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여오는 美 압박에…' ASML, 中 수출통제 우회 장비 개발
기존 DUV 노광장비 개량형 버전 출시 검토
28나노 이상 공정에 활용, 中반도체 큰 영향 없어
2024-07-06 김언한 기자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네덜란드의 반도체 노광장비 제조업체 ASML이 중국에 대한 미국 제재를 우회해 관련 장비를 공급할 것으로 전해졌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대만 IT전문매체 디지타임스는 ASML이 중국 반도체 기업에 공급할 수 있는 심자외선(DUV) 노광장비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2016년 출시된 '트윈스캔 NXT:1980Di' 일부를 개량한 제품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DUV는 불화크립톤(KrF) 또는 불화아르곤(ArF)을 광원으로 하는 노광 기술이다. 극자외선(EUV)은 이보다 파장 길이가 짧아 10나노 이하 초미세회로를 구현하는 데 용이하다.
트윈스캔 NXT:1980Di는 28나노 이상의 공정을 구현할 수 있는 장비다. 중국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SMIC와 화홍반도체의 주력 공정은 28나노 이상이다. 이를 고려할 때 미국과 동맹국들의 대(對)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제한 여파로 중국이 당장 받게 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네덜란드 정부는 2019년부터 ASML의 최첨단 EUV 노광장비의 중국 수출을 금지해왔다. 지난 3월에는 그동안 수출을 허용했던 DUV 노광장비마저 규제할 것을 예고했다.
네덜란드 정부의 결정은 미국이 동맹국들에 대중국 수출 통제에 동참할 것을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미국산 부품이 들어간 반도체 장비는 중국에 들어갈 때 수출 승인을 받아야한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10월 18나노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14나노 이하 로직반도체 생산 장비의 중국 판매를 금지하는 수출 통제를 발효했다.
이 조치에 이어 최근 업계에선 낮은 비율의 미국산 부품이 들어간 반도체 장비도 앞으로 규제 대상에 포함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이 경우 DUV 노광장비 중 하위 제품들도 중국 수출에 제한이 이뤄진다.
ASML이 중국 수출 제한을 피하기 위해선 트윈스캔 NXT:1980Di에 들어간 미국산 부품 비중을 지금보다 줄여야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ASML이 어떤 방식으로 수출 제한을 피해갈 것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중국의 반도체 산업은 선단공정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따라오는 데 속도가 느려질 순 있지만 당장 미국의 수출 제재 강화로 받게 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동맹국이 반도체 산업에서 대중 압박 수위를 높이는 것과 관련해 "우리나라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ASML 측은 디지타임스의 보도와 관련해 "사실이 아닌 내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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