비 투자와 가동률 하락이 수요-공급 균형으로 이어지고 정제마진은 배럴당 평균 5~7달러 수준으로 점차 회복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공급 면에서 정제마진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기존 정유 설비 가동률과 신규 정유 설비 가동 여부”라며 “미국 등에선 허리케인 영향에 더해 정기보수가 진행되면서 정유 설비 가동률이 낮아질 것으로 보이는 데다 올해 하반기 이후엔 정유 설비 증설부담도 해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하반기는 중국, 인도의 내수 수요 회복으로 상반기보다는 높은 레벨의 정제마진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기대감과 함께 수출도 증가세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국내 정유제품 중국 수출은 올해 1월 468만배럴 수준에서 5월 519만4000배럴로 늘었으며 수출액은 1월 3억6871만달러에서 5월 4억433만달러로 증가했다. 드라이빙 시즌 본격화, 항공유 수요 증가 등도 하반기 정유사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탤 전망이다.
정유사들이 힘을 싣고 있는 화학사업 실적도 정유사업 부진을 만회하는 데 기여할 전망이다.
윤용식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정유사 화학사업 생산량 중 50% 이상을 차지하는 아로마틱 제품 강세가 이어지고 있어 3분기에도 아로마틱 제품들의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하반기 화학사업 실적은 상대적으로 견조한 수준이 이어지면서 부진한 정유사업 실적 일부를 상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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