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과컴퓨터, ‘글로벌 SaaS·데이터 기업’ 변모 본격화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김정우 기자] 한글과컴퓨터(이하 한컴)가 기존 국내 로컬(지역) 사업자 이미지를 벗고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을 본격화한다. 김연수 대표의 지휘 아래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데이터사업 등을 중심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기업가치 제고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7일 한컴은 이사회를 열고 기존의 웹오피스 사업부문을 물적분할, 가칭 ‘한컴AI웹에디터’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한컴이 신설 법인 지분을 100% 소유하는 단순물적분할 방식으로 다음달 25일 열리는 임시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오는 10월 1일 설립을 완료할 예정이다.
한컴은 국내 시장과 설치형 제품에 주력해 온 인력과 자원을 신설 자회사에 재배치함으로써 해외 시장과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를 집중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아마존웹서비스(AWS), 러시아 포털 기업 메일닷알유 등에 공급한 기술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수요에 맞는 AI웹에디터 제품 고도화와 다변화를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한컴은 신설 자회사 인력의 80% 이상을 웹에디터 개발 전문가로 구성하고 생성형AI를 연계한 인지검색으로 최적의 문서 솔루션을 제공하는 등 글로벌 클라우드 환경에 맞는 AI웹에디터 사업으로 승부수를 띄운다. 공격적인 중장기 성장 재원 마련을 위해 외부 투자 유치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김두영 신설 법인 각자대표 예정자는 “해외 시장을 최우선 타깃으로 AI웹에디터 사업의 글로벌 확장을 적극 모색해 사업적 성장을 빠르게 실현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한컴은 2021년 김연수 대표가 신규 선임되면서 기존 변성준 대표와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 김 대표가 그룹 미래전략을 총괄하고 변 대표는 운영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았다. 김 대표는 △글로벌 △SaaS △데이터를 성장 전략의 핵심으로 설정하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한컴은 올해 상반기 주주서한을 통해 “지난해 설치형 소프트웨어(SW)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클라우드 SaaS 중심으로 본격적인 전환을 시작했다”며 “클라우드 SaaS 사업의 확장과 AI 분야 육성을 통해 국내외 AI 에디터 시장을 선도하고 동시에 공격적인 자회사 포트폴리오 개편을 통해 한 단계 더 도약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한컴의 제품·서비스 핵심은 SaaS다. 여기에 최근 IT(정보통신) 산업 변화를 이끌고 있는 ‘챗GPT’ 등 생성형AI를 구독형 문서 서비스 ‘한컴독스’ 등 제품과 연동한 솔루션을 올해 중 선보일 예정이다.
챗GPT와 결합한 한컴독스AI는 문서 작성에 필요한 편의기능, 사용자 인터페이스(UI) 등을 제공함으로써 사용자 업무환경에 적합한 워크플로우 지원을 목표로 한다. 한컴은 워드프로세서 ‘한글’에 챗GPT를 우선 적용하고 ‘한워드’, ‘한셀’, ‘한쇼’ 등 제품까지 적용 범위를 확대해갈 계획이다.
챗GPT 외에도 한컴은 자체 개발한 광학문자판독(OCR) AI 기술, 문서비교 기술. 지난해 지분 투자를 진행한 대만 SaaS 기업 케이단(KDAN) 모바일의 PDF AI 솔루션 등도 한컴독스AI에 순차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케이단과는 대만 최초의 자국 내 오피스 SW ‘케이단오피스’ 출시를 앞두고 있다.
네이버클라우드와도 손을 잡았다. 지난 3월 양사는 교육·공공시장에 공급하는 ‘한컴오피스’에 네이버클라우드가 이달 공개할 예정인 초대규모 AI ‘하이퍼클로바X’를 적용하기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하이퍼클로바X는 AI 학습 데이터 중 한국어 비중이 97% 이상으로 네이버 뉴스·블로그 등의 데이터를 통해 국내 제도·문화적 맥락까지 반영한 자연스러운 한국어 서비스 지원을 목표로 한다.
데이터 사업에서는 인수합병(M&A)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한다. 지난해 자회사 한컴MDS(현 MDS테크)를 비롯한 11개 계열사를 950억원에 매각, 기존 현금성자산까지 약 1200억원에 달하는 실탄을 확보한 만큼 이를 활용해 성장 동력 확보에 나서는 것.
인수 유력 후보로는 사모펀드(PEF) 앵커프라이빗에쿼티(PE)가 매각을 진행하는 데이터 기업 엔코아가 꼽힌다. 한컴은 엔코아가 보유한 데이터 분석 기술과의 시너지를 고려해 인수를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도 한컴은 클라우드와 함께 자사 기술을 SDK(소프트웨어 개발 키트)로 모듈화한 사업을 통해 B2B(기업 간 거래)부터 B2G(기업·정부 간 거래)까지 다양한 매출원 확보를 꾀하고 있다. 올해 RPA 솔루션 기업 이든티앤에스, 유아이패스 등과 관련 업무협약(MOU)을 맺었으며 포스코DX에도 SDK 제품을 공급하기로 하는 등 파트너십 확장이 한창이다.
한편 한컴은 이번 물적분할과 함께 기업·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자사주 일시 소각도 단행한다. 소각 예정 자사주는 총 발행주식의 5.6%인 142만9490주로 약 200억원 규모다. 한컴은 지난해에도 100억원 상당의 자사주를 사들인 바 있다.
김연수 대표는 취임 이후 주주서한 발송을 통해 책임경영을 바탕으로 하는 신사업 성장과 주주친화 정책 추진 의지를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다.
김 대표는 “한컴은 앞으로도 사업 포트폴리오 개편을 지속하며 기업성장에 집중하고 자사주 매입과 소각 등 적극적인 주주친화 정책을 실천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