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문에 앱 강화까지…'변신만이 살 길' 카드사들 부업에 열 올린다
주식 추천·마이데이터로 먹거리 확보 실적 악화에 다양한 포트폴리오 필수 결제사업 소홀 지적엔 수수료가 변수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최동수 기자] 올 상반기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카드사들이 자체 플랫폼 강화는 물론 투자자문업자로 변신하는 등 생존을 위한 변화에 돌입했다. 업계에선 카드사들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실적 부진을 벗어나기 위한 새 먹거리 확보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을 위해 카드사가 본격적으로 나섰지만 일각에선 카드사가 '부업'에 열을 올리면서 본업인 결제 사업에 소홀히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존재한다.
22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카드는 최근 금융위원회로부터 투자자문업을 새로 인가받았다. 당국으로부터 투자자문업 자격을 획득하면 고객들에게 맞춤형으로 금융상품을 추천할 수 있다. 이는 신한카드가 운영하던 주식 추천 서비스 범위를 기존 해외상품에서 국내상품까지 확대하려는 조치다.
지난 2019년 금융위로부터 혁신금융사업자로 지정돼 2년간 한시적으로 해외주식 소액 투자 서비스를 제공했던 신한카드는 투자자문업 인허가를 받지 못해 국내 주식 맞춤 서비스를 선보이지 못했지만 이번 새 인가로 국내 증권사와 제휴해 국내 주식, ETF 상품 등을 맞춤형으로 추천한다는 구상이다.
삼성카드도 최근 당국에 개인사업자신용평가업(CB) 본허가를 신청했다. CB는 개인사업자의 신용을 판단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고 신용을 평가하는 업이다. CB 자격을 획득하면 개인사업자 전용 맞춤대출서비스 추천 등이 가능해진다. 앞서 신한카드, KB국민카드 등이 개인사업자 CB업 본인가를 받았다. 롯데·하나카드도 개인 CB업을 검토 중이다.
투자자문업에 이어 카드사들은 자체 플랫폼 강화에도 나서고 있다. 신한카드는 자체 앱인 신한플레이(pLay)를 이용한 본인신용관리업(마이데이터) 사업을 통해 고객의 소비·자산 관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사업 범위를 넓혔다. 올해 6월 말 신한플레이의 MAU는 852만명으로 전년 동기(709만명) 대비 20.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KB국민카드는 자체 플랫폼인 KB페이에 비금융 서비스를 연계하는 방법으로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31일 KB국민카드는 KB페이에 '라이프 탭' 서비스를 신규 출시하며 쇼핑 및 여행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앞으로 고객이 오래 머물고, 다양한 서비스를 즐길 수 있도록 여행 등 여러 콘텐츠를 추가로 선보이겠다"고 설명했다.
하나카드는 여행 특화 카드 '트래블로그'를 앞세워 여행 콘텐츠에 집중하며 자체 플랫폼 강화에 나섰고 우리카드도 '우리WON카드' 앱을 통해 지불결제 및 비금융 서비스를 아우르는 전략을 통해 강화에 나설 계획이다.
현대카드는 주요 고객층인 젊은 MZ(밀레니얼+Z세대·1981~2010년생)세대를 겨냥한 방법으로 '소비캘린더'·카드 뉴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앱 강화에 나서고 있다.
카드사 관계자는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카드사는 제약이 많았지만 조금씩 그 제한이 풀리고 있다"며 "실적 개선을 위한 모든 방안을 찾고 있는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 점점 감소하는 실적에 신사업 역량 강화
카드사들이 신사업 역량 강화로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있는 이유는 점점 감소하고 있는 실적 때문이다. 카드 이용액은 늘고 있지만 지난해부터 이어진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조달 비용 부담이 크게 작용하면서 이자 비용과 대손비용이 늘었고 순익 역시 10% 넘게 감소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업 카드사의 순이익은 1조4168억원으로 전년(1조6243억원)보다 12.8%(2075억원) 줄었다. 총수익이 1조5794억원 늘었으나 이자 비용과 대손비용이 각각 6928억원, 5262억원 증가하면서 총비용(1조7869억원)이 늘어난 영향이다.
건전성도 지속 악화되고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 카드사의 총채권 기준 연체율은 1.58%로 전년 말(1.20%)보다 0.38%포인트(p) 상승했다.
다양한 방안을 통해 악화된 실적을 만회하고 있지만 카드사들은 조달 비용을 만회하기 위해 대출금리를 높이고 '혜자카드(혜택이 많은 카드)'를 단종시키는 등 고객에게 주는 혜택은 줄이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 단종 등에 대한 혜택 축소는 각종 서비스를 통해 대체하고 있다"며 "실적이 반등하지 않으면 아무래도 이러한 추세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생존을 위해 변화에 돌입한 카드사들이 본업인 결제 사업에 소홀이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존재한다. 실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7개 전업 카드사의 신용판매 순이익은 2021년을 제외하고 모두 적자로 나타났다.
이는 금융당국이 지난 2012년 개정한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3년마다 적격비용(수수료 원가)을 재산정해 가맹점 수수료율을 4차례 인하해 왔기 때문이다. 영세·중소 가맹점주들의 수수료 부담을 줄여주자는 취지에서 시행됐지만 카드사 입장에선 수수료 수익 악화로 이어진 셈이다.
본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가맹점 수수료율이 다시 올라가야되지만 금융당국은 영세·중소 가맹점주들의 수수료 부담을 줄여준다는 이유로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에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 등 업계에서는 원가 반영이 제대로 되지 않는 적격비용 재산정제도를 아예 폐지하자는 목소리도 꾸준히 나온다.
또 카드사들은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순익을 만회하기 위해 오픈페이 서비스도 출범했지만 7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가시적인 성과가 보이지 않는 모습이다. 오픈페이는 앱카드 상호연동 서비스로 지난해부터 빅테크의 간편결제 서비스에 대항하기 위해 시작한 서비스다.
카드사 관계자는 "결제 자체는 늘었지만 수수료로 인해 순익은 떨어지고 있다"며 "당국에서 수수료 재산정을 해주지 않으면 장기적으론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