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의 두산 합병 작심 발언...'정보 부족하면 횟수 제한 없이 정정 요구'
밸류업 공시 등 자발적 참여 요청 "적극 소통했다면 오해 없었을 것" 자산운용사에는 역할과 책임 당부
[데일리한국 김영문 기자] "(합병 관련) 증권신고서에 기업구조 개편의 효과와 의사결정 과정, 합병으로 인한 위험 등 주주들이 의사결정을 하는 데에 필요한 정보가 충분히 기재돼 있어야 한다. 아직 (두산로보틱스의 정정 신고서를) 검토 중이나 만일 관련해서 부족함이 있다면 횟수에 제한을 두지 않고 지속적으로 정정 요청하겠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8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자산운용사 CEO 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두산 합병 논란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이 원장은 "당국은 소액주주의 이익은 보호하면서도 기업의 부담은 적은 여러 제도들을 차분히 검토 중이나 일부 정치권에서 지나치게 규제적인 방법으로 기업의 의사결정에 관여할 수 있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며 "소액주주 보호 실패 사례들이 반복된다면 이러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으니, 기업들은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대기업과 같은 선도 기업들이 밸류업 자율 공시 등에 자발적으로 참여해 국민들에 신뢰를 줘야 한다"며 "회사의 가치나 성장성 제고 전략 등을 시장과 공유하고 투자자들과 적극 소통했다면 지금과 같은 시장의 오해는 없었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또 이날 자리에서는 최근 변동성이 확대된 증시와 그에 따른 미국주식 주간거래 오류 관련 이야기도 나왔다.
먼저 최근 변동성이 확대된 증시에 대해 이 원장은 "과거 비슷한 사례와 비교해 봤을 때 이번 사례는 환율, 실물 경제와 연동이 안 됐다는 점이 이례적으로, 수급 문제나 심리적 측면이 강하지 않았나 싶다"라며 "단기 수급과 관련해 필요한 정책 수단은 마련해 두었으나 이보다는 금투세 문제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결 등을 속도감 있게 해결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에 따른 미국주식 주간거래 먹통 사태와 관련해서는 "특정 시간에 거래가 몰려서 생긴 기술적인 문제로 보이고 현재 확인 중이다"라며 "이로 인해 손익이 발생했다는 것은 투자자들의 자율적 투자의사 결정이 침해된 것이기 때문에 중개사들에 책임이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열린 금융감독원장·자산운용사 CEO 간담회에서는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자산운용사의 역할에 대해 논의됐다. 간담회에는 이 원장과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 23개 운용사 대표 등이 참석했다.
간담회 진행에 앞서 이 원장은 자산운용사가 자본시장의 핵심 투자 주체인 만큼 적극적인 역할과 책임을 강조하며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 △시장질서 확립 △건전성장 도모를 당부했다.
이후 간담회에서 자산운용사 CEO들은 금융당국에 밸류업 프로그램의 자발적 참여를 위한 정책적 지원, 공모펀드 시장 활성화를 위한 가입 절차 간소화 및 세제 혜택,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먼저,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운용사 CEO는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도입 등이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이끌 수 있을 것으로 보이고 밸류업 프로그램의 자발적 참여를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 금투세와 관련해서는 투자자들의 국내 투자 위축, 국내 주식시장에서의 자금 이탈, 펀드런 등 부작용이 예상돼 대부분의 운용사가 폐지를 주장했다. 일부 운용사는 불가피하게 금투세를 시행하더라도 사회적 논의를 통한 공감대 형성, 제반 인프라 구축, 보완책 마련 등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아울러 자산운용사 CEO들은 공모펀드 시장 활성화를 위해 펀드 가입 절차 간소화와 장기투자 세제 혜택 등이 필요하며 펀드시장의 장기투자 문화 확립을 위해 단기 성과 중심의 펀드매니저 평가 체계가 개선돼야 한다고 했다. 외국계 운용사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한 국내 진출 및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요청했다.
이 원장은 "이번 간담회에서 논의된 사항을 감독 업무에 적극 반영하겠다"며 "조만간 간담회, 열린 토론회를 개최해 자본시장 선진화에 필요한 공감대를 본격적으로 형성해 나갈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