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5곳·카드 1곳·저축은행 3곳...제2금융권 인수·합병 '해 지나도 안갯속'
매물 계속 나오지만 전망 좋지 않아 높은 매각가 낮추고 건정성 높여야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최동수 기자] 지난해 글로벌 고금리 여파가 인수합병(M&A) 시장을 덮치면서 보험·카드·저축은행 등 2금융사들의 M&A 역시 지지부진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성공적인 M&A를 위해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고 있지만 성사 직전 무산된 사례가 속출하면서 올해 전망 역시 밝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상대적으로 높은 매각가를 합리적으로 재설정하고 회사의 가치를 끌어올려야 M&A가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고있다. 전문가들도 올해는 금융지주사들이 적극적으로 M&A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회사는 건전성을 높이고 M&A 시장은 활기를 되찾으면 M&A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1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현재 M&A 시장에 나와있는 2금융사들은 보험사 5곳, 카드사 1곳, 저축은행 3곳 등으로 다수의 금융사가 인수합병을 기다리고 있다. 특히 매물은 많지만 지난해 단 한 건의 인수합병도 이뤄지지 않은 보험사들은 바뀐 새 회계제도(IFRS17)의 불확실성이 다소 걷혀 지난해보다는 성공확률이 높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재 M&A 시장에 나와있는 보험사들은 KDB생명을 비롯해 ABL생명, MG손해보험 등이며 올해는 동양생명과 롯데손해보험도 매각을 본격화 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가장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보험사는 롯데손해보험과 동양생명이다.
롯데손해보험은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이익 2629억원을 기록하며 실적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시장에서도 롯데손해보험을 알짜 기업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사모펀드가 최대주주인 만큼 매각 성사를 위해선 가격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잠재매물'로 꼽히고 있는 동양생명은 최근 6년여 만에 중국인 최고경영자(CEO)들이 물러나고 한국인 대표이사가 새로 선임되자 업계에서는 매각을 본격화하기 위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보험사들이 연이어 매물로 나오면서 비은행부문의 경쟁력이 낮은 것으로 평가되는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등 금융지주사들이 적극적으로 인수합병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하나금융지주는 지난해 10월 KDB생명 인수와 관련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가 인수를 포기한 바 있다. 당시 하나금융은 비은행부문 성장을 위해 M&A를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밝힌 만큼 추후 보험사 인수를 다시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 계열사가 없는 우리금융지주도 원하는 매물이 나오면 인수전에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보험사보다는 증권사 인수를 우선으로 하고있는 만큼 보험사가 포함된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장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지주사 전환을 노리고 있는 교보생명도 손보사 인수에 적극적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단 1건도 인수합병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올해는 재무 불확실성이 해소된만큼 어느정도 기대하고 있다"며 "금융지주의 인수가 가장 유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카드사·저축은행도 매각 작업 어려워
카드사 중 유일한 매물인 롯데카드도 매각 작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2년 4월 롯데카드 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매각 작업에 착수했지만 지지부진한 상황이 이어지자 롯데카드 자회사인 로카모빌리티를 맥쿼리자산운용에 매각하는 등 몸값 낮추기에 들어갔고 올해는 매각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금융지주 내 카드사들이 합병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인수합병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점유율을 끌어올리려는 카드사들이 롯데카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실제 제안에 나서기까진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인한 건전성 우려가 커진 저축은행들의 M&A도 올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재 매물로 나와 있는 저축은행은 상상인·한화·애큐온 등이다. 이 가운데 상상인저축은행은 지난해 11월 인수가 성사될 뻔 했지만 우리금융지주가 인수 의사를 철회하면서 무산됐다.
한화그룹도 지난해 7월부터 한화저축은행 매각을 추진하고 있으며 업계 6위권 애큐온저축은행도 올해부터 매각 작업이 본격화할 전망이지만 인수에 선뜻 나설 기업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 너무 비싼 매각가 낮춰야
제2금융권의 인수합병 러시가 이어지고 있지만 업계에선 무리한 매각가를 합리적으로 낮춰야 M&A 시장이 활발해 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 알짜매물로 평가받는 롯데손해보험은 매각가가 2조원 수준으로 책정되면서 과도하다는 평가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카드 역시 매각 희망가를 3조원으로 제시하면서 고평가 논란에 휩싸였고 매각가가 너무 높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한화그룹도 한화저축은행 판매를 위해 몇몇 금융사와 협상 테이블을 차렸지만 인수 가격에 대한 이견이 커 거래가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전문가들은 인수에 나설 금융사들의 재정 건전성이 회복되어야 인수합병을 빠르게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연이어 매각에 나섰던 KDB생명의 경우 인수가격이 2000억원 수준으로 평가됐지만 인수 이후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최소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1조원까지 투입해야 하는 것으로 관측되면서 인수가 연이어 불발됐다.
MG손보의 경우에도 재무 건전성이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나면서 지난해 두 차례의 매각 절차가 모두 실패해 올해 재매각에 나설 전망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인수에 나설 기업들은 있지만 인수 후 재정 상황을 끌어올리는 데 부담을 갖고 있다"며 "자체적으로 개선이 되어야 본격적으로 M&A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