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금융서비스' 지정하고 시장 확대
당국·카드사, 편의성·미래고객 확보 중점
금융 건전성 측면에서 부정적인 여론도
[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금융당국이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한 미성년자 신용카드 시장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고객에게는 현금 없이 자녀에게 용돈을 줄 수 있는 편의성을, 카드사는 새로운 활로를 개척하고 미래 고객층을 선점할 수 있는 이점이 맞물리면서 발급량도 크게 늘었다.
업계에선 미성년자 소비를 통해 카드사가 수익성을 내는 데 한계가 있고 미성년자의 신용관리와 과소비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신용카드 사용액은 결국 부채기 때문에 금융 지식이 부족한 미성년자에게 신용카드 사용을 허가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해서 지적이 이어진다. 이에 카드사들은 미성년자를 위한 금융교육을 실시하는 등 대비책을 마련해 우려에 대응하고 있다.
7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미성년자 전용 신용카드인 '신한카드 마이 틴즈' 발급량은 지난 10월까지 1만1830매를 기록했다. 카드가 출시된 2021년(3072매)보다 30% 이상 증가한 수치다. 현재까지 총발급량은 2만6320매로 2년 동안 카드 발급량만 285% 늘었다.
'신한카드 마이 틴즈'는 만 12세 이상부터 18세까지의 청소년 전용 가족 신용카드로 부모의 유효한 개인 신용카드에 연결해 사용하는 방식이다. 기본 한도는 월 10만원까지며 요청 시 월 50만원까지 상향 조정할 수 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마이틴즈카드는 출시 후 발급이 꾸준히 늘고 있다"며 "미성년 자녀에게 건전한 금융 생활을 미리 제공하고 부모의 카드를 자녀에게 양도·대여하는 관행을 개선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삼성카드의 가족카드인 '삼성 iD POCKET 카드' 역시 올해 발급량이 지난해 대비 42% 증가했다. '삼성 iD POCKET 카드'도 기본 이용 한도가 월 10만원으로 부모 요청 시 50만원까지 상향할 수 있다. 또 자녀의 지출 내역 알림 서비스를 제공한다. 삼성카드는 올 들어 서비스 개편을 거쳐 카드 이용 가능 업종을 확대하고 회당 결제 금액 제한을 없앴다.
이에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2021년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통해 미성년자 대상 신용카드 발급을 제한적으로 허용했다. 신한카드와 삼성카드가 해당 사업에 참여했으며 미성년자 신용카드 시장 수요가 확인되자 지난 6월에는 우리·현대카드도 혁신금융서비스로 추가 지정됐다. 우리·현대카드는 내년 상반기 미성년자 대상 가족카드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 편의성 확대·미래 고객 확보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
미성년자 신용카드 발급 허용을 통해 금융당국은 금융거래 편의성 확대를, 카드업계는 미래 고객 확보를 기대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미성년자의 신용카드 발급이 소비자 편의성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미성년자들과 부모 세대의 금융거래 편의성에 대한 수요가 시장 확대를 유도했다고 분석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편리함으로 인해 카드 사용이 늘고 있다"며 "결국 '현금 없는 사회'를 추구하는 정책 방향에 부합하는 혁신 서비스다"라고 설명했다.
카드업계도 미성년자 신용카드 시장 확대에 대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경제활동인구 감소로 인해 카드 시장이 점차 포화 상태가 되면서 카드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발급 대상이 청소년으로 확대되면서 장기적 관점에선 이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현재 청소년들인 Z세대와 알파세대 모두 어릴 때부터 신용카드를 사용하면서 브랜드 및 카드 사용에 대한 이미지를 확고하게 심어줄 수 있다는 이점도 존재한다.
카드사 관계자는 "결재한도액이 설정되어 있어 수익성이 큰 상품은 아니다"라면서 "장기적으로 봤을 때 신용카드를 오래 사용하면 해당 카드사만 이용하는 'Lock-In'(록인)효과도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무분별한 사용에 부작용 우려도…'제한'·'교육'이 대안
다만 일각에선 금융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청소년들이 신용카드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면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 카드 시장 포화를 이유로 미성년자에게 무분별한 신용카드를 발급해 주는 것은 건전성 측면에서 올바르지 못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최근 적지 않은 청소년들이 잘못된 금융 이용 습관을 들였다가 신용도나 연체 등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심심찮게 드러나고 있다. 자칫 사채와 같은 불법 사금융에 손을 대고 헤어 나오지 못할 채무 부담에 빠질 가능성도 충분하다.
전문가들은 미성년자들이 감당 가능한 한도 내에서 효율적으로 소비하는 습관을 미리 들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러한 지적에 카드업계는 미성년자 신용카드 사용 한도를 월 최대 50만원까지로 제한하고 카드 사용 업종을 교통, 학원 등 제한하는 등 미성년자의 무분별한 사용을 막기 위한 대안을 시행하고 있다.
이에 카드사들은 신용카드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을 막기 위해 미성년자들을 대상으로 한 금융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신한카드는 지난달 1일 금융감독원과 함께 '금융'을 주제로 '아름인 독서퀴즈대회'를 개최했다. 해당 대회는 초등학교 4학년에서 6학년 어린이들을 참가했으며 올바른 금융 지식 함양 및 독서 문화 확산을 위해 마련됐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아름인 독서퀴즈대회가 어린이들에게 금융 지식을 넓히고 독서의 즐거움을 깨닫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됐기를 바란다"며 "앞으로도 신한금융그룹의 ESG 전략과 연계해 미래세대의 금융역량 강화에 힘쓰며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삼성카드·우리카드·현대카드도 금감원이 주관하는 '1사1교 금융교육'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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