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정비사업 수주 ‘신중모드’…경쟁보다 '무혈입성' 택해
‘공사비 1조원’ 노량진1구역, 포스코이앤씨와 수의계약 유력 송파구 가락삼익맨숀, 건설사 응찰 포기로 시공사 선정 무산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김하수 기자] 올해에도 재건축‧재개발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건설사들이 경쟁 없이 수의계약 방식으로 시공권을 획득하는 ‘무혈입성(無血入城)’ 사례가 늘고 있다. 주택시장 불확실성이 길어지고, 공사비가 급등하면서 무리한 사업 수주보다 철저한 사업성 분석을 통한 선별 수주에 나서는 분위기다.
18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이앤씨는 노량진뉴타운 최대어로 꼽히는 노량진1재정비촉진구역(노량진1구역) 재개발사업에 단독으로 입찰했다.
노량진재정비촉진지구 내 8개 구역 중 가장 규모가 큰 노량진1구역은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278-1번지 일대 13만2132㎡(구역면적)에 지하 4층~지상33층, 28개 동 아파트 2992가구를 신축하는 사업이다. 총 공사비는 약 1조900억원 규모다.
이번 입찰은 두 번째 입찰로, 지난해 9월 열린 첫 현장설명회에 7개 건설사가 몰렸으나 11월 입찰에는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이어 12월 진행된 2차 현장설명회에는 삼성물산, GS건설, 포스코이앤씨, 호반건설, 금호건설, 효성중공업 등 6개사가 참석했지만 막상 입찰에 참여한 건 포스코이앤씨 한 곳뿐이었다.
타 건설사들이 노량진1구역 입찰에 발을 뺀 이유는 조합과 시공사간 공사비를 둘러싼 간극이 크기 때문이다. 시공사들은 조합이 책정한 공사비(3.3㎡당 730만원)가 물가 대비 너무 낮다고 지적한다.
송파구 재건축 최대어로 꼽히던 가락삼익맨숀 재건축사업도 최근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진행해왔으나 응찰한 건설사가 단 한 곳도 없어 유찰됐다.
가락삼익맨숀아파트 재건축은 서울시 송파구 송파동 166번지 일대에 지하 3층~지상 30층, 16개동, 공동주택 1531가구와 부대복리시설 등을 건립하는 사업이다.
이곳은 지하철 3·5호선 오금역과 5호선 방이역을 걸어서 갈 수 있는 ‘더블 역세권’ 입지로 꼽히고, 교육 여건과 인프라가 뛰어난 입지조건을 갖췄다고 평가 받는다.
지난해 12월 시공사 현장설명회에 현대건설, 대우건설, 금호건설, 동부건설, GS건설, 효성중공업, HDC현대산업개발, 포스코이앤씨 등이 참석했다. 이중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이 조합이 정한 기한 내에 입찰참여 의향서를 제출하면서 2파전 구도로 시공권 확보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대우건설이 이달 16일 입찰 마감일을 앞두고 입찰 포기 의사를 밝혔다. 사업지 선정 기준과 부합하지 않고, 선별적인 수주 행보에 나서겠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현대건설의 무혈입성 가능성이 점쳐졌지만 현대건설도 입찰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대형사간 빅매치 성사 가능성이 무산됐다.
건설사들이 발을 뺀 이유는 낮은 공사비가 꼽힌다. 가락삼익 재건축조합이 제시한 공사비 예정가격은 6340억9200만원으로, 3.3㎡당 공사비 입찰 상한액이 809만원 수준이다. 특히 조합이 하이엔드 브랜드를 희망하면서 수익을 낼 수 없다고 판단한 건설사들이 발을 뺀 것으로 파악된다. 조합은 이달 말 중 다시 입찰공고를 내고 시공자 선정에 나설 계획이다.
이처럼 건설사들이 정비사업 수주에 몸을 사리는 이유는 고금리에 건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 경색과 고금리 기조 장기화, 원자잿값 급등 많은 악재가 겹치면서 건설사들이 수주 가능성과 수익성이 높은 사업장만 선별 수주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는 것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치솟은 공사비를 고려하면 낮은 공사비로 사업을 따내봤자 오히려 손해라는 판단에 무리한 사업 수주보다는 철저한 사업성 분석으로 선별적 수주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서울 알짜사업지나 대형사업지에서도 이러한 분위기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