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법인 연이은 실적 감소 '발등의 불'
글로벌 고금리 추세 이어지며 경영 악화
합병·내실 경영 등 통해 현지 공략 본격화

지난해 열린 KB국민카드 인도네시아 현지법인 KB Finansia Multi Finance 우수 직원 시상식. 사진=KB국민카드.
지난해 열린 KB국민카드 인도네시아 현지법인 KB Finansia Multi Finance 우수 직원 시상식. 사진=KB국민카드.

[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카드사들이 가맹점 수수료 인하·조달 금리 상승 등으로 국내 업황이 악화되자 해외 진출을 통해 해법을 찾고 있지만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카드를 제외한 카드사 해외법인은 실적이 감소했거나 적자가 지속됐다.

업계에서는 지지부진한 카드사 해외법인의 실적을 놓고 시장 공략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지만 각 카드사들은 해외사업이 기업 입장에서 실적 변동성이 클 수밖에 없는 만큼 비용 절감, 연체율 관리 등 자산건전성 확보를 통해 해당 사업을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4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해외법인을 설립한 5개 전업 카드사(KB국민·신한·우리·롯데·하나카드) 중 우리카드를 제외한 카드사 해외법인의 당기순이익이 감소했다. 특히 KB국민카드와 신한카드는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에 지난해 해외사업에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KB국민카드는 지난해 순이익 5억4200만원을 기록하면서 2022년보다 97.9% 감소한 수치를 보여줬다. 캄보디아 2곳(KB대한특수은행, 아이파이낸스리싱), 인도네시아(PT KB파이낸시아멀티파이낸스), 태국(KB제이캐피탈) 등 해외법인 4곳 모두 실적이 줄었다.

신한카드 역시 카자흐스탄 법인의 순이익이 69억원으로 전년(-86억원) 대비 흑자전환했으나 가장 볼륨이 큰 베트남법인이 41억원의 순손실을 내며 전년(173억원) 대비 적자전환한 것이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 미얀마법인 역시 7억원 순손실로 전년(45억원) 대비 적자로 돌아섰다.

하나카드도 지난해 순손실이 1500만원으로 적자가 지속됐고 롯데카드의 유일한 해외법인인 베트남 법인 역시 12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반면 우리카드는 해외법인에서 지난해 92억원(전년대비 162.3% 증가)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했다. 법인별로 보면 미얀마 법인은 23억원, 인도네시아 법인은 69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해외사업은 국가별 상황에 영향을 받는 만큼 기업 입장에서 실적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이미 해외에 진출해 진영을 구축한 카드사들은 해외에서 반전을 노리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9년 진행된 신한카드 '신한베트남파이낸스(SVFC)' 출범식. 사진=신한카드.
지난 2019년 진행된 신한카드 '신한베트남파이낸스(SVFC)' 출범식. 사진=신한카드.

◇ 글로벌 고금리 이어지며 실적 악화

카드사 해외법인 실적이 매년 개선되지 않는 이유는 글로벌 고금리 추세가 계속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미국의 금리 인상, 중국경기둔화에 따라 각 진출 국가의 조달 금리가 상승했고 경기침체로 고객들의 상환능력이 저하되면서 연체율도 증가했다.

또 대부분의 해외법인이 몰려있는 중앙아시아나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주력 사업으로 펼쳐온 자동차 할부금융과 리스가 크게 감소하면서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미얀마에 진출한 해외법인의 경우 지난 2021년 일어난 내전으로 인해 사업 전반에 고충을 겪고 있다.

이와 더불어 일부 카드사의 경우 이번 달부터 '채무재조정자산 상환유예 프로그램(특별금융)'이 종료될 예정이라 이에 대한 선제적 조치로 충당금을 추가 적립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카드사 관계자는 "동남아에서 비우호적 금융시장 환경이 지속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도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카드사들의 노력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 합병·건전성 관리 등 내실 경영 추진하며 적자 개선

카드사들은 해외법인 실적 악화에도 투자를 이어가겠다는 반응이다. 해외사업을 통해 성장성이 점차 낮아지고 있는 국내 카드 산업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에 카드사들은 올해 내실 경영을 중심으로 수익성 회복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KB국민카드는 올해를 목표로 캄보디아법인 2곳의 합병을 추진한다. 부동산담보 대출과 신차 및 중고차 할부금융, 카드 서비스 등을 취급하는 'KB대한특수은행'과 오토바이, 자동차 등의 리스를 취급하는 '아이파이낸스리싱'을 합병하면 사업영역 확장에 따른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더불어 지방 지역 영업 확대, 채무 재조정 등 자산 관리에 집중해 내실 성장의 기반을 마련할 예정이다.

신한카드도 현지 차별화 전략을 통해 국가별 역량 강화에 집중하고 수익 창출을 노린다. 특히 천영일 전 카자흐스탄 법인장을 베트남 법인장으로 임명한 신한카드는 베트남 시장에서 고객 분석과 대출 기준을 정교화하고 적정 한도 운영 등 조치를 통해 연체율을 개선할 계획이다.

우리카드 역시 건전성 관리를 중심으로 내실 경영을 추진하고 영업 기반도 확대해 디지털 경쟁력을 강화하는 등 외형성장에 중점을 둔 경영을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롯데카드도 우량 포트폴리오 위주의 자산 확대로 이익을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해외법인 자체가 초기 비용이 많이 들어가고 현지 상황에도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며 "정체된 국내 카드산업에 비해 블루오션이라는 평가를 받는 만큼 안정적인 자산 성장과 비용 효율화를 통해 적자 폭을 줄일 예정이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