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道 백지화 무산되나…재개 가능성에 여야 책임론 '분분'
與 "정부가 오죽 답답했으면 모든 자료 공개했겠나" 野, 대안노선 취사선택·사업비 증가 등 추가 의혹 제기 26일 국토위 현안질의 원희룡 참석…여야 '격돌' 예상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김건희 여사 일가에 대한 특혜 의혹으로 번진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 논란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해당 사업을 전면 백지화한 국토교통부가 관련 자료를 이례적으로 일반에 공개하고 사업 재개 가능성까지 시사한 데 따른 것이다. 결정을 뒤집은 까닭은 비판 여론 때문으로 보인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정치적 승부수로 띄운 백지화 선언 이후 정치권 안팎에서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국민의힘은 국토부의 서울~양평 고속도로 관련 자료 전면 공개 등의 결정에 "전향적인 태도"라고 평가했지만 다소 머쓱해진 분위기다. 반면 민주당은 백지화 과정 등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을 예고하며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여야는 오는 26일 원 장관이 참여하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현안 질의에서 치열한 신경전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24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토부에서 공개한 서울~양평 고속도로 관련 자료를 바탕으로 추가 의혹을 제기했다. 국토부는 전날 홈페이지를 통해 2017년부터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을 추진하면서 대안을 내놓게 된 경과 자료 55건을 일반에 공개했다.
민주당 국토위원들이 제기한 추가 의혹은 모두 5가지다. △국토부와 용역사가 원하는 노선만 선택적으로 분석했다는 의혹 △원안 노선에 강하 IC를 설치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고 왜곡했다는 의혹 △서울-양평 고속도로와 서울-춘천 고속도로를 연결하는 사업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해명이 거짓이라는 의혹 △새 종점 적용 시 사업비가 3000억원 증가한다는 의혹 △국토부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힌 자료가 사실은 존재했다는 의혹이다.
민주당 국토위원들은 원 장관의 고속도로 백지화 결정이 3개 법률과 5개 조항을 위반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들은 원 장관이 대규모 사업을 변경하려 할 때 기획재정부 장관과 협의해야 한다고 규정한 국가재정법 50조, 고속도로 건설계획 변경 시 도로정책심의위원회를 거치게 한 도로법 5조 7항 및 6조 8항, 광역교통기본계획 및 교통개선대책을 바꿀 때는 위원회 심의를 거치도록 한 대도시권 광역교통관리 특별법 3조 3항 및 7조의2 3항을 각각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국토위원들은 “서울-양평 고속도로 백지화 선언이 명백한 법률 위반이라는 점이 확인된 만큼 원 장관은 즉각 백지화를 철회하라”며 “영부인 일가가 아닌 고속도로 건설을 간절히 바라고 있는 국민들을 위해 원안대로 사업을 신속히, 정상적으로 추진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원 장관과 국토부의 이런 행태는 국정조사 요구가 불가피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면서 "이런 행태가 지속될 경우 국정조사를 넘어 더 강력한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26일 국토위 현안질의에서 원 장관이 종점 변경에 대한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면 27일 곧장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최인호 국토위 야당 간사는 “(원 장관이) 상임위에서 사업 백지화를 철회하고, 대국민 사과한 뒤 강하IC 포함한 원안대로 추진한다는 책임 있는 답변을 내오지 않는 이상 국정조사는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공세 수위를 높이는 민주당과 달리 국민의힘은 논란을 진화하는 모양새다. 그동안 백지화에 대한 책임을 민주당에 돌리고, 특혜 의혹이 되레 야권 인사들에게 있다고 주장한 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김정재 국토위 여당 간사는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오죽 답답했으면 전례 없이 고속도로 타당성 조사 중간단계 관련 자료를 모두 공개하겠느냐”며 “모든 정보가 가감 없이 공개됐다. 근거 없는 야당의 거짓 주장이 맞는지, 객관적 자료에 근거한 정부 답변이 맞는지 직접 확인하고 검증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민주당의 사과 없이 사업을 재개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에 변화가 있느냐'는 질문에 "사과라는 것은 ‘레토릭(정치적 수사)’"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혹을 해소하는 것이면 되지 않겠느냐"면서 "계속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을) 진행하는 게 주민들에게 가장 좋은 것이고 사과의 뜻 아니겠냐"고 덧붙였다.
한편 26일 열리는 국회 국토위 현안질의에선 고속도로 백지화 논란이 주요하게 다뤄질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노선 변경을 먼저 추진했다는 점을 부각할 것으로 보인다. 원 장관은 노선 변경이 추진된 곳(강상면)에 김 여사 일가 소유의 땅이 있었다는 점을 몰랐다고 설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맞서 민주당은 노선 변경이 추진된 이유와 함께 백지화 과정에 대한 진상규명을 벼르고 있어 여야 간 대립은 한층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