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인수후보 3사 자금력 불안…‘승자의 저주’ 우려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안병용 기자] HMM 인수전이 3파전으로 압축됐다. LX그룹, 하림그룹, 동원그룹이 경쟁한다. 매머드급 원매자는 없다. 오히려 자산규모가 적은 기업들이 자신보다 규모가 큰 회사를 인수하겠다고 나섰다. 이에 따라 ‘승자의 저주’가 우려된다. 새우가 고래를 삼키려 덤벼든 형국이다.
31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 등 HMM 매각 측은 예비입찰 서류를 심사한 끝에 LX, 하림, 동원 등 세 곳을 적격인수후보로 선정했다. 외국계 선사로 유일하게 입찰에 참여한 독일 하파그로이드는 탈락했다. 국내 최대 해운사가 외국계 선사에 매각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목소리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인수전에 뛰어든 기업들의 자산규모는 상대적으로 작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살펴보면 하림 17조원, LX 11조원, 동원 9조원 수준이다. 26조원 가량인 HMM보다 크게 밑돈다.
HMM의 인수를 위해선 최소 5조원은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지만 3사의 현금 사정도 넉넉하지 않다. 올 상반기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LX 2조5000억원, 하림 1조5000억원, 동원 6000억원 수준으로 자체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이 시장 예상 금액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는 조력자로 금융기관이 등판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하림은 외부 투자자와 손잡았다. JKL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꾸렸다. 성공 사례도 있다. 2015년 해운업체 팬오션 인수에 성공했다. 비록 실패하긴 했지만 2021년에는 이스타항공 인수전에 뛰어들기도 했다.
동원 역시 한국투자금융그룹 등 금융기관을 자금조달 파트너로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X는 유상증자 카드를 꺼낼 것으로 예상된다. 그룹 핵심 계열사인 LX인터내셔널은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발행할 주식 수를 기존 8000만주에서 1억6000만주로 확대하는 안을 통과시키는 등 유상증자를 위한 사전 준비작업으로 해석될 만한 행동을 한 바 있다.
결국 3사 모두 당장 5조원이 넘는 인수대금을 마련할 여력이 부족한 상황인데, 이러한 처지에서 인수를 하면 자칫 ‘승자의 저주’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약한 자금력을 지닌 3사가 해운업황이 침체 국면에 진입했을 때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올해 해운 업황은 저조하다. 지난해 영업이익 10조원을 달성한 HMM의 실적도 꺾이고 있다. HMM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3069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90.3% 감소했다. 2분기 영업이익 역시 160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94.5% 급감했다.
산업은행은 실사를 거쳐 오는 11월 우선협상대상자를 결정하고 연말까지 계약 체결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