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개 정부기관 R&D 부적정 수행…사례 살펴보니
박성중 의원 발표
[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40여개 정부기관이 연구개발(R&D) 과제를 부적정하게 수행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16일 ‘R&D 부적정 수행 대표사례’를 발표했다. 자신들이 기획한 R&D를 직접 수행기관으로 선정받거나 R&D 브로커 등장까지 대표적인 부정 사례를 살펴본다.
#1. 기획과 수행 기관이 동일한 경우
A부처의 도시건축연구사업(R&D)의 경우 소규모 건축물의 소비에너지 최적화기술 개발과제에 A협회가 과제기획을 수행한 이후 주관연구기관까지 맡았다. 일반적으로 기획 후 공모 과정을 거쳐 주관연구기관을 선정하는 데, A협회는 기획 후 주관연구기관까지 꿰차 절차적 하자를 의심받고 있다.
B부처의 산업핵심기술개발사업(R&D)의 경우 2017년 산업용 재이용수생산을 위한 저에너지 개발 신규과제 기획 실무작업반에 참여한 연구진이 실제 사업 수행 공동연구기관으로 참여했다.
C부처의 항공교통기술개발사업의 한 과제는 사업 시작 전 사업을 B기술원에서 기획하고 2018년부터 같은 기술원에서 실제로 R&D를 수행했다.
D부처의 방사선기술사업화지원사업, 방사선동위원소산업육성과 고도화 기술지원사업, 원자력국제협력기반조성사업 등 5개 사업 9개 과제에 방사선 관련 D협회가 주관연구기관으로 참여했다. D협회는 정부 R&D 사업을 과점한 사례로 볼 수 있다.
#2. 기업의 생존자금이 된 정부 R&D 자금
E부처의 공정·품질기술개발사업(R&D)은 연간 183억 원, 290개 과제를 집행하는데 뿌려주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현장형 R&D의 경우 1년에 5000만 원 규모로 평균 매출 120억 원의 이하의 기업을 지원하기 때문이다.
F부처의 사회적경제혁신성장(R&D)은 지역 사회적경제기업의 혁신성장과 생태계 조성을 위해 다양한 지역자원과 연계한 기술개발과 사업화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그런데 기술력이 낮은 기업을 지원하고 있어 기업의 생존자금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가령, 매출액 4억9700만 원, 영업이익 2400만 원의 가구제조업을 영위하는 F기업은 업종과 무관한 표고버섯과 편백나무 수피 추출물을 활용한 친환경 기능성 화장품 개발을 과제로 수행했다.
G부처의 유망녹색기술개발연구사업(R&D)은 2022년 115억 원의 예산으로 50개 기업을 대상으로 연구개발·기술사업화·해외진출까지 지원했다. 기업 당 평균 2억3000만 원이 배분된 셈이다.
#3. [R&D 브로커] 역량 미약한 기업, R&D 연구계획서를 대필해 사업 수주
R&D 정책자금 브로커는 영세 중소벤처기업을 상대로 정부 R&D 영업활동을 펼치는 무리다. R&D 기획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에게 R&D 과제 수행을 미끼로 컨설팅과 서류작성을 대리하며 과도한 수수료를 요구하고 있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중기부 제출자료에 따르면 2017년에서 2022년 8월까지 정책자금 브로커 관련 신고가 40건 있었으나 처벌된 경우가 없어 더욱 문제다. 이들에 대한 경고로 단순 주의공문 3건만 발송됐다.
#4. [눈먼 R&D] 동일기업이 유사주제로 여러 과제를 동시에 수행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5~2019년 5년 동안 R&D 정책자금을 15회 이상 중복지원받은 기업이 106개로 나타났다. 지원액은 4291억8200만 원으로 기업당 지원액은 2억2490만 원, 지원건당 지원액 1250만 원이다.
11~14회 중복지원 받은 경우도 335건으로 총 7792억3100만 원이 지원됐다. 이 경우 기업당 지원액이 1억8610만 원, 지원건당 지원액은 1490만 원이다.
또 특정기업이 동일한 연도에 유사한 내용으로 11개 과제를 동시에 수행하고 있는 사례도 적발됐다. H기업은 2021년에 ▲중소기업상용화기술개발 ▲기술성과활용촉진 ▲중소기업기술혁신개발 ▲공정품질기술개발 ▲기술성과활용촉진 ▲중소기업기술혁신개발 ▲창업성장기술개발 ▲중소기업상용화기술개발 ▲스케일업기술기술사업화프로그램 ▲소재부품기술개발 과제를 동시에 수행했다. 이들 과제에서 얻은 정부지원연구비는 총 21억9300만 원이다.
#5. [출연연 문제] 출장사무소로 전락한 지역분원
정부출연(연)이 전국에 세운 지역분원은 약 100여개로 파악됐다. 문제는 지역분원이 지역수요나 필요보다 정치인의 입맛에 따라 설치됐다는 점이다.
2010년 이후 출연(연) 지역분원 중 타당성 조사를 거친 곳은 29개 중 10개에 불과해 설치과정에서 문제점이 노출됐다. 활동성과도 문제다. 최근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평가에서 53개 지역분원 중 우수 등급은 4개, 미흡이 13개로 파악됐다.
박성중 의원은 “정부예산이 줄줄히 샐 수 밖에 없는 지역분원은 지역의 유력 정치인과 연구계가 연결된 지역의 연구카르텔”이라며 “반드시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기계연구원 기술사업화 실장과 변리사가 짜고 2014년부터 6년간 특허등록 226건의 허위서류를 만들어 67억 원을 횡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은 ▲이미 처리한 특허비용 재청구 ▲다른 특허사무소가 처리한 특허를 해당 특허사무소가 처리한 것처럼 청구 ▲해외의 다른 회사 특허를 마치 기계연의 특허처럼 꾸며 청구하는 방법을 횡령수법으로 사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