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혼다 '뉴 파일럿'...6000만원대 8인승 대형SUV로 연비효율도 '굿'

패키징·파워트레인 개선한 4세대 완전변경차 편안한 승차감에 호쾌한 주행성능 '엄지척'

2023-09-04     안효문 기자
혼다 올 뉴 파일럿. 사진=안효문 기자

[데일리한국 안효문 기자] 혼다의 8인승 대형 SUV 파일럿이 8년만에 4세대 완전변경차로 돌아왔다. 파일럿은 2012년 2세대 부분변경차로 한국 시장에 처음 소개된 뒤 10년 이상 롱런하며 브랜드 대표 패밀리카로 자리매김한 차다.

그간 파일럿은 군더더기 없는 상품 구성과 북미 등 글로벌 시장에서 검증받은 공간 활용성, 혼다 특유의 ‘운전의 즐거움’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신차는 당당한 체구를 한층 더 강조한 간결한 디자인에 혼다만의 독보적인 패키징 기술로 구현한 널찍한 실내 공간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여기에 가족단위 이용자들에게 보다 편안하고 안전한 이동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최신 편의·안전 품목을 살뜰히 챙겼다. 운전자와 탑승객을 두루 배려한 파일럿의 상품성을 경기도 고양과 파주 일대에서 체험했다.

◇ 근육질 몸매에 감춘 아늑한 실내 공간

혼다 올 뉴 파일럿. 사진=안효문 기자

차 크기는 길이 5090㎜, 너비 1995㎜, 높이 1805㎜, 휠베이스 2890㎜ 등으로 당당한 체구를 갖췄다. 국내 출시된 대형 SUV 중에서도 손에 꼽을 크기다. 커다란 몸집은 간결하면서도 강인한 디자인 언어로 한층 부각된다. 도로 위에서나 주차 중이거나 눈길을 사로잡는 존재감을 강하게 나타낸다.

첫 인상은 강렬하다. 전면부는 블랙 그릴과 로어 범퍼, 스키드 플레이트와 크롬 가니시 등을 호쾌하게 배치했다. 여기에 큼직하고 볼륨감 있는 펜더와 견고한 C필러, 20인치 신규 알로이휠은 정통 SUV의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후면부 역시 듀얼 배기 파이프와 과감한 범퍼 디자인으로 단순하지만 심심하지 않은 외형을 구현했다.

혼다 올 뉴 파일럿. 사진=안효문 기자
혼다 올 뉴 파일럿. 사진=안효문 기자

앞좌석 구성은 운전자 중심으로 간결하면서도 세련되게 다듬었다. 터치 스크린을 지원하지만 공조기 조작 등 자주 쓰는 버튼은 물리 타입으로 설계해 쉽게 작동할 수 있게 했다. 수평 배치한 센터 페시아와 국내 판매되는 혼다 모델 중 최초로 파노라마 선루프를 적용한 덕분에 탑승객 모두 탁 트인 개방감을 즐길 수 있다. 

혼다 올 뉴 파일럿. 사진=안효문 기자

시승 내내 이전보다 운전석 착좌감이 개선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블랙 스티치로 멋을 낸 가죽 시트는 등과 엉덩이에 닿는 촉감이 고급스럽고, 몸을 편안하면서도 단단하게 지지해준다. 1열 시트의 경우 새로운 G-프레임을 적용, 안정적으로 자세를 잡아준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혼다 올 뉴 파일럿. 사진=안효문 기자

이전 세대보다 몸집을 키운 덕에 실내 공간은 한층 더 넓어졌다. 시트 구성은 ‘2+3+3’의 3열 구조인데, 3열에도 성인 남성이 편안하게 탈 수 있을 정도로 공간 확보에 공을 들였다. 2·3열 시트는 완전히 평평하게 접을 수 있어 짐을 싣거나 차박을 할 때 유용하다.

2열 시트는 40:20:40 분할 폴딩 기능을 지원하고, 센터 시트는 필요시 탈거할 수도 있다. 이전 세대부터 호평 받던 요소다. 

혼다 올 뉴 파일럿. 사진=안효문 기자

트렁크 기본 용량은 527ℓ로 이전보다 커졌다. 3열 폴딩 시 1373ℓ, 2열까지 모두 접으면 2464ℓ까지 적재 용량이 확보된다. 트렁크 바닥 아래엔 별도의 적재 공간을 마련했고, 트렁크 양쪽 사이드 포켓도 활용성이 충분해보인다. 

