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GM 인도 공장 인수 배경은 테슬라 견제?
현대차 인도 총 생산량 140만대로 확대 테슬라 '기가 팩토리' 인도 내 건설 추진
[데일리한국 안효문 기자] 현대자동차가 16일(현지시간) GM인도법인(이하 GMI)과 탈레가온 공장 자산 인수 본계약을 체결했다. 세계 3대 시장으로 부상한 인도에서 현지 생산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결정이다.
업계에서는 단순히 현대차가 인도 내 차량 생산능력 확보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전기차 시장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분석한다. 특히 최근 인도 시장 진출에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는 미국 테슬라를 견제하기 위한 선택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날 현대차는 인도 하리아나주(州) 구루그람(Gurugram) 현대차인도법인(HMI)에서 GM인도법인(GMI)과 탈레가온 공장 자산 인수 본계약을 체결했다. 현대차는 인도 정부의 승인 등 절차를 거쳐 연말까지 탈레가온 공장 인수를 마치고 2025년부터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현대차가 인수하게 될 탈레가온 공장은 기존 연간 약 13만대 수준의 완성차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차는 올 상반기 기존 첸나이 공장의 생산능력을 75만대에서 82만대로 끌어올렸다. 여기에 탈레가온 공장 인수와 추가 생산 확대 계획 등을 고려하면 현대차의 인도 내 총 생산능력은 최대 100만대, 기아를 포함한 현대차그룹 전체 생산 가능 수량은 140만대까지 치솟는다.
직접적인 이유는 점유율 확보다. 현대차는 지난해 인도에서 총 55만2511대를 판매했다. 이는 현지 토종 기업인 마루티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실적이다. 현대차는 올해 1~7월 인도에서 34만6711대를 판매하며 점유율 2위(14.5%)를 이어가고 있지만, 코로나19 유행이 잠잠해진 이후 본격화된 인도 내 자동차 수요 확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에는 생산능력의 제한이 있는 상황이다.
이번 투자에는 현지 전기차 생산 능력 확대를 위한 의도도 담겨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공장 인수와 관련 ”탈레가온 공장 인수를 통해 주력 제품군인 내연기관 모델의 생산능력이 추가로 확보되는 만큼, 기존 첸나이 공장의 여유 능력을 신규 전기차 생산 라인으로 활용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현대차의 움직임은 최근 테슬라의 행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지난 6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접견, 인도 공장 설립 계획을 직접 설명한 바 있다. 테슬라의 전기차 생산 공장 ‘기가팩토리’가 인도에 들어설 가능성이 높아진 것. 테슬라는 미국 네바다를 시작으로 독일 브란덴부르크, 중국 상하이 등에서 ‘기가 팩토리’를 운영 중이며, 최근 신규 후보지를 물색 중이다.
현대차와 테슬라가 주목할 정도로 최근 인도 자동차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22년 인도에서 판매된 완성차는 476만대로 중국(2320만대)과 미국(1420만대)에 이어 세계 3대 자동차 시장으로 부상했다.
특히 미국, 중국, 일본, 독일, 영국, 브라질 등 세계 주요국의 자동차 시장 규모가 5년 전보다 줄어든 가운데, 인도의 지난해 자동차 신차 판매는 5년 전인 2017년 대비 18.5%나 증가하며 독보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또, 최근 인도 정부는 2030년까지 전기차 판매 비중을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30%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강력한 전동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캠페인을 펼치며 전기차 보급 확대와 자국 내 자동차 산업의 성장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