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시공사 선정요건 강화…정비업계 ‘명암’

서울시, ‘공공지원 정비사업 시공자 선정기준’ 발표 공사비 검증 의무화‧대안설계 범위 축소 등 내용 담겨 건설업계 “획일화된 아파트 양산 초래…주거환경 퇴보”

2024-09-12     김하수 기자
서울 아파트 공사 현장. ⓒ연합뉴스
[데일리한국 김하수 기자] 서울시가 최근 발표한 ‘서울시 공공지원 정비사업 시공자 선정기준’과 관련해 시공사 등 정비업계에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당초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시기가 사업시행인가 이후에서 조합설립인가 이후로 앞당겨지면서 일감 확보에 청신호가 켜질 것으로 기대했으나, 오히려 규제가 강화되면서 건설업계가 정비사업 수주에 소극적인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는 의견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 8일 ‘서울시 공공지원 정비사업 시공자 선정기준’을 전면 개정했다.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 시기가 앞당겨지면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줄이기 위함이라고 시는 설명했다. 이번 시공자 선정기준 개정안의 핵심은 크게 △기존 내역입찰 외 총액입찰 추가 △공사비 검증 의무화 △대안설계 범위 축소 △입찰 참여자 개별 홍보 금지 △공공 사전검토 및 관리․감독 강화 등으로 요약된다.
우선 시는 조합(원)이 사업구역의 여건에 맞게 입찰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기존 ‘내역입찰’ 뿐 아니라 ‘총액입찰’도 가능토록 했다. 총액입찰은 입찰자가 입찰총액을 기재한 입찰서만을 제출하는 방식으로, 입찰자는 조합에 ‘공사비 총괄 내역서’를 제출해야 한다. 사업 초기에 시공사를 선정하고 시공사와 함께 세부적인 사업시행계획을 세우려는 조합이라면 ‘총액입찰’이 유리하다는 게 서울시 측의 설명이다. 건설업계는 그동안 반대해왔던 내역입찰 외에 총액입찰이 추가된 것에 대해 반기는 분위기다. 내역입찰의 경우 시공사가 설계도서를 작성해 공사비를 산정하게 하는 만큼 추후 공사비 증액 책임이 시공사에 전가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 정비사업 기간이 길어질 수 있어 시공사뿐만 아니라 조합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목소리가 제기돼 왔다. 최근 공사비를 둘러싸고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개정안에는 공사비 ‘깜깜이 증액’을 막는 내용도 포함됐다. 시는 시공사 선정 이후 과도한 공사비 증액, 이로 인한 조합-시공자 간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 최초 사업시행계획인가 시점에서 공사비를 의무적으로 검증하도록 했으며, 모든 입찰에서 작성되는 설계도면은 ‘기본설계도면 수준’을 유지토록 했다. 압구정3구역 설계자 선정과 한남2구역 설계변경 공약 등으로 인해 서울시와 조합, 시공사가 마찰을 빚는 경우가 많아진 것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특히 건축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입찰 참여자가 무분별하게 대안설계를 제시하지 못하도록 대안설계 범위도 ‘정비계획 범위 내’로 한정키로 했다. 대안설계는 정비계획의 범위 내에서 창의적인 건축 디자인과 혁신 기술 등을 포함해 제안하는 설계안을 의미한다. 시는 “앞으로는 ‘정비계획 범위 안에서만 대안설계를 제시할 수 있으며, 용적률을 10% 미만 범위에서 확대하거나, 최고 높이를 변경하는 경미한 정비계획 변경도 허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시공자 선정과정에서 시장 또는 공공지원자(구청장) 사전검토와 관리 감독 권한도 강화한다. 입찰참여자가 정비계획 범위를 벗어난 설계를 제안하거나 홍보 규정 등 기준을 위반하면 해당 입찰을 무효로 한다. 건설업계에서는 이번 ‘서울시 공공지원 정비사업 시공자 선정기준’ 개정안이 오히려 과거보다 더욱 강화된 규제라고 입을 모은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정비계획 범위 안에서만 대안설계를 제시할 수 있고, 경미한 정비계획 변경도 허용되지 않는 것이 이번 개정안의 골자인데 이 경우 획일화된 아파트 양산을 초래해 되려 주거환경을 퇴보시킬 수 있다”면서 “지역 내 랜드마크 단지를 원하는 조합원들의 의견들도 묵살될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정비업계는 서울시의 ‘공사비 검증제도 강화’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2019년부터 시행해오고 있는 공사비 검증제도가 제대로 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공사비 검증제도가 도입된 후 현장에서는 공사비 조정 효과보다 검증기간 소요로 사업지연과 조합과 건설사 간 분쟁만 더욱 키웠다”면서 “실질적인 검증기관인 한국감정원이 검증에 따른 조정기능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금액에 대한 조정기능 없이 절차만 추가된다면 시공사-조합원간 갈등만 키워 사업추진에 더욱 걸림돌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며 “적정한 공사비를 제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협의 및 감액 권고 등을 할 수 있도록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