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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포 닫고 모집인 줄고...카드사들 몸집 축소 가속화

수수료·조달 비용 부담에 조직 슬림화 영업 점포·카드 모집인 매년 감소 추세 금융 소외계층 위해 전문성 끌어올려야

2024-05-10     최동수 기자
사진=연합뉴스.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최동수 기자] 고금리 장기화로 인한 조달비용 부담과 연이은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카드사가 조직 슬림화로 비용 절감에 나섰다. 영업점포를 잇달아 줄였고 대면 영업의 주축이었던 카드모집인도 감소세가 이어지면서 1/3 수준으로 축소됐다. 내실 경영을 강조하고 있는 카드사의 몸집 줄이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업계에선 점포나 모집인을 무작정 줄이기보단 이들의 전문성을 끌어올려 역량을 강화하고 통합형 점포를 통해 관리 능력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금융소외 계층을 위해 점포와 모집인 축소가 더 이상 확대되면 안 된다는 의견 역시 존재한다.

10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8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하나·BC·우리카드)의 국내 영업 점포는 121개로 전년 대비 24개(16.5%) 감소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206개)과 비교하면 4년 만에 절반 가까이(41%) 감소했다.

카드사별 영업 점포 현황을 보면 현대카드가 지난해에만 국내 지점 15개를 줄이면서 감소 폭이 가장 컸다. 롯데카드는 6개를 줄였고 신한·삼성·KB국민카드는 1개씩 점포 문을 닫았다. 하나·우리·BC카드는 기존 점포를 유지했다.

영업 점포가 감소하면서 이곳에서 영업활동을 하던 카드 모집인도 덩달아 줄었다. 국내 카드사 8곳의 카드 모집인은 2019년 1만1382명에서 지난해 5433명으로 52.2% 감소했다. 카드 모집인 수는 매년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연도별 카드 모집인 수는 △2018년 말 1만2607명 △2019년 말 1만1382명 △2020년 말 9217명 △2022년 말 7678명이다.

앞서 1999년 정부의 카드 활성화 정책과 함께 카드사 핵심 영업 인력으로 자리 잡은 카드 모집인은 2000년대 초반 10만명에 육박할 만큼 거대 조직으로 성장했다. 이후 카드사들이 고객 유치를 위해 상품에 대한 이해와 전문지식을 필요로 하는 인적자원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전문직으로 자리를 잡았고 급여 역시 인센티브제를 시행해 높은 연봉의 직업군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대면 영업을 꺼리는 MZ세대로 소비 트렌드가 넘어가면서 모바일·홈페이지 등을 통한 카드 발급이 자리를 잡았고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금융이 활성화되자 카드 모집인들도 자리를 점차 잃었다.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 모집인 지원자도 줄었고 카드사들도 모집인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장기적인 측면에서 줄여나가는 추세다"라며 "여신전문금융법에 따라 한곳의 카드사와만 전속계약을 맺고 활동하도록 규정돼 있어 영업 점포 감소는 자연스럽게 모집인 감소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

◇ 실적 악화에 자연스러운 긴축 경영

업계에선 카드사들이 잇따라 오프라인 영업조직의 몸집을 줄이는 이유에 대해 '실적 악화'를 꼽았다. 실제 지난해 8개 카드사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조5741억원으로 전년(2조7269억원) 대비 5.6% 감소했다. 현대카드를 제외하고 사실상 7개 카드사의 순이익 모두 줄었다. 특히 우리카드와 BC카드의 경우 순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45.2%, 49.1% 줄며 감소 폭이 가장 컸다.

글로벌 고금리 기조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조달 비용이 늘어난 것도 영업점 축소 원인 중 하나다. 카드사는 은행과 달리 수신(예금) 기능이 없어 채권을 발행해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데 앞서 빌렸던 카드채의 만기가 순차적으로 도래하면서 수익성 악화를 상쇄하기 위한 비용 절감 필요성이 큰 상황이다.

결국 카드사들은 영업 점포와 카드 모집인을 줄여 비용을 축소하는 경영을 택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카드 모집인은 카드 회원을 유치할 때마다 카드사로부터 10만~20만원 수준의 수당을 받는다. 또 카드사들이 모집인 관리를 위해 점포 운영에 투입하는 비용까지 고려하면 카드 모집인 1명에 들어가는 비용은 약 40만원에 달한다.

반면 비대면 카드 발급의 경우 연회비 감면 등의 혜택을 제공하더라도 대면 영업 관련 인건비, 점포 운영비 등이 절감되기 때문에 카드 모집인을 통해 고객을 유치하는 것보다 비용을 절반 수준으로 아낄 수 있다.

소비의 주축이자 카드사의 주요 고객이었던 베이비붐 세대의 경제활동이 뜸해지고 MZ세대로 신용카드 주요 고객의 세대교체가 이뤄진 것도 카드 모집인 쇠퇴에 영향을 줬다. 카드고릴라가 지난해 8월 진행한 '첫 신용카드를 만들었던 나이는?'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3128명 중 2027명이 20대(만 19~29세)였다고 응답했다. 참여 인원의 64.8%가 20대에 처음으로 신용카드를 발급받은 것이다.

아울러 편의성을 중시하는 금융소비자들이 비대면 금융에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는 점도 카드 모집인 입지 축소에 영향을 줬다.

카드사 관계자는 "비용을 줄이고 기존 사업을 유지하는 게 올해 카드사들의 주요 경영전략인데 점포와 모집인 감소는 이러한 경영전략에 적합하다"며 "모집인을 늘리기보단 비대면 마케팅을 강화하는 게 비용이나 영향력을 봤을 때 더 효율적이다"라고 설명했다.

◇ 금융 소외계층·불완전판매 증가 우려

다만 일각에선 카드사들의 효율 경영과는 별개로 점포와 모집인이 줄면 금융소외 계층은 물론 '불완전판매'가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모바일, 인터넷 등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MZ세대와 달리 스마트폰조차 사용하기 어려운 고령층은 대면 영업으로만 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소비자들이 자신의 소비패턴에 맞는 카드를 찾고 올바르게 카드를 사용할 수 있도록 모집인의 역할을 제고해야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업계에서도 카드 모집인 수가 너무 줄어들면 사후관리와 카드를 통한 대출상품 권유, 상품소개 등 카드사들의 향후 경쟁력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면서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일정 인원은 유지해야된다고 강조했다.

일부 카드 모집인들 역시 적정선의 카드 모집인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카드 모집인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모집인을 그만두려 한다는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일부 카드모집인은 "하루 종일 일을 해도 카드 1장 만들기 어려운 상황" "카드 모집인보단 보험설계사가 더 각광받는 직업"이라는 등의 글이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지난 2020년 2월 이후 무기한 연기했던 카드 모집인 시험을 부활시키는 등 전문성을 끌어올려 역량을 강화할 예정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여전히 고령층 등 디지털 소외계층에겐 대면 서비스가 절실한 만큼 사회적 책무의 관점에서 모집인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도 관련 규제를 완화해 모집인을 통한 영업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