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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자본확충 트렌드' 전환…후순위채권 각광

요구자본 증가로 인해 재무 건전성 확보 총력 금리·상환·자본확충 이유로 후순위채 선택 콜옵션 만기 등 하반기에도 후순위채 발행 계속

2023-09-06     최동수 기자
사진=픽사베이.
[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오랜 기간 얼어붙었던 채권시장이 안정화되자 보험사들은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권 등을 통해 자본확충에 나섰다. 건전성 지표인 신지급여력비율(K-ICS)과 새 회계제도(IFRS17)가 올해 새롭게 도입되면서 요구자본이 종전보다 늘어났고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보험사의 움직임 역시 분주해지고 있다.

특히 보험사들의 주력 상품인 저축성보험이 수입이 아닌 부채로 평가되면서 기초 자본을 늘리기 위해 금리 수준이 양호하고 조기상환이 안정적인 후순위채권이 주된 자본 확충 방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보험사들의 자본성 증권을 통한 자본확충 금액은 2조3640억원이었다. 종류별로 신종자본증권 1조4560억원, 후순위채 9080억원이 각각 발행됐다. 하반기에도 5000억원 이상의 후순위채가 발행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3조원에 가까운 자본성 증권이 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사별로 보면 NH농협생명(2500억원), 푸본현대생명(600억원), 코리안리(2500억원), 하나생명(1800억원), 교보생명(5000억원), KDB생명(2160억원)이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으며 ABL생명(1300억원), IBK연금(2000억원), 푸본현대생명(1780억원), 신한라이프(3000억원), KDB생명(900억원), 롯데손해보험(100억원)이 후순위채 발행에 성공했다.
하반기에도 보험사들의 자본확충은 이어지고 있다. 롯데손해보험은 지난 7월 600억원 규모 후순위채를 발행했으며 한화생명은 3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에 성공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난 5월 이후 신종자본증권 발행보단 후순위채에 쏠리고 있다"며 "여러 측면에서 신종자본증권보단 후순위채권이 더 유리한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7월 후순위채 발행에 성공한 롯데손해보험. 사진=롯데손해보험.

◇ 금리·수요로 연이어 후순위채 선택

보험사들이 후순위채권 발행에 집중하고 있는 배경에는 '금리'가 꼽힌다. 후순위채는 신종자본증권에 비해 조달 금리가 낮아 보험사 입장에선 비용을 줄일 수 있고 투자자들 입장에선 연 5~7% 수준의 보험사 후순위채가 같은 만기의 국고채나 회사채보다는 금리가 높아 매력적인 투자처로 꼽힌다. 보험사 후순위채는 보통 10년 만기로 발행되지만 5년 후 조기상환이 가능하다. 5년이 지난 시점부터는 자본으로 인정되는 한도가 줄어드는 만큼 보험사들도 후순위채 조기상환을 실시하는 게 일반적이다. 또 시장 수요 역시 후순위채에 쏠리고 있다는 점도 보험사들의 후순위채 선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회사가 어려울 때 당장 돈을 안 갚아도 되는 '원금 상각' 조건에 따라 신종자본증권보다 후순위채를 더 안전하다고 여기는 인식이 생겼다는 설명이다. 새 건전성 지표인 K-ICS 역시 보험사들의 후순위채 선택의 이유가 되고 있다. 킥스에서는 기존 지급여력제도(RBC)에서는 없던 신규 보험위험(장수·해지·사업비·대재해 등)이 추가됐고 신뢰수준이 향상(99→99.5%)되면서 자본확충 필요성이 더 커졌고 연이은 후순위채 발행으로 귀결됐다. 보험사 관계자는 "건전성을 확보하고 조기상환까지 가능한 만큼 보험사들은 가능한 미리 건전성을 확보해 두려는 분위기다"라며 "후순위채가 안정적이라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어 다들 앞다퉈 발행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 하반기 역시 후순위채 발행 지속

보험사들의 후순위채 발행은 하반기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조기 상환권(콜옵션) 만기가 돌아오는 자본성증권 규모가 상당한 탓이다. 만기 상환용 차환 발행을 비롯해 건전성 지표 개선을 목적으로 한 발행이 이어질 경우 하반기 채권 발행 규모는 상반기보다 커질 수 있다. 특히 올해 보험사 19곳이 새 건전성 지표인 신지급여력비율 적용을 유예하는 경과조치를 신청한 만큼 후순위채 발행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킥스 비율이 권고치(150%)를 하회하거나 기준선에 근접한 보험사는 △MG손보 △KDB생명 △푸본현대생명 △흥국생명 △하나생명 △하나손보 △동양생명 △ABL생명 △IBK 연금 등 9개 사에 달한다. 또 하반기 보험업권 콜옵션 만기도래액은 1조6000억원에 달하면서 채권 발행액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대부분의 보험사들이 자체 상환보다는 채권 발행을 통한 차환에 나설 것으로 예상돼서다. 회사별 콜옵션 도래액은 △한화손보 5400억원 △현대해상 5000억원 △KDB생명 2200억원 △미래에셋생명 2000억원 △동양생명 1000억원 △DB생명 610억원이다. 새 국제회계기준 도입으로 자금을 쌓아 건전성을 확보해 재무 건전성 관리에 합격점을 받아야 하는 보험사들 입장에서는 우선순위로 후순위채 발행을 고려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최성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부터 이어지던 공격적인 긴축이 마무리되고, 국채 금리의 하향 안정화 시도가 예상되고 있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높은 금리를 확보할 수 있는 보험사 후순위채권에 대한 관심은 지속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