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아이콘' 한동훈, 공직자에서 정치인으로…與 비대위 출범 속도
한동훈 법무부 장관 임명 583일 만에 이임식 국민의힘, 연내 비대위 출범 목표로 준비 중 전문가들 "정치 경험 부재, 큰 결격사유 아냐"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박준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사의를 수용, 면직안을 재가했다. 한 장관이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한 데 따른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시대정신인 '공정과 상식'의 아이콘으로 여겨진 한 장관이 위기에 빠진 국민의힘을 이끌고 총선을 승리로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 尹대통령, 한동훈 면직안 재가…"공백 생기지 않도록 할 것"
김수경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오후 용산 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은 오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사의를 받아들여 면직안을 재가했다"고 밝혔다.
앞서 국민의힘은 내년 총선 정국을 이끌 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한 장관을 공식 지명했다. 한 장관은 이를 받아들여 윤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 장관의 사표가 수리된 배경에 대해 "당과 한 장관이 논의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며 말을 아꼈다. 또한 한 장관의 후임자 지명 문제와 관련해선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절차를 잘 지켜서 빈틈 없이 잘하실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 장관이 국민의힘 '구원투수'로 여의도에 입성하면서 법무부는 당분간 차관 대행체제로 운영된다.
◇ 583일 만에 법무부 떠나는 한동훈 "서민과 약자 편에 서고 싶었다"
한 장관은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한 이날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이임식을 열었다.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된 지 583일 만이다.
한 장관은 "저는 잘 하고 싶었다. 동료 시민들의 삶이 조금이나마 나아지게 하고 싶었다"며 "서민과 약자의 편에 서고 싶었다. 그리고 이 나라의 미래를 대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 장관은 "제가 한 일 중 잘못되거나 부족한 부분은, 그건 저의 의지와 책임감이 부족하거나 타협해서가 아니라, 저의 능력이 부족해서일 것이다.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다"며 "앞으로 제가 뭘 하든, 그 일을 마칠 때, 제가 똑같이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제가 한 일 중 국민들께서 좋아하시고 공감해주시는 일들은 모두, 여기, 그리고 전국에 계신 동료 공직자들의 공"이라며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국민과 함께, 사랑하는 법무부 동료 공직자들께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한 장관은 "추울 때도 더울 때도 고생하신 청사 여사님들과 방호관님들께도 고맙다. 마음으로 응원해 주신 동료시민들께 고맙다"며 "고백하건대, 저는, 여러분과 함께 일할 수 있어서 참 좋았다. 행운을 빈다"고 말을 맺었다.
◇ 與 비대위 속도감 있게 꾸려질 듯…윤재옥 "연내 출범 절차 마무리"
윤석열 정부의 성패를 가를 총선이 4개월 앞으로 다가온 만큼, 비대위는 비대위원과 당직자 인선을 거쳐 속도감있게 가동될 것으로 보인다.
윤재옥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변화와 쇄신, 미래를 갈망하는 국민 기대에 부응하고 당 혁신을 넘어 국회 개혁 등 정치 문화의 개혁을 추진할 수 있어야 한다"며 "한 장관은 이를 이룰 수 있는 가장 젊고 참신한 비대위원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당정관계에 있어서 신뢰를 기반으로 더욱 더 소통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여론에 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청년층과 중도층의 공감대를 이끌어 낼 수 있고 우리당 보수 지지층도 재결집시킬 수 있어야 한다"며 "한 장관은 차기 정치 지도자 여론조사에서 당내 1위를 고수하고 있으며 젊은 세대와 중도층으로부터 많은 기대를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 장관은 당내외 인사 다수가 추천하는 인물로 의견 수렴 과정에서 그 역할에 대해 기대감이 가장 높았던 분"이라며 "한 장관이 비대위원장을 맡게 된다면 가장 젊고 참신한 비대위원장으로 국민의힘과 대한민국 정치를 바꿔갈 것이 분명하다"고 확신했다.
비대위 출범 시기와 관련해선 "연내 출범 절차가 마무리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새해부터는 (한 장관이) 당을 이끌고, 총선 전략이나 준비가 새 지도부 중심으로 가동이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국민의힘 '구원투수' 된 한동훈, 정치 경험 부재 우려 불식에 힘쓸 듯
한 장관은 오는 26일 오전에 열리는 전국위원회에서 비대면 ARS 투표를 통해 비대위원장으로 최종 의결되면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한 장관은 당장 정치 경험이 없다는 일각의 우려를 해소하는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첫 시험대는 비대위원 선정과 함께 공천관리위원회, 선거대책위원회 등 각종 총선기구 구성이다. 수직적 당정관계에 대한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상황 속 한 장관이 개혁적 의지가 반영된 인사를 할지 주목된다.
외연 확장을 통해 답보 상태에 놓인 국민의힘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문제도 한 장관 앞에 놓인 과제다. 이 밖에 야당이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 처리를 예고한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한 입장 정리와 '신당 창당'을 예고한 이준석 전 대표와의 관계 설정 등도 풀어내야 한다.
여소야대 정국 속 대야 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갈지도 주요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더불어민주당은 한 장관의 비대위원장 수락을 놓고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통상 대통령이 먼저 후임자를 지명하고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한 뒤 이임하는 것이 수순인데, 한 장관은 법무행정의 공백은 하등 상관없다는 말이냐"며 "자신의 영달을 위해 법무행정의 공백쯤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무책임한 태도에 어처구니없다. 이런 무책임한 태도로 국무위원직을 사임하면서 대체 국민께 뭐라고 설명해드릴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 "한동훈, 野와 설전 통해 정치적 체급 키워…혁신적 인사가 '관건'"
전문가들은 한 장관의 정치경험이 비대위원장직을 소화하는 데 있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청문회를 비롯해 여러 차례 국회에 출석하면서 벌인 민주당 의원들과의 설전 등을 통해 상황 판단력을 보여주면서 정치적 체급을 키웠다는 이야기다. 다만 비대위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인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상대 진영의 허를 찌를 수 있는 비대위원을 선정해 중도층을 흡수하고, 이슈를 선점해 상대의 전략을 완전히 무력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강윤 정치평론가는 "한 장관에게 부여된 역할은 기존 정치인들과 비슷한 흉내를 내라는 것이 아니다"며 "파격적인 인사 등을 통해 혁신의 강도를 높인다면 국민 뿐만 아니라 민주당 등 다른 정당에도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