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정우교 기자] 테라·루나 발행사인 테라폼랩스의 공동창업자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대표에 대한 재판이 장기화될 조짐이다.

재판의 쟁점이 많고 증거가 방대해 의견을 전부 내지 못했다는 변호인 주장과, 증거 의견을 제출해야 입증계획을 내겠다는 검찰의 주장이 맞서면서다. 28일 열린 신 전 대표를 비롯한 피고인 8인에 대한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에는 양측의 이러한 의견이 엇갈리면서 재판 내내 '신경전'이 계속됐다. 

이날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 14부(부장판사 장성훈)는 신 전 대표를 비롯한 피고인 8인에 대한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첫 기일(7월 10일) 이후 두달여 만이다. 현재 신 전 대표 등 피고인들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측은 피고인들이 테라·루나를 기반으로 한 '블록체인 지급결제 서비스'가 실현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도 이를 숨겼다고 봤다. 또 테라·루나 폭락 전 보유 코인을 모두 처분해 4629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고 의심하고 있다.

재판에서는 또한 △루나의 증권성 여부 △피고인 공모가담 여부 △지급결제사업(차이페이) 내 테라코인 실사용 여부 △개인정보, 전자금융거래정보 유출 여부 등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가상화폐 증권성에 대한 뉴욕남부지방법원, 뉴저지지방법원의 판결과, 테라폼랩스 전 직원의 진술도 추가증거로 신청했다.   

공판준비기일이었지만 검찰과 변호인단은 변호인들이 의견서, 증거인부서 등을 모두 내지 않았고 또 냈더라도 주로 '보류' 의견을 냈다는 점에 날을 세웠다. 변호인단은 지난 기일 '6~8주' 정도 시간을 달라고 했지만 완벽히 지켜지지 않은 모습이다.  

재판부도 이를 지적하며 "보류가 많다. 동의하는 증거들이 필요할 것 같다" "검찰의 물적증거조사, 서증조사 등을 위해 의견을 조속히 내달라"라고 말했다. 여기에 검찰도 "지난 기일로부터 한달 이상이 지났는데, 증거 의견이 다 준비가 안됐다"라며 "신속히 증거 의견을 제출하면 빠른 시일 내에 입증계획을 제출하겠다"라고 덧붙였다.

변호인단은 증거에 대한 의견을 모두 밝히지 않은 것에 대해 "(재판의 내용이) 광범위하기 때문이다"라며 "의견을 내지 못한 부분은 보류로 하고 일부만 냈다"라고 해명했다. 

변호인들은 오는 11월 13일 검찰이 물적증거, 영업상 서류 증거조사를 하겠다는 계획에 대해선 조사 대상 증거를 미리 정해줘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한 변호인은 이같이 밝히며 "그러면 심리가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이에 대해 검찰 측은 "이것(특정)이 이뤄지려면 증거의견을 신속히 밝혀야 한다"라고 말했다. 중재에 나선 재판부는 다음달 25일 공판준비기일을 한 차례 더 갖기로 했다. 세 번째 준비기일이다. 

재판부는 변호인단에게 이때까지 증거에 대한 의견을 밝히라고 했다. 이를 기반으로 한 검찰의 물적증거, 영업상 서류 증거 조사는 오는 11월 13일 이뤄질 전망이다. 또한 검찰의 공소사실 요지 설명과 변호인단의 변론은 이보다 한달 앞선 10월 30일 열릴 예정이다.

한편, 검찰과 변호인단은 증거 외에도 피피티(PPT) 시간을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변호인들은 10월 30일 피고인별로 최대 2시간 PPT로 변론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검찰의 설명과 변호인의 변론에만 4~5시간이 걸린다. 이 때문에, 검찰은 모두발언 절차가 장기화될 것이라며 우려했다. 

검찰은 "증거 의견을 개진하는 데만 한 달 반이 지났다. 이미 소송이 지연되고 있다"라며 "검찰 측도 공소사실 요지 설명에 대해 2~3시간 필요하지만 소송진행 효율성을 위해 30분 안으로 끝내려고 한다"라고 했다.

변호인은 "공소사실이 별지를 제외하더라도 수십페이지다"라며 재판 내용이 방대함을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소송의) 지체가 생긴다고 보기 어렵다. 방어권 차원이다"라며 맞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