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생명·롯데손보 놓고 우리금융 마음 엇갈린 이유 '과도한 몸값?'
비은행 강화 노리고 동양·ABL생명 인수 높은 은행 의존도 낮출 수 있길 기대 롯데손보 매각 실패로 보험사 M&A 불투명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최동수 기자]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를 노리는 우리금융그룹의 선택을 받은 보험사는 '동양생명'이었다. 롯데손해보험과 동양생명 인수를 통해 비은행 포트폴리오의 마지막 퍼즐인 보험 부문 확장에 속도를 내던 우리금융은 결국 롯데손보 인수를 포기하고 생보사 인수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선 우리금융그룹의 이번 인수에 대해 '선택과 집중'이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한다.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로 보험업계에서 영향력을 키워나가겠다는 우리금융은 '고평가 논란'에 빠진 롯데손보 인수전에선 발을 빼면서 불필요한 투자를 줄이고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효율적으로 노리겠다는 심산이다. 다만 롯데손보는 새 주인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면서 보험사 M&A(인수합병) 시장은 하반기에도 불투명할 것으로 보인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우리금융그룹은 롯데손보에 대한 실사 결과,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겠단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그룹 관계자는 "비은행 경쟁력 강화 방안의 일환으로 롯데손해보험 지분 인수를 검토했으나 인수를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롯데손보 인수전에서 유일한 전략적투자자(SI)였던 우리금융이 불참하며 본입찰에는 외국계 투자자 1~2곳이 참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우리금융그룹은 최근 중국 다자보험그룹으로부터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패키지로 인수하는 내용의 비구속적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인수를 위한 실사를 추진 중이다. 현재 동양생명의 최대 주주는 중국 다자보험으로 지분 42.01%를 갖고 있고 2대 주주는 중국 안방그룹이 지분 33.33%를 보유하고 있다. ABL생명의 경우 중국 다자보험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관건은 동양생명의 가격이다. 우리금융이 지난 1분기 실적 때 밝힌 자금 여력은 1조8000억원이다. 최근 발생한 4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감안하면 2조원 안팎의 매입가면 안정적인 인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우리금융은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합쳐 2조5000억원 수준에 인수하려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다자보험에서 희망 매각가를 높게 측정할 경우 우리금융 입장에서는 또다시 부담으로 작용해 인수를 포기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 은행 의존도 낮출 수 있는 효과적인 인수
우리금융은 이번 보험사 인수를 통해 그룹 당기순이익 중 95%에 달하는 은행 의존도를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5월 한국포스증권을 인수하고 우리종합금융과 합병한 '우리투자증권' 출범을 앞둔 우리금융은 이번 동양·ABL생명 인수로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이 최종적으로 보험사를 인수하고 합병하면 생보업계는 큰 변화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자산을 합치면 49조9109억원으로 △삼성생명(280조4704억원) △교보생명(116조799억원) △한화생명(113조6177억원) △신한라이프생명(57조5952억원) △NH농협생명(53조8435억원)에 이어 생보사들 중 6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업계에서도 우리금융이 이번 인수에 성공하면 보험사가 그룹 전체 실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 동양생명은 지난해 역대 최대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튼튼한 수익성을 자랑했다. ABL생명 역시 800억원대 순익을 올린 점을 감안하면 보험사가 우리금융의 핵심 자회사로 단숨에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중국 다자보험 등 대주주 지분이 75.4%인 동양생명의 경우 지배주주 기준으로는 반영되는 이익 규모는 실제보다 다소 줄어들 수 있다. 결국 보험사로 인해 5대 금융지주 순이익 순위 변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지만 4위 경쟁을 벌이고 있는 농협금융그룹과의 격차를 더욱 벌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보험사 관계자는 "중국 다자보험 측에서 동양생명과 ABL생명 매각에 발 빠르게 움직이는 만큼 서로 수요가 강한 상황을 볼 때 순조롭게 매각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며 "인수가 마무리되면 다른 생명보험사들도 우리금융의 보험사를 견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 롯데손보 인수 불발로 보험사 M&A 시장 불투명
우리금융이 본입찰에서 발을 빼면서 다급해진 곳은 롯데손보다. 당초 우리금융은 일찍이 롯데손보를 점찍고 지난 4월 예비입찰에 참여한 뒤 실사를 진행했지만 인수 가격을 놓고 대주주인 사모펀드 JKL파트너스와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결국 인수가 불발됐다.
앞서 롯데손보의 최대 주주인 JKL파트너스는 롯데손보의 매각 가격을 2조원대에서 최대 3조원까지 희망하고 있는 반면 우리금융은 지분가치 이상의 오버페이(과다지급)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고 시장에서는 입찰예상가를 1조5000억∼1조8000억원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도 현재 높게 매겨진 매각가를 낮춰야 롯데손보가 팔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우리금융지주 외에 국내 금융그룹이 등판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지만 최종적으로 본입찰에 참여한 곳은 없다"고 설명했다.
결국 '고평가 논란'으로 인해 롯데손보 인수가 최종적으로 틀어지면서 보험사 M&A 시장은 또다시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지난 2020년 KB금융지주가 푸르덴셜생명을 사들인 이후로 약 4년 만에 대형 딜이 성사되기 직전이지만 우량 매물로 알려진 롯데손보가 매각에 실패하면서 동양생명 인수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보험업계에는 롯데손보를 포함해 △KDB생명 △MG손해보험 △악사손해보험 △메트라이프생명 등이 잠재 매각 매물로 평가받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많은 보험사들이 현재 M&A를 노리고 있지만 업황이 악화되면서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라며 "우량 매물로 평가받던 롯데손보 인수가 무산되면서 추후 타 보험사들도 재정 건전성 관리에 더욱 집중해야 인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