◇ 편안함과 역동감 양립한 달리기 실력

혼다 올 뉴 파일럿. 사진=안효문 기자

올 뉴 파일럿의 파워트레인은 V6 3.5ℓ DOHC i-VTEC 직분사 가솔린 엔진과 자동 10단 변속기의 조합이다. 최고출력 289마력, 최대토크 36.2㎏f·m 등의 성능을 발휘한다. 연료효율은 복합 8.4㎞/ℓ(도심 7.4㎞/ℓ, 고속도로 10.0㎞/ℓ)로 인증받았다.

큰 덩치의 가솔린 SUV지만 연료 부담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도심 내 정체 구간이 아니라면 트립 컴퓨터 상 표시로 어렵잖게 두자릿수대 연비를 유지할 수 있었다. 가변 밸브 리프트와 가변 밸브 타이밍 기술 등을 다듬어 효율을 개선한 결과다. 

여기에 큰 힘이 필요치 않을 때 3개의 실린더만 사용해 연료 소비를 줄이는 ‘가변 실린더 제어 시스템(VCM)’, 냉각이 필요 없는 항속 주행 시 공기 흡입구를 닫아 공기저항을 줄이는 ‘셔터그릴’도 연비 개선에 한몫했다. 덕분에 국내서 저공해차 3종을 획득, 공영 주차장 50% 할인 등의 혜택도 누릴 수 있다.

혼다 올 뉴 파일럿. 사진=혼다코리아 제공

패밀리카 성격이 강한 차들 중 ‘운전이 심심하다’는 평가를 받는 차들이 더러 있지만, 파일럿은 그런 걱정을 덜어도 될 듯 하다. 산뜻한 출발 가속은 큰 덩치의 부담을 잊게 하고, 속도를 붙여 나가는 실력도 제법이다. 노련하게 힘을 받아주는 10단 변속기는 대부분의 주행 상황에서 변속 충격을 느끼기 힘들 정도로 엔진과의 궁합이 훌륭하다.

저속 주행이나 항속 주행에서 숨겼던 힘은 가속 페달에 힘을 실으면 유감 없이 발휘한다. V6 3.5 가솔린 직분사 엔진은 혼다가 자랑하는 것으로, 많은 짐을 싣고 달려도 여유를 잃지 않는다. 

편안하면서도 강인한 파일럿의 주행 성향은 상시 사륜구동 시스템 i-VTM4 AWD와 만나 한층 더 완성됐다. 일반적인 상황에선 앞축만 굴려 편안한 주행감을 선사하고, 빗길이나 흙길 등 거친 노면에서는 최대 70%까지 뒷축에 동력을 전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상황에 따라 좌우 한 방향으로만 힘을 완전히 보내는 ‘트루 토크 벡터링’ 기능도 탑재됐다.

◇  6000만원대에 누리는 최신 편의·안전 기능

혼다 올 뉴 파일럿. 사진=안효문 기자

혼다의 안전기능 패키지 ‘혼다 센싱’은 신형 파일럿이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에서 최고 안전등급 ‘톱 세이프티픽 플러스(TSP+)’를 받은 일등 공신이다. 혼다 센싱은 자동 감응식 크루즈 컨트롤(90도 광각 카메라, 120도 광각 레이더 탑재)를 비롯해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LKAS) △추돌 경감 제동 시스템(CMBS) △도로 이탈 경감 시스템(RDM) △후측방 경보 시스템(BSI) 등이 업그레이드됐다. 

여기에 혼잡한 교통 상황에서 카메라로 차선을 감지하여 0㎞/h부터 작동하는 트래픽 잼 어시스트(TJA), 10△/h 이하의 저속 주행 시 차량 앞·뒤에 있는 물체를 감지해 구동력을 제어하는 저속 브레이크 컨트롤(LSBC) 등도 새롭게 추가됐다.

또, 7가지 드라이브 모드(Normal, Sport, ECON, Snow, Trail, Sand, Tow), 보스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 10.2인치 디지털 계기판, 풀 컬러 헤드업 디스플레이, 무선 충전 및 스마트폰 연결(안드로이드 오토/애플 카플레이) 등 최신 편의품목도 만족도를 높이는 요소들이다.

혼다 올 뉴 파일럿. 사진=안효문 기자

8년만에 돌아온 신차 답게 올 뉴 파일럿에선 많은 변화가 감지된다. 그러면서도 가격 인상을 억제해 경쟁력이 한층 높아졌다. 국내 대형 SUV 시장의 초기 흥행을 이끌었던 파일럿이 4세대 완전변경차로 다시 한 번 돌풍을 불러올 수 있을지 궁금하다.

2023년형 혼다 올 뉴 파일럿의 가격은 694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