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안병용 기자]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해 지구 200바퀴를 돌았던 재계의 노력이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국제박람회기구(BIE)의 182개 회원국 가운데 부산의 손을 들어준 국가는 29개국에 불과했다.

2030년 세계박람회(엑스포)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에서 개최된다. 29일 새벽(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외곽의 ‘팔레 드 콩그레’ 행사장에서 열린 BIE 총회에서 이같이 결정됐다.

투표는 1차에서 갈렸다. 리야드는 119표를 얻어 그대로 승부를 끝냈다. 1차에서 박빙의 결과가 나오면 2차 투표에서 역전 가능성이 있다며 선전을 기대했던 부산의 바람은 현격한 차이로 무산됐다.

당초 부산은 리야드보다 한발 늦게 유치에 뛰어들어 유치전 내내 리야드에 한참 밀린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불리한 판세를 뒤집기 위해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이들은 재계 총수들이었다.

부산엑스포 민간유치위원장을 맡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은 지난 1년간 정부 득표전을 전방위적으로 지원해 왔다. 이들은 투표일이 다가오자 프랑스 파리에 총집결해 각국 BIE 대사를 만나 부산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최태원 회장은 SK그룹이 매년 경영 전략을 논의하는 ‘CEO 세미나’를 파리에서 여는가 하면 테니스를 치다가 발목을 다치자 깁스를 하고 목발을 짚은 채로 엑스포 유치 활동을 이어가기도 했다. 깁스와 목발에 부산 엑스포 로고를 새기는 아이디어를 낸 이도 최 회장이다.

이재용 회장은 개최지 투표에서 캐스팅 보트를 쥔 것으로 평가받은 카리브해 연안국과 아프리카 국가 등 태평양도서국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지난 7월 통가를 찾은 데 이어 이달 초엔 남태평양 쿡 제도에서 열린 태평양도서국포럼(PIF)을 챙겼다.

정의선 회장은 대기업 중 가장 처음으로 엑스포유치지원전담조직(TF)를 꾸려 전 세계를 돌며 엑스포 유치전을 벌여왔다. 경쟁 도시가 위치한 중동과 현대차 사업장이 대거 위치한 유럽은 물론이고 아프리카, 태평양 도서국, 카리브해 연안국까지 돌며 지지를 호소했다.

구광모 회장 역시 미국과 캐나다, 아프리카, 폴란드 등을 돌며 유치 교섭 활동을 진행했다.

부산을 연고지로 둔 롯데그룹도 홍보 활동을 적극적으로 벌였다. 신동빈 회장은 엑스포 유치 지원 TF를 구성해 유치전에 힘을 보탰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대기업 그룹사 12개사가 지난해 6월 민간유치위 출범 뒤 만난 해외의 정상과 장관 등 고위급 인사는 175개국 3000여명에 달한다. 이들을 만나기 위해 개최한 회의는 1645회에 이른다. 삼성과 SK, 현대차, LG, 롯데 등 5대 그룹은 전체 교섭 활동의 89.6%를 차지할 정도로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왔다.

우리나라의 국제 행사 유치 배경에는 언제나 재계의 든든한 지원이 있었다. 1988년 서울올림픽과 2002년 한일월드컵,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이 대표적이다. 총수들이 선대회장들의 대를 이어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굵은 땀방울을 흘리자 엑스포 유치와 별개로 이들의 헌신에 찬사를 보내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한국과 세계를 잇는 민간 외교의 주역으로 활동했다는 점에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투표 결과 발표 직후 취재진을 만나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해 노력해준 재계와 힘써준 정부 관계자, 성원을 보내준 부산 시민들, 국회의 지원 등에 대해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