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하나금융, 은행 순익 비중만 90%...'비은행 계열 아쉬워'
작년 상반기 비해 크게 늘어…"증권·보험·카드 부진한 탓도" '연체율 상승, 예대마진 축소'에…2H 은행업 호황 이어질까 "증권사 우선…장기 관점 접근", "'KDB생명' 인수 여부 관건"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정우교 기자] 우리·하나금융그룹 순익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올해 상반기 90%를 넘었다. 수 년간 비은행 계열사 강화를 강조해왔지만, 비은행권의 불황이 이어졌고 은행권 호황이 더해지면서 은행 몸집만 비대해진 것이다.
업계에선 은행 실적이 하반기 정체될 것이라는 부정적인 기류가 감지되는 상황에서 두 금융사의 비은행 금융사 M&A가 추가 성장·반등의 단초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31일 금융감독원(금감원)에 따르면 4대 은행(국민·신한·우리·하나)의 상반기 순이익은 6조850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6조3375억원보다 36.1% 늘었다. 그룹 4곳 순이익 중 은행이 갖는 점유율은 71.6%에서 74.6%로 증가했다. 이자·비이자이익의 고른 성장으로 순익 자체가 성장한 영향이다.
특히 존재감이 두드러진 곳은 우리은행, 하나은행이다. 우리은행은 상반기 1조4720억원의 순익을 거두면서 비중은 88.2%에서 95.7%로 크게 불어났다. 하나은행도 1조8390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그룹 내 비중이 79.3%에서 91.0%로 커졌다.
그룹 내 은행 순익 비중이 커졌다는건 성장이 계속되고 있다는 의미지만, 비은행 계열사의 부진으로도 읽힌다. 우리금융은 주요 비은행 계열사인 우리카드, 우리금융캐피탈, 우리종금의 순익은 1년 만에 각각 38.7%, 43.2%, 73.3% 깎였다. 우리은행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3% 감소했음에도 비중이 커진 이유다.
하나금융도 상황은 비슷하나, 하나은행이 순익이 1년 전보다 33.88% 증가했다는 점에선 차이가 있다. 하나은행은 올 상반기 1조8390억원의 순익을 냈으나, 비은행 계열사는 이 호실적을 따라오지 못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하나증권 순익이 75.1%나 줄었고 △하나캐피탈 25.8% △하나카드 38.8% △하나저축은행 81.7% △하나생명도 24.9% 감소했다.
KB금융 계열사 KB증권, KB라이프생명, KB자산운용의 순익이 같은 기간 각각 37.1%, 213.0%, 48.3% 성장한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여기에 국민은행의 순익 1조8585억원이 금융그룹 실적을 떠받치면서 KB금융은 상반기 리딩금융 자리를 꿰찼다. 이때 국민은행의 비중은 70.8%다.
시장에서는 은행의 실적이 하반기엔 정체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연체율이 부담이라서다. 얼마 전 금감원에 따르면 5월말 국내은행 원화대출 연체율은 0.40%로 3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가리켰다.
4대 은행은 이미 상반기 2조원에 달하는 충당금을 쌓았는데, 6월 이후 연체율 상승세가 꺾이지 않는다면 하반기에도 충당금을 더 적립할 수 밖에 없다. 이는 곧 순익을 줄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정부규제와 예대마진이 축소되고 있다는 점도 은행들이 맞닥뜨린 또 다른 악재다.
따라서 은행의 순이익 비중이 90%가 넘는 우리·하나금융은 각자의 포트폴리오 확보가 절실한 입장이다. '은행 실적 쏠림'도 완화하고 덩달아 우량한 비은행 계열사로 몸집을 키워야해서다.
증권사·보험사 모두 없는 우리금융은 일단 서두르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성욱 우리금융 재무부문 부사장은 컨퍼런스콜에서 이같이 밝히며 "장기 관점에서 우량 매물을 물색하면서 다각적으로 증권업에 진출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라고 했다. 또 증권사를 M&A의 최우선으로 두고 있지만, 우량 보험사에 대해서도 검토하겠다고도 했다.
하나금융은 KDB생명 인수가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에 시작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보험 계열사인 하나생명은 상반기 131억원의 순익을 냈다. 1분기 적자에서 2분기 흑자로 돌아섰지만 보험업황 악화로 작년 상반기 순익보다 24.9% 줄었다.
반면 KDB생명은 올해 1분기 전년(287억원)보다 31.0% 증가한 377억원의 순익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실적을 이어오고 있다.
하나금융이 이대로 KDB생명을 그룹사로 편입한다면 푸르덴셜생명, KB생명보험의 합병 시너지를 얻었던 KB금융과 어깨를 견줄수도 있다. 푸르덴셜생명, KB생명의 합병으로 탄생한 KB라이프생명은 올해 상반기 2157억원의 순이익(개별기준)을 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현 상황에 대해 "KDB생명 매각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현재는 실사를 앞두고 있다"라며 "이후 일정은 KDB생명과 협의 후 진행할 예정이다"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