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산공장 정문. 사진=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정문. 사진=현대오일뱅크

[데일리한국 김정우 기자] 정부가 기업 간 산업폐수 재이용을 허용하는 ‘킬러 규제 혁파 방안’을 발표하면서 계열사 시설에 폐수를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HD현대오일뱅크가 오명을 씻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24일 환경부는 ‘제4차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산업폐수 재이용 확대를 위해 기업 간 이용을 허용하는 내용 등이 담긴 ’화학물질 관리 등 환경 킬러 규제 혁파 방안‘을 발표했다. 규제 완화를 통해 기업의 부담을 덜기 위한 취지로 정부는 이를 통해 2030년까지 기업의 부담 완화 효과가 약 8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르면 HD현대오일뱅크 공장이 위치한 서산 대산석유화학공단 내 타 법인 시설 간 공업용수 재활용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HD현대오일뱅크는 2016~2021년 대산공장 폐수를 공단 내 현대OCI, 현대케미칼 등 합작 계열사 시설로 보내 재사용한 행위에 대해 환경부 조사를 받았고 최근 기소돼 재판을 앞두고 있다.

지난 11일 의정부지방검찰청 환경범죄 합동 전문수사팀은 해당 행위에 대한 물환경보전법 위반 혐의로 HD현대오일뱅크 법인과 전 대표이사 A씨 등 8명을 기소했다. 처리되지 않은 ‘원폐수’를 다른 시설로 보낸 것은 현행법상 불법 배출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또 검찰은 오염수 일부가 방지시설을 통하지 않고 굴뚝을 통해 증발됐다고 주장했다.

HD현대오일뱅크 측은 지난 1월 환경부가 해당 사안으로 과징금 부과를 통지했을 당시 “폐수를 공업용수로 재활용한 것으로 재활용 후 적법한 기준에 따라 방류해 환경오염이나 인적·물적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해명한 바 있다. 대기 배출 의혹에 대해서도 해당 화합물 처리 시설을 갖추고 있고 외부와 차단된 배관을 통해 이송했기 때문에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HD현대오일뱅크는 ‘폐수’보다는 ‘공업용수’라는 표현이 맞다는 입장이다. 폐수처리장을 통해 공공수역으로 최종 배출되는 일반적인 개념의 폐수가 아니라 대산공장 내 설비 간 재활용을 통해 사용하는 용수라는 주장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실제 해당 시설은 물리적으로 HD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과 현대OCI·현대케미칼자회사 시설이 같은 컴플렉스 내에서 원부재료와 유틸리티를 공유하는 하나의 공장처럼 조성된 구조다. 2016년 말 가동이 시작된 HD현대케미칼 시설도 처음부터 공업용수를 재활용하는 것으로 설계·운영됐다는 설명이다.

또한 HD현대오일뱅크는 “(해당 재활용수는) 이미 사용한 용수에 포함된 암모니아 등의 불순물이 제거된 비교적 깨끗한 물로 이미 HD현대오일뱅크의 자체 설비 간에도 사용해 오고 있다”고 부연했다.

HD현대오일뱅크는 검찰 기소 직후 “이번 사안은 ‘물 부족에 따른 공업용수 재활용’의 건으로 위법의 고의성이 없고 실제 환경오염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해명하고 “추후 재판을 통해 사실관계를 규명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특히 대산 지역의 가뭄으로 공업용수 정상 공급이 어려운 상황에서 HD현대오일뱅크에서 발생하는 재활용수를 계열회사가 사용함으로써 수자원 절약에 기여하고 결과적으로 최종 배출되는 폐수 총량도 줄이는 효과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미 자진신고를 통해 사실관계를 인정하고 조사에 협조했으며 법인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용수 재활용을 제재하는 것은 법의 취지와 맞지 않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폐수 재이용에 대한 규제 혁파를 선언한 만큼 향후 재판에서의 쟁점은 폐수를 외부가 아닌 인접한 계열사 공장으로 보낸 것이 물환경보전법상 ‘배출’로 인정될지 여부가 될 전망이다.

HD현대오일뱅크는 “법인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공업용수 재활용에 대해 엄격히 제재하는 것은 대표적인 규제 타파 대상”이라며 “같은 법인 내의 공업용수 재활용과 다른 법인 간의 공업용수 재활용을 구별하는 이유나 실익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재활용 과정에서 나오는 배출가스에서 오염물질이 측정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를 고려하지 않은 채 배출가스로 오염물질을 배출했다고 하면서 같은 법인 내 공업용수 재활용까지 제재하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 매우 억울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검찰은 “수개월 조사를 하는 과정을 통해 관련자 소환 등 충실하고 충분한 조사 결과로 기소했다”며 “환경부 등 관련 기관들의 철저하게 이루어진 기본조사를 기초로 검찰도 관련자 소환 등 추가 조사를 벌여 기소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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