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신보험 인기 줄자 다양한 혜택 탑재
보험금 면제 등 눈길 끌 만한 특약도
연금·종신보험 경계는 허물어야
[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생명보험사들이 고령화와 금융당국의 제재 등으로 상품성이 떨어진 종신보험의 인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 사망뿐 아니라 암 같은 주요 질병까지 함께 보장하는 형태의 종신보험 상품을 속속 선보이며 소비자 수요에 맞춘 상품 다각화로 포화된 종신보험 시장 속에서 활로를 찾기 위한 자구책을 마련 중이다.
생보사들이 보장을 다변화한 종신보험 상품을 내놓으며 전략 선회에 나서고 있지만 일각에선 일부 보험사가 연금 전환 조건도 포함되어 있는 특약을 함께 판매하면서 연금보험과 종신보험의 구분이 모호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KDB생명은 최근 단기납 종신보험인 '더블찬스 종신보험'을 출시했다. 해당 상품은 가입자가 일반 암을 진단받거나 상해·질병으로 50% 이상의 후유장애를 입은 것으로 판정될 경우 보험료를 모두 돌려준다. 이 경우 가입자는 납입면제가 돼 앞으로 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계약이 유지된다.
또 KDB생명 상품은 한발 더 나아가 납입 면제된 가입자에게 10년 시점 해지환급률 124%를 적용해 환급금까지 지급한다. 가입자는 냈던 보험료를 돌려받고 납입면제가 돼 낸 보험료가 한 푼 없는데도 환급금을 받을 수 있다.
KDB생명 관계자는 "기존 종신보험에 비해 자금 활용도를 높인 만큼 소비자들이 미래를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한화생명의 경우 최근 사망에 암 보장을 결합한 '암플러스 종신보험'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고객이 암에 걸렸을 때 사망보장을 2배로 올려주고 남은 보험료 부담을 없애준다. 또 그동안 낸 보험료는 암진단자금으로 돌려준다.
동양생명은 건강보장 기능과 노후 자산 형성을 위한 적립 보너스 혜택을 결합한 '수호천사내가만드는유니버셜종신보험'을 출시했고 DB생명은 가입 7년을 기점으로 주계약 기납입보험료의 100%를 해약환급금으로 보장하는 '백년친구 간편한 700종신보험'을 내놓았다.
미래에셋생명도 주식투자 비중을 최대 72%까지 올려 수익률을 강조한 변액종신보험을 내놨다. 노후 생활비로 해지환급금을 활용할 때 펀드 운용 실적과 관계없이 예정 최저적립금 적용 이율 1.5%를 기준으로 계산된 생활자금을 최저보증 받는 것이 특징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종신보험에 대한 인기가 줄어들면서 보험료를 돌려주거나 요양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의 혜택을 늘리고 있다"며 "종신보험이 생보사의 주력 상품인 만큼 이러한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환급률 과잉 경쟁이 특약 다양성 이끌어
생명보험사들이 단기납 종신보험에 각종 혜택을 보장하는 특약을 탑재하면서 활로를 모색하는 데에는 금융당국의 제재가 주효했다. 최근 생보사들은 새 국제회계제도(IFRS17) 도입 이후 보험계약마진(CSM) 확보 수단으로 단기납 종신보험이 떠오르자 가입자 유치를 위해 환급률을 130~135%까지 늘리고 과열 경쟁을 이어갔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하나생명을 필두로 환급률 경쟁에 불이 붙었는데 신한라이프의 경우 업계 최고 수준인 135% 환급률을 내걸기도 했다.
절판마케팅까지 성행하며 소비자 피해 우려가 커지자 결국 금융당국은 과당경쟁을 막기 위해 단기납 종신보험 최대 환금률을 130% 미만으로 제한했다. 그러자 단기납 종신보험 환급률은 121~124%대로 안정화됐고 환급률 경쟁이 꺾이자 생보사들은 주요 질병을 보장하는 특약을 붙이며 종신보험의 보장을 다변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선회했다.
또 일부 보험사의 경우 보험금 면제나 투자운용을 결합하는 등 새로운 형태의 종신보험 개발에 적극적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종신보험을 포함한 보장성 상품이 CSM 확보에 유리한 만큼 생보사 입장에선 포기할 수 없는 상품이다"라며 "이제 단기납 종신보험도 높은 환급률을 내세우는 게 불가능하다 보니 수요가 많은 건강보장을 연계하는 방향으로 종신보험 상품을 출시하는 추세다"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일부 종신보험에 연금 전환 특약이 포함되면서 종신보험과 연금보험의 경계가 모호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금 전환 특약은 사망을 보장하는 종신보험에 가입했더라도 일정 조건만 충족하면 노후를 대비하는 연금보험으로 전환할 수 있는 상품이다. 실제 일부 생보사의 종신보험의 경우 해당 특약을 넣으면서 가입을 유도하고 있다.
이에 업계에선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만큼 금융당국이 종신보험과 연금보험의 경계를 허물고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불완전판매에 대한 우려는 있지만 상품에 대한 자율성이 강조되고 있는 만큼 규제 개선은 시급한 상황이다"라며 "종신보험에 대한 가입을 늘리기 위해선 다양한 상품의 결합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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