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L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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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출범 3년 만에 재계 순위 44위로 성장이 성숙기에 접어든 LX그룹은 아직 배가 고프다. 자신보다 상위인 19위 HMM을 외형 확장을 위한 지렛대로 삼아 또 한번 드라마틱한 성장을 원한다. 업계 일각에서는 방계그룹을 등에 업은 LX의 인수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7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LX·동원·하림 등 3개 그룹은 전날부터 HMM 인수를 위한 실사에 돌입했다. 산업은행 등 매각 측은 2개월간의 실사를 통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 연내에 매각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HMM의 매각가격은 최소 5조원에서 최대 8조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된다. 그렇지만 인수 후보 3사의 현금 사정은 넉넉하지 않다. 올 상반기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LX 2조5000억원, 하림 1조5000억원, 동원 6000억원 수준이다.

이는 금융기관 등 조력자의 등판 가능성을 의미한다.

일각에서는 LX가 유상증자 카드를 꺼낼 것으로 예상한다. LX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이번 HMM 인수의 주체이기도 한 LX인터내셔널은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발행할 주식 수를 기존 8000만주에서 1억6000만주로 확대하는 안을 통과시키는 등 유상증자를 위한 사전 준비작업으로 해석될 만한 행동을 한 바 있다.

또 다른 카드도 있다. 재계 4위 LG그룹이 LX를 측면 지원할 가능성이다.

LX는 독립 이후에도 LG와 높은 거래 비율을 유지하는 등 돈독한 사이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HMM 인수에 성공하면 사업 시너지가 예상되는 물류 계열사 LX판토스의 경우 지난해 LG전자와 LG화학으로부터 거둔 매출이 전체의 절반을 뛰어넘는 56.3%에 달한다.

LX의 총수와 후계자가 LG 지분을 아직 갖고 있다는 점도 양사의 협력 가능성이 남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구본준 LX 회장은 ㈜LG의 지분 2.04%(321만24주)를, 그의 아들인 구형모 부사장은 0.6%(94만9744주)를 보유하고 있다.

LG가 도울 경우 LX는 인수 관련 가장 큰 고민거리인 자금 부족 문제를 단숨에 해결할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LX의 현 재력은 HMM 인수 후보 중 가장 빼어난 수준이긴 하지만 당장 인수합병(M&A)을 성사시킬 만한 재원은 아니다”라면서 “다만 LG가 배후에서 움직일 경우 최근 매각 측에서 갖는 인수 후보들에 대한 회의감을 거두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LX의 HMM 인수전 참여는 그룹의 덩치를 키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핵심 계열사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국내 최대 물류 포워딩 회사인 LX판토스가 HMM의 선박을 확보하면 보다 저렴한 운임비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LX의 한 관계자는 “자금 문제는 그룹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다”면서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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