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인수 나선 김남정 동원 부회장, 이번엔 다를까...'종합물류체계 확장'

잇따른 인수 불발에 중도 하차 가능성 나와 동원의 자금동원력이 이번 M&A 핵심될 듯

2024-08-25     천소진 기자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 사진=동원그룹 제공
[데일리한국 천소진 기자]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이 국내 최대 해운사인 HMM(옛 현대상선)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동원그룹이 그동안 사업 다각화 및 신성장동력을 위해 여러 인수합병(M&A)에 나섰다가 중도 포기한 사례가 많아 인수전을 완주하지 않을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그러나 종합물류 체계를 완성하기 위한 김 부회장의 인수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고 알려지면서 동원이 HMM 인수합병에 성공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25일 IB(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지난 21일 마감된 HMM의 예비입찰에 참여한 기업은 동원그룹, LX그룹, 하림그룹과 독일 기업인 하팍로이드까지 네 곳이다. 
인수 대상은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한 주식 1억9879만주에 이들이 보유한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영구채 2조6800억원 중 1조원을 전환한 주식 2억주를 합한 총 3억9879만주다.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포함하면 예상 매각대금은 5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원은 HMM 인수를 통해 물류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회사 내부적으로도 이번 M&A에 의지가 매우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원은 2017년 동부익스프레스를 인수한 바 있다. 이를 통해 기존 동원산업 물류사업 부문인 로엑스를 합쳐 ‘동원로엑스’를 설립했으며, 화물운송, 항만하역, 보관, 국제물류, 유통물류 등 국내 대표 종합물류기업으로 성장한 저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또한 컨테이너 터미널 항만 사업인 동원부산컨테이너터미널도 운영 중으로, HMM을 인수한다면 동원의 물류 역량을 한 단계 상승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2만4000TEU급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사진=HMM 제공
다만 연초부터 공격적으로 진행됐던 M&A들이 모두 불발된 데에 따라 중도 하차 가능성도 나온다.  동원은 지난 1월 외식사업 확대를 위해 한국맥도날드 인수 예비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하고 실사를 진행했으나, 미국 본사와 사업 운영방식 및 인수가격 등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절차를 중단했다. 지난 2월에는 보령바이오파마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단독으로 실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에 따라 배타적 우선협상권을 받기로 했다. 그러나 한 달여 만에 보령바이오파마에서 동원산업에 부여했던 단독 실사권을 철회하면서 인수를 진행하지 않는 것으로 최종 결정했다. HMM의 경우 동원의 자금력이 인수의 걸림돌로 제기된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동원산업이 보유한 현금과 현금성 자산은 약 6300억원으로, 이번 인수합병을 위해서는 외부자금 수혈이 필요해 보인다. 그러나 자산 총액 기준 동원은 9조원 수준으로, 24조원 규모인 HMM보다 작기 때문에 외부 자금조달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업계는 한국투자금융지주의 도움을 받아 인수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남구 한투금융 회장은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이자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의 형이다. 또 그룹 내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인 동원기술투자의 역량과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동원이 연초부터 M&A에 적극적인 이유는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가 합병하면서 김 부회장이 목표하고 있는 미래 먹거리 발굴을 찾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동원산업은 지난해 11월 이사회를 열고 동원엔터프라이즈와의 합병등기를 완료했다. 김 명예회장의 차남인 김 부회장은 합병 이후 현재 동원산업의 지분을 46.4% 보유한 최대주주다. 김 부회장은 지주사 출범 당시 사업형 지주사로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사업 다각화 및 신성장동력 발굴을 통해 동원의 새로운 50년을 열어나갈 것을 비전을 제시한바 있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동원이 HMM 인수를 통해 해상 운송부터 항만, 육상 물류까지 이어지는 종합물류 체계를 확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지가 매우 강하다”며 “식품뿐 아니라 물류사업도 규모를 갖춤으로써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발판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동원그룹 본사. 사진=동원그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