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한 실적 타개하라'...데이터·플랫폼으로 무장하는 카드사들
신규 먹거리로 플랫폼·데이터 낙점 다양한 방안 통해 부가가치 창출 수수료 인하 등 본업 경쟁력 갖춰야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최동수 기자] 고금리 장기화와 연체율 상승에 따른 실적 악화로 고심 중인 카드사들이 본업인 결제 서비스를 대체할 신규 먹거리 찾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카드사들은 기존 플랫폼을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강화하고 결제 데이터를 활용한 사업에도 진출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비금융 서비스를 강화하고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해 추가 수익원을 창출한다는 전략이지만 일각에선 카드사가 애플페이 등 각종 페이 서비스로 인해 본업 경쟁력 약화된 상황에서 '부업'에 집중하는 건 장기적인 전략으론 부족하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25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전업 카드사 중 7곳은 종합 금융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신한카드는 '신한 SOL페이', KB국민카드는 'KB Pay', 삼성카드는 '삼성카드', 롯데카드는 '디지로카', 우리카드는 '우리WON카드', 하나카드는 '원큐Pay', BC카드는 '페이북'을 선보였다.
각 카드사들은 결제 서비스, 뱅킹, 자산관리 등 금융 관련 서비스를 갖춘 기존 플랫폼에 전자증명서, 상품 판매, 문화 콘텐츠 제공 등 생활과 밀접한 영역의 비금융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면서 플랫폼 이용자를 유인하기 위해 노력을 쏟고 있다.
특히 업계 1위인 신한카드의 경우 '신한 SOL페이'를 통해 금융권 최초로 모바일 오프라인 간편결제를 제공했고 최근 '가족 피싱 지킴이' 서비스까지 도입했다. KB국민카드도 KB Pay에서 생필품, 여행 상품, 공연 티켓 등을 판매하며 새벽 배송과 라이브 쇼핑 서비스까지 즐길 수 있다.
롯데카드도 최근 디지로카 앱을 통해 반려동물 건강관리를 돕는 정기결제 서비스 '펫케어'를 출시했고 BC카드는 '페이북' 앱에 비대면 금융투자 서비스를 선보이며 관련 고객 흡수에 나섰다.
서비스 확장이 연이어 이뤄지면서 카드사의 종합금융플랫폼 월간 이용자 수(MAU)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신한카드의 '신한플레이(신한pLay)'는 3월 기준 MAU는 831만명까지 성장했고 KB국민카드의 플랫폼인 'KB페이' 3월 MAU도 648만명으로 작년 9월(417만명)보다 55%나 늘었다.
롯데카드 '디지로카' 앱은 같은 기간 380만명, 하나카드의 공식 앱인 '원큐페이'는 374만3000명을 달성했다. 우리카드의 '우리 원(WON) 카드' MAU도 366만명으로 격차가 거의 없었다. 다만 삼성카드를 비롯한 삼성 금융계열사(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증권) 통합 앱인 모니모의 MAU는 200만명대로 다소 저조하다.
카드사 관계자는 "최근 여행객이 크게 늘면서 관련 상품 등 다양한 영역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사업성이 점차 갖추고 있다"며 "보안, 펫 등 서비스를 더욱 확대하면 더 많은 소비자 유입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 데이터 활용 통해 부가가치 창출
종합 금융 플랫폼과 더불어 카드사들은 데이터 활용 사업 역시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7월 금융위원회로부터 데이터전문기관으로 지정된 신한·삼성·BC카드 3사는 일찌감치 자사 회원들의 데이터를 활용해 데이터 상품과 서비스 등을 개발하며 새로운 수익모델을 발굴하는 중이다.
신한카드는 소비 정보에 통신·쇼핑 등 비금융 정보를 결합해 상권·소비 행태 분석을 지원하고 있고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업에 컨설팅을 제공하는 사업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삼성카드도 민간 데이터댐 '데이터 얼라이언스'를 출범한 뒤 여러 업종의 데이터 상품을 기획·판매하고 정부·공공기관 등의 데이터 사업에도 공동 참여할 계획이다.
KB국민카드도 최근 데이터 얼라이언스 DATAi의 위원사들과 함께 공공 및 민간에서 가장 활용도가 높았던 데이터 결합 모형을 이용하여 이종 산업간 결합 데이터 상품을 출시했다. BC카드 역시 소비와 이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큐레이션 모델을 구축해 관광·헬스 등 산업 분야 데이터를 결합한 서비스들을 발굴하고 있다.
데이터 주도권을 쥐기 위한 이종 산업과의 연합도 활발하다. 카드사별로 통신·유통·IT·신용정보 등 다양한 기업들과 합종연횡을 통해 데이터동맹을 구축했으며, 이를 통해 금융권을 넘어 소비자의 매출 행태를 보다 전방위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은 가시적 성과로도 나타나고 있다. 금융데이터거래소에 등록된 카드사의 일반데이터 상품은 1만건을 돌파했으며 가장 많은 구매 건수를 기록한 상품도 카드사들이 차지했다. 또 공공기관들의 정책사업 등에도 카드사들의 가명 결합 데이터들이 활용되는 등 새로운 부가가치가 창출되고 있다.
카드사 관계자는 "데이터 사업과 이를 기반으로 한 결제 플랫폼이 신수익 창출원이 될 수 있다"며 "빅데이터를 처리하며 갖춘 노하우를 활용해 데이터 판매 등 신사업 개척과 수익 다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 미래 먹거리보다 규제 완화 등 선행돼야
어려워진 업황을 타개하기 위해 카드사들은 미래 먹거리 개발에 열중하고 있지만 일각에선 신사업 발굴보단 규제 완화, 수수료율 조정이 카드사 실적 개선에 더욱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수익성이 0%대까지 악화된 신용판매 부문이 강화되어야 카드사의 장기적인 비전이 구체화될 수 있다는 것.
이에 카드업계에선 조달 비용 축소와 가맹점 수수료 인상에 대해 빠른 해결을 촉구하며 적격비용 제도를 폐지하거나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게 변경해야 된다는 입장을 꾸준히 내고 있다.
카드사의 수익 다각화를 위한 실질적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논의됐던 종합지급결제업(종지업) 도입을 들 수 있다. 종지업이란 은행이 아닌 전자금융사업자가 지급결제 계좌를 개설, 예금과 대출을 제외한 카드대금 결제나 보험료 납입 등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제도다.
대부분의 신사업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점도 아쉽다. 데이터 산업의 경우 금융데이터거래소에 게재된 카드사 데이터 대부분이 무료로 제공되고 있으며 명확한 수익모델 역시 불분명하다. 실제 신한카드는 지난 2022년 데이터 관련 매출이 100억원을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데이터 사업에 소모된 비용과 같은 해 신한카드의 전체 매출규모(영업수익 4조7612억원) 등을 감안했을 때 데이터 부분의 수익성은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카드사 관계자는 "본업을 제외하고 수익성을 가져가기는 현재 상황에선 어렵다"며 "현실적으로 수수료율만 조정된다면 카드사의 숨통이 트일 수 있을 것이다"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