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오일뱅크, ‘폐수 배출’ 기소에 “과도한 제재…환경오염 없어”
‘공업용수 재활용’ vs ‘폐수 불법 배출’ 계열사 시설 간 용수처리 관련 법 해석 쟁점
[데일리한국 김정우 기자] 검찰이 페놀이 함유된 폐수를 자회사 시설로 보낸 HD현대오일뱅크를 기소했다. 검찰은 명백히 관련법 위반이라는 입장이지만 HD현대오일뱅크는 실제 환경오염이 없는 공업용수 재활용이었다며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11일 업계 등에 따르면 의정부지검 환경범죄 합동 전문수사팀은 이날 물환경보전법 위반 혐의로 HD현대오일뱅크 법인과 전 대표이사 A씨 등 8명을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HD현대오일뱅크는 2019년 10월~2021년 11월 대산공장의 폐수 배출시설에서 나온 페놀·페놀류 함유 폐수 33만t을 자회사인 현대 OCI 공장으로 배출했고, 2016년 10월~2021년 11월 페놀 폐수를 자회사 현대케미칼 공장으로 배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검찰은 HD현대오일뱅크가 2017년 6월∼2022년 10월 대산공장에서 나온 페놀 오염수 130만t을 방지시설을 통하지 않고 공장 내 가스세정 시설 굴뚝으로 증발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 검찰 “원사업장 밖으로 내보내면 불법”
이 사건의 쟁점은 폐수를 외부가 아닌 인접한 계열사 공장으로 보낸 것이 물환경보전법상 ‘배출’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앞서 올해 1월 환경부가 해당 사안으로 과징금을 부과하겠다고 통지했을 당시 HD현대오일뱅크 측은 “폐수를 공업용수로 재활용한 것으로 재활용 후 적법한 기준에 따라 방류해 환경오염이나 인적·물적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최초 만들어진 폐수를 배출허용 기준 이내로 처리 후 재사용 한 것은 적법하나 처리 안 된 ‘원폐수’를 다른 시설로 보내 재사용 한 것은 불법 배출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페놀과 같은 독성이 강한 물질이 포함된 폐수는 방지 시설을 거치지 않고 원사업장 밖으로 나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 현행법의 원칙이라는 입장이다.
검찰은 또한 재사용된 폐수 중 냉각수로 사용된 폐수에서 발생한 증기가 외부로 유출됐다고 봤다. 다만 증기로 유출된 페놀의 함유량은 현실적으로 측정이 어려워 특정되지는 않았다.
물환경보전법과 시행규칙상 페놀과 페놀류의 허용 기준은 페놀 1㎎/L, 페놀류는 3㎎/L다. 검찰 조사에서는 HD현대오일뱅크 폐수 배출 시설에서 배출된 폐수에 페놀 최대 2.5㎎/L, 페놀류 최대 38㎎/L가 검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 “시설 내 계열사간 재활용…대기배출은 사실 아냐”
HD현대오일뱅크는 ‘폐수’보다는 ‘공업용수’라는 표현이 맞다는 입장이다. 폐수처리장을 통해 공공수역으로 최종 배출되는 일반적인 개념의 폐수가 아니라 대산공장 내 설비 간 재활용을 통해 사용하는 용수라는 설명이다.
이날 HD현대오일뱅크는 입장문을 통해 “이번 사안은 ‘물 부족에 따른 공업용수 재활용’의 건으로 위법의 고의성이 없고 실제 환경오염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해명하고 “추후 재판을 통해 사실관계를 규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HD현대오일뱅크의 입장은 △공업용수 재활용 과정에서 환경오염이 발생하지 않았고 △공업용수 재활용은 물 부족 지역에서 용수 사용량을 줄이고 폐수 총량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는 점 △페놀화합물 대기 배출은 사실이 아니며 △자진신고를 통해 사실관계를 모두 인정하고 성실히 조사에 협조한 점 △법인이 다르다는 이유로 공업용수 재활용을 제재하는 것은 법 취지와 맞지 않다는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먼저 HD현대오일뱅크는 “이미 사용한 공업용수에서 불순물을 제거한 재활용수를 폐쇄 배관을 통해 대산공장 내 계열사 설비로 이송, 사용했고 방지시설을 통해 적법한 기준에 따라 최종 폐수로 방류했기 때문에 국민건강과 공공수역을 비롯한 환경에 어떠한 훼손이나 위해도 끼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산 지역의 극심한 가뭄으로 공업용수를 정상 공급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HD현대오일뱅크에서 발생하는 재활용수를 계열회사가 사용했다”며 “이는 수자원 절약에 기여하고 공업용수를 재활용한 만큼 최종 배출되는 폐수 총량도 줄이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고 부연했다.
HD현대오일뱅크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컴플렉스 구조상 물리적으로 HD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과 현대OCI·현대케미칼자회사 시설은 크게 같은 단지 내에 조성돼 있으며 서로 뒤섞인 구조다. 일부 증설된 부분을 제외하면 대부분 원래 HD현대오일뱅크 시설이었는데 합작 사업이 이뤄지면서 분리됐다는 설명이다.
페놀화합물 대기 배출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외부와 차단된 배관을 통해 재활용수가 이송됐기 때문에 환경오염은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냉각 과정에서 투입하는 가성소다와 제올라이트 촉매가 페놀을 석탄산나트륨으로 중화시키거나 페놀을 흡착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페놀화합물이 배출가스에 포함된 채 대기로 증발할 가능성이 매우 낮고, 지난해 12월 실시한 3차례 측정 결과 해당 설비의 배출가스에서 페놀화합물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회사 측은 해명했다. 페놀류 처리 시설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대기로 배출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 오일뱅크 “환경보호 법 취지 판단해야”
아울러 HD현대오일뱅크는 공업용수를 문제없이 재활용해왔으나 인접 계열사 간 공업용수 재활용에 대해서는 대법원의 확립된 해석 내지 판단이 없는 점을 인지하고 자진신고를 통해 1년 이상 이어진 환경부 조사와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해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입장문에서 “법인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공업용수 재활용에 대해 엄격히 제재하는 것은 대표적인 규제 타파 대상”이라며 같은 법인 내 공업용수 재활용과 다른 법인 간의 공업용수 재활용을 구별하는 이유와 실익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HD현대오일뱅크의 주장은 폐수 처리 과정에서 유해물질이 외부로 유출되는지, 최종 방류 시 기준을 준수하고 있는지 여부를 관리하는 것만으로 ‘환경보호’라는 입법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고 이 같은 관리체계가 기업 활동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재판에서는 ‘불법 폐수 배출’이라는 검찰 입장과 ‘실질적으로 환경오염이 발생하지 않은 연결 시설 내 처리’라는 HD현대오일뱅크의 주장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이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