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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 안 하니 못한 '명품 가방' 대리사과…野도 與도 맹폭

대통령실, "검찰 조사과정서 심정 드러낸 것 법률대리인이 전달" "'개 사과' 이어 국민 우습게 여겨" "사과는 받는 사람에 맞춰야"

2024-07-26     박준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하와이를 방문한 김건희 여사가 8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 히캄 공군기지에 도착해 공군 1호기에서 내린 뒤 하와이 주지사 부부 등 영접 인사를 만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박준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인 김건희 여사가 변호인의 입을 빌려 이른바 '명품 가방 수수' 논란에 사과한 것을 두고 정치권이 시끄럽다. 대통령실은 말을 아끼는 분위기지만 야권은 물론 여권 내부에서도 일제히 고개를 내젓고 있어 김 여사가 직접 나서 입을 열지 주목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여사가 변호인을 통해 해당 논란에 처음으로 입장을 표명한 것을 두고 "검찰 조사 과정에서 김 여사가 심정을 드러낸 것을 법률대리인이 전달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여사의 법률대리인인 최지우 변호사는 전날 매일신문 유튜브 채널 '이동재의 뉴스캐피닛'에 출연해 "명품 가방 사건의 경우 경위가 어찌 됐든 간에 (김 여사는) 국민에게 죄송하다는 생각을 갖고 계신다"며 "조서에는 기재되지 않았지만 (김 여사가) 수사를 받기 전 검사들에게도 ‘이런 자리에서 뵙게 돼 송구스럽다’ ‘심려를 끼쳐드려 국민에게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성실히 조사에 임했다"고 말했다.

법률대리인을 통해 전해졌지만 김 여사가 사과의 뜻을 밝힌 것은 지난해 11월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가 의혹을 제기한 이후 처음이다. 김 여사는 검찰 조사를 받으며 서울의소리에서 취재 요청이 왔을 때 윤 대통령이 관련 사실을 알게 됐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해당 논란에 가급적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김 여사가 명품 가방을 받은 사실을 인지한 시점과 검찰에 가방을 제출했는지에 관한 질문에도 "검찰 조사중인 사안이라 특별하게 말씀드릴 게 없다"고 말했다.

김건희 여사. 사진=대통령실 제공

명품 가방 수수와 관련해 김 여사가 사과 입장을 표명하긴 했지만 대리인을 내세운 방식 때문에 또 다른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사과할 거면 국민들 앞에 정중히 나와 고개 숙여 진심을 다해 말해도 받아들여질지 알 수 없는 일인데, 대리인을 통한 사과를 하다니 귀를 의심했다"며 "'개 사과'로 온 국민에게 모멸감을 느끼게 하더니 이번에는 '대리 사과'로 국민을 우습게 여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을 통해 "영부인은 입이 없나, 발이 없나. 사과하려면 지난 1월15일 한동훈 비대위원장에게 보낸 문자대로 직접 국민 앞에, 언론 앞에서 사과하면 된다"며 "왜 검찰을 대통령실로 소환해 조사받으면서 검사에게 사과하나. 검사가 국민인가, 언론인가. 비굴하다"고 꼬집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같은 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대국민 사과를 변호인 통해서 간접적으로 한다? 그게 무슨 대국민 사과냐"며 "심하게 말하면 '장난치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변호인이 '김건희씨 사과는 조서에 안 적혀 있다'고 말했는데 이는 공식 기록상 김건희씨가 사과하지 않도록 배려한 것"이라며 "나중에 문제가 되면 '변호인이 그냥 알아서 처리한 문제'가 되는 것으로 이건 눈 가리고 아웅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권 내부에서도 적절치 못했다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김경율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은 이날 오전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일반 국민들 입장에서는 사과하는 데 있어서 그런 중간 과정이 있는 경우가 없다"며 “제3자를 통해서 검찰 조사 직전에 검사 상대로 했다는 건데 국민들이 알고 있는 방식과 전혀 다르다”라고 지적했다.

김 전 위원은 “왜 이와 같은 일들을 자꾸 키울까”라며 “이 같은 일을 풀어나가는 데 있어서 (중요한 건) 국민 눈높이일 텐데 저 정도로 동떨어져 있을까”라고 비판했다.

여당 소장파로 분류되는 김재섭 의원도 같은 방송에 나와서 "사과라는 것은 하는 사람이 기준이 아니라 받는 사람이 기준이어야 되지 않느냐"며 "그런데 받는 사람이 국민인데, 국민들이 보시기에 김건희 여사의 저 일련의 조사, 사과의 과정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사과냐고 하면 거기에는 못 미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과는 받는 사람한테 맞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 여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연루 의혹과 최재영 목사에게서 300만원 상당의 명품 가방과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으로 지난 20일 검찰청이 아닌 제3의 장소에서 약 12시간 동안 검찰 조사를 받았다. 조사가 비공개로 진행된 데다 검찰청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조사가 이뤄지면서 특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