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급전창구' 신용카드 연체액 2조 돌파...카드사들 부실채권 해결 고심
최대 규모 넘어서며 연체 리스크 확대 연체액 증가에 카드 대란 되풀이될 수도 현장점검·상생금융 등 방안 내놓기 분주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최동수 기자] 신용카드 연체액이 2014년 이후 최대 규모인 2조원을 넘어섰다.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경기 불황도 계속되면서 카드값조차 제때 갚지 못하는 이들이 많아지자 대규모 신용불량자가 발생했던 20년 전 카드 대란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연체율은 물론 '리볼빙' '카드 돌려막기' 등도 급증하면서 카드사들은 올해도 실적 악화를 예상했다. 재무 건전성을 위해 충당금 잔액을 늘리며 '임시방편'에 나섰지만 연체 리스크 확대에 대한 대비는 부족한 상황이다. 금융당국도 연체율 상승에 대한 현장점검에 나서며 '급한 불 끄기'에 전념하고 있다.
9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국내 8개 카드사(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우리·하나·비씨카드)의 1개월 이상 신용카드 연체 총액은 2조51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 3분기(1조3398억원) 대비 53.1%(7118억원) 폭증한 규모다. 이 가운데 6개월 이상 장기 연체액은 2633억9300만원으로 전체 연체액의 12.8%를 차지했다.
카드사별로 보면 신한카드에서의 연체가 5378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3.2% 줄었지만 최대를 기록했다. 이어 KB국민카드가 3220억원, 롯데카드는 3056억원으로 각각 6.2%와 19.8%씩 해당 금액이 증가하며 규모가 큰 편이었다.
이밖에 카드사들에서 발생한 연체는 △삼성카드 2816억원 △우리카드 2219억원 △하나카드 2063억원 △현대카드 1281억원 △BC카드 483억원 순이었다.
연체율 역시 1년 만에 1.5배 가까이 뛰며 심각한 수준까지 올라갔다. 조사 대상 카드사들의 지난해 3분기 말 연체율은 평균 1.23%로 전년 동기 대비 0.50%포인트 높아졌다. 카드 빚을 다른 카드로 막는 카드론 대환대출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11월 기준 카드론 대환대출은 1조5960억원을 기록했으며 2022년 같은 기간(1조664억원)보다 49.6%(5296억원) 증가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연체 관련 수치는 늘고 있다"며 "카드로 결제하고 대금은 갚지 않는 고객이 늘면서 카드사들도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고금리 기조에 '카드 대란' 재현될 수도
카드 연체가 점차 늘고 있는 건 글로벌 고금리 기조가 2년 가까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침체와 경기 불황이 겹치면서 '서민들의 급전창구'라고 불리는 카드론·리볼빙 등을 이용하는 고객은 늘었는데 높은 금리로 인해 상환은커녕 이자를 내기도 버거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카드 연체에 대한 해법을 찾지 못하면 신용카드 규제 완화를 계기로 지난 2002년부터 2006년 사이 수백만명의 신용불량자를 낳았던 이른바 카드 대란이 재현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서민 급전 대출이자 이른바 빚 돌려막기의 최후 보루로 여겨지는 카드사 대출에서의 연체까지 생각하면 취약차주의 현실은 한층 위태로울 수 있다.
실제 카드사들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부실채권'의 폭탄을 안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3분기 국내 8개 카드사들의 대손상각비가 3조 1545억원을 기록하며 2022년 동기 대비 63.8% 증가했다. 카드사들은 연체율 치솟자 재무 건전성을 위해 충당금 잔액을 늘린 것이다.
문제는 연체 리스크가 올해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고금리 기조가 개선될 여지를 보이지 않으면서 이자 부담은 확대되고 비교적 취약 차주가 많은 제2금융권으로서는 여신 위험이 보다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카드사 관계자는 "수신 기능이 없는 카드사들은 결국 채권 발행으로 고객들에게 돈을 빌려줄 수 있는데 연체율, 연체액이 늘면 경영 자체도 위험해질 수 있다"며 "금융당국 차원의 방안이 필요하지만 아직까진 별다른 얘기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금융당국은 지난달 현장점검에 나선 바 있다. 이준수 금감원 부원장은 지난해 11월30일 열린 '하반기 은행·중소서민부문 주요 현안' 간담회 자리에서 "2금융권의 연체율은 올해 말 내년 초까지 계속 오를 것이다"라며 "실물경제가 좋지 않고 고금리를 부담해야 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연체율이 당분간 안 좋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하면서도 선제적인 자본확충으로 2금융권 연체율 상승이 시스템 위기로 번질 우려는 낮다고 설명했다.
카드사들도 금융당국이 요청해 마련 중인 상생금융 방안에 대출 금리 인하 등을 넣으며 고객들의 채무 부담을 낮출 예정이다. 매 분기마다 실적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상생금융을 위한 재원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연체율 하락'과 '상생'을 모두 잡기 위한 최선의 방안이라고 판단했다.
카드사 관계자는 "없는 살림에 상생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상생금융 규모와 대상을 확정하면 최대한 빠르게 진행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