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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국회' 어디까지 왔나(하)] 국회도 안지키는 카페 매장 내 일회용컵 제한

"외부업체가 운영하는 카페·푸드코트는 운영방식 강제 못해" 일부 직영 카페도 매장 안에서 플라스틱·종이컵 사용

2023-10-03     최나영 기자
국회 소통관 1층 푸드코트에서 음식이 일회용기에 담겨 나온 모습. 사진=데일리한국

[데일리한국 최나영 기자] “169번 고객님, 주문하신 음료 나왔습니다.”

서울 영등포구 국회 소통관 1층 한 푸드코트 카페. 지난 8월이었지만 카운터에서 직원이 부르는 소리에 가 봤더니, 레몬에이드가 종이컵에 나왔다. 종이컵엔 플라스틱 빨대가 꼽혀 있었다.

기자는 당시 키오스크에서 음료를 주문하면서 ‘매장’과 ‘포장’ 버튼 중 매장에서 마시겠다는 ‘매장’ 버튼을 누른 상태였다. 하지만 키오스크에서의 선택과는 무관하게 카운터에서는 일방적으로 일회용컵에 담긴 음료를 내어 준 것이다. 기자 외에도 매장 내 모든 고객들은 종이컵에 담긴 음료를 마시고 있었다.

카페‧음식점 내 일회용품 사용이 금지된 지 1년이 지났지만, 국회 건물 내 카페‧푸드코트에서는 여전히 매장 내 일회용컵을 버젓이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을 대표하는 입법기관으로서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모습을 보여야 할 국회가 정부의 규정을 어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 국회 카페들, 처벌 유예된 ‘종이컵’ 위주 사용

이에 대해 국회사무처는 <데일리한국>과의 통화에서 “소통관 내 푸드코트 카페 매장은 입찰을 통해 들어 온 외부 업체”라며 “우리는 그냥 건물주로서 빌려준 것이어서 우리가 외부 업체의 카페 운영 방식을 강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입찰을 할 때 다회용컵 사용 준수 여부를 조건으로 고려할 순 없는지 묻는 질문엔 “계약을 할 때 그런 단서를 붙이면 불공정 계약일 수 있기 때문에 입찰시 (계약 담당 부서가) 조건으로 못 넣었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국회 직영 카페들은 매장 내에서 다회용컵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데일리한국>이 취재한 결과, 국회 건물 내에 있는 국회 직영 카페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국회 건물 내에는 국회 본관에 2곳, 의원회관에 2곳, 도서관에 1곳, 박물관에 1곳 등 총 6곳의 국회 직영 카페가 있다.

이 중 국회 의원회관 2층에 위치한 카페의 경우 지난달 18일에도 대부분의 사람이 종이컵에 담긴 음료를 마시고 있었다. 다회용기에 담긴 음료를 마시고 있는 사람은 2~3명 정도에 그쳤다.

해당 카페가 매장 내에서 플라스틱컵 대신 종이컵을 사용한 것은 정부의 처벌을 피하기 위한 일종의 ‘꼼수’로 보인다. 현재 플라스틱 일회용컵이나 용기는 카페‧음식점 매장 내에서 사용할 경우 300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 종이컵‧플라스틱 빨대도 사용금지 대상이지만, 오는 11월23일까지 계도기간이다. 종이컵‧플라스틱 빨대의 경우 매장 내에서 사용해도 지자체 판단에 따라 처벌하지 않을 수도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매장 내 종이컵‧플라스틱 빨대 사용과 관련해 "코로나19 때문에 일회용품을 사다 놓았는데 소진을 못하고 재고품도 있고 대체품 마련도 못했을 수 있어서 계도기간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회 의원회관 2층 카페 매장 내에서 고객들이 일회용컵에 담긴 음료를 마시고 난 뒤 일회용컵을 컵홀더 비치 공간에 버리고 간 모습. 사진=데일리한국

■ 매장 내 ‘플라스틱 용기’ 사용도 발견돼…과태료 부과 대상

일부 고객이긴 하지만 매장 내에서 플라스틱컵에 담긴 음료를 마시는 경우도 있었다. 같은 날 낮 국회 도서관 카페를 확인한 결과, 대부분 다회용컵에 담긴 음료를 마시고 있었지만 일부 고객은 플라스틱컵에 담긴 음료를 마시고 있었다. 매장 내 플라스틱컵 사용은 과태료 부과 대상이다.

국회 본관 1층 카페의 경우도 사실상 매장 내 플라스틱컵을 사용하고 있다고 볼 여지가 있었다. 같은 날 낮, 카페 카운터 옆 테이블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플라스틱컵에 담긴 음료를 마시고 있었다.

다만 국회사무처는 해당 공간이 카페 매장이 아니라 국회 휴게공간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해당 테이블 바로 옆 벽면에는 ‘자원재활용법에 따라 매장 내 1회용컵 사용이 금지돼 있다’는 게시판이 붙어있는 등 사실상 카페 매장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해석할 여지가 많았다.

외부업체긴 하지만, 국회 소통관 1층 푸드코트도 일부 음식 메뉴를 매장 내에서 플라스틱을 포함한 일회용기에 담아주고 있었다. 실제 기자가 해당 푸드코트에서 몇 차례 음식을 주문해 본 결과, 대부분 음식이 다회용기에 담겨 나왔지만 ‘감자 치아바타’, ‘샐러드’를 비롯한 일부 메뉴는 '매장'을 선택해도 플라스틱을 포함한 일회용기에 담겨 나왔다.

국회 소통관 1층 카페 바로 옆에 위치한 테이블 좌석 벽면에 붙어 있는 문구. 국회 사무처는 해당 공간이 카페 매장이 아닌 휴게공간이어서 일회용컵 사용 제한 공간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일회용컵 사용 금지 문구가 붙어있는 등 해당 공간은 사실상 카페 매장 역할을 하고 있다. 사진=데일리한국

■ “앞선 모습 보여줘야 하는 국회가 규제 위반”

이와 관련해 기후위기 대응에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할 국회가 정부 규제조차 어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정음 서울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시민들의 본보기로 앞선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국회에서 매장 내 종이컵과 플라스틱컵 등 일회용컵을 사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국회 카페가 매장 내 종이컵을 사용하면서 처벌을 피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매장 내 종이컵 사용은 현재 규제 대상”이라며 “(계도기간 운영으로) 과태료 부과가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이유로 계속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회가 이것을 관리하거나 먼저 안내하는 움직임이 있어야 하는데 아직까지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런 움직임이 없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아울러 계도기간이라는 장치를 통해 많은 규제가 사문화되고 있는 만큼 계도 기간이 끝나고 명확한 규제가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부 관계자도  “계도기간이라도 법적으로는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돼 있다”며 “과태료 부과가 지자체 권한이지만 가급적이면 규제를 지키도록 (환경부는) 계속 안내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