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한미일 3국이 최소 연 1회 정상회의를 열고, 군사·경제·안보 등의 분야에서 협력을 제도화하기로 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뿐만 아니라 인도·태평양지역에 안보 등의 위협이나 위기가 발생하면 공동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18일(현지시간)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데이비드에서 정상회의를 하고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3국 관계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3국 정상이 다자회의 계기가 아닌 별도의 자리를 마련해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상들은 정상회의에서 3국의 협력 관계에 지속가능성을 부여한 '캠프 데이비드 정신'(The Spirit of Camp David·이하 정신), '캠프 데이비드 원칙'(Camp David Principles·원칙), '3자 협의에 대한 공약'(Commitment to Consult·공약) 등 3건을 채택했다.

공동성명 내용을 정리한 '정신'에는 3국 간 포괄적 협력 방안이, '원칙'에는 향후 3국이 협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켜야 할 원칙이 담겼다. '공약'은 별도로 채택된 것으로, 역내외 공동 위협에 대한 3국의 즉각적인 협의와 공조가 명시됐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앞서 워싱턴 D.C. 한 호텔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추가 채택된 '공약' 문서와 관련해 "한미일 협의 강화에 대한 정치적 공약"이라면서 "역내의 공동 위협과 도전에 각국이 긴밀히 소통하며 적시에 효과적인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게 해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 한미일 3국 정상회의 정례화…3국 훈련도 연례화

정상들은 3국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정상회의를 최소 연 1회 열기로 했다. 국가안보보좌관(국가안보실장), 외교장관, 국방장관, 상무·산업장관 간 협의도 최소 연 1회 이상 개최하기로 했다. 재무장관 회의도 신설, 정례화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대통령실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주요 소다자 협의체 가운데 정상, 외교·국방·상무·산업장관, 국가안보실장 간 협의 모두를 연례화한 것은 한미일이 유일하다”며 “이를 통해 한미일 협력은 역내 소다자 협력체 중 가장 다층적인 협력체로 진화했다”고 평가했다.

정상들은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3국의 접근법을 조율하고 새로운 협력 분야를 발굴하기 위해 차관보·국장급의 '인도·태평양 대화'도 출범하고, 정례적으로 회의를 열기로 했다. 아세안 및  태평양 도서국에 대한 인도적 지원 등을 논의하기 위한 '개발정책대화'도 만들고, 오는 10월 첫 회의를 열기로 했다.

안보 협력과 관련해선 올해 말까지 북한 미사일 경보정보의 실시간 공유체계를 가동하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증강된 탄도미사일 방어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3국 군사훈련도 연 단위로 벌이고, 해외 정보 조작 및 감시 기술 오용에 따른 위협이 증가하고 있는 데 대한 대응도 조율하기로 했다.

또한 북한의 불법 사이버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일 사이버 협력 실무그룹'도 신설하기로 했다. 3국이 협력해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의 자금줄로 활용하는 가상자산 탈취 등 불법 사이버 활동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역내 평화와 관련해 중국을 직접적으로 겨냥하기도 했다. 정상들은 이날 채택된 '정신' 문서에서  '인도·태평양 수역에서 중국의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지금까지 각국 NSC(국가안전보장회의) 간에 두 차례 열었던 '한미일 경제안보대화'도 더욱 내실 있게 운영하기로 했다.

경제, 첨단기술 분야에 대한 협력도 한 차원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정상들은 공급망 안정성 확보를 위해 '한미일 조기경보시스템'을 구축해 전략산업의 주요 소재와 광물자원 공급 정보를 공유하고 함께 대처하기로 했다. AI(인공지능) 디지털 국제규범을 같이 마련하고 국가 연구기관 간 공동 연구·개발과 인력 교류도 확대하기로 했다.

청소년과 학생을 포함한 3국 국민 간 인적 유대도 강화하기로 했다. 여성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포용적인 경제를 구축하는 데도 힘쓰기로 했다.

◇ 尹 "한미일 정상회의, 협력 새로운 장…다음 만남은 한국서"

윤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의가 끝난 뒤 진행된 바이든 대통령, 기시다 총리와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한미일 협력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면서 "이제 캠프 데이비드는 한미일이 자유·인권·법치의 공동 가치를 바탕으로 규범 기반의 국제질서를 증진하고 역내 안보와 번영을 위해 중심 역할을 수행할 것을 천명한 역사적 장소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윤 대통령은 각급 장관 3자 회담 정례화, 북핵·미사일 정보 공유 체계 연내 구축, 아세안·태평양 도서국 대상 개발 지원 협력 등을 언급하면서 "오늘 우리 세 정상은 새 시대를 향한 3국 협력의 의지와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연내 가동하기로 합의한 북한 미사일 경보정보 실시간 공유 시스템에 대해 "3국의 북한 미사일 탐지와 추적 역량을 강화하는 중요한 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3국 정상이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는 원칙을 재차 확인했다고 설명하면서 "주권 존중·영토 보존·분쟁의 평화적 해결과 같은 규범 기반 국제 질서 수호를 위해 3국이 더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환대에 사의를 표하면서 "다음에는 우리 세 정상이 한국에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을 고려하면, 다음 3국 정상회의의 장소는 한국에서 개최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