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편 기업 주가 이틀 연속 하락...두산밥캣, 매수 청구 금액 하회
배당 매력 감소에 외인 이탈...이틀간 300만주 순매도
국민연금 포함 주주 57% 매수 청구 시 개편안 '발목'

두산. 사진=연합뉴스
두산.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김영문 기자] 지난 11일 두산그룹의 기업구조 개편안 발표로 그룹 전반의 주가가 출렁이고 있다. 특히 이번 개편안으로 상장폐지될 예정인 두산밥캣의 주가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가격을 밑돌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흐름이 이어져 주주의 57%가량이 청구권을 행사할 경우 개편에 발목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두산의 주가는 전일 대비 5.01% 하락한 22만7500원으로 장을 마쳤다. 그뿐만 아니라 자회사인 두산로보틱스와 두산에너빌리티, 두산밥캣 모두 전일 대비 각각 4.06%, 2.78%, 1.94% 떨어졌다. 이틀 연속 하락세다.

최근 두산 그룹주들의 주가가 출렁이고 있는 이유는 11일 두산그룹이 사업 시너지 극대화 및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사업구조 개편안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개편안 내용 중 투자자들의 관심을 끈 것은 두산밥캣의 두산로보틱스 완전 자회사화다. 현재 두산에너빌리티 자회사인 두산밥캣은 향후 인적분할, 두산로보틱스와의 합병 및 포괄적 주식교환을 거쳐 상장 폐지 되고 두산로보틱스의 자회사로 남는다.

이번 개편안으로 두산로보틱스의 북미 중심 경쟁력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두산이 인수하기 전 밥캣은 이미 미국 유명 건설기계 회사였던 만큼 북미와 유럽에 폭넓은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딜러망을 두산로보틱스가 활용해 시장 진입을 위한 비용 절감 효과와 더불어 원활한 AS 서비스 등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이번 개편으로 두산은 두산밥캣의 지배력 확대와 함께 배당금 수취가 가능해진다. 기존 두산의 두산밥캣에 대한 실질 지배력은 약 13.8%였으나 개편이 완료되면 42%로 늘어난다. 이로 인해 배당금 수취가 가능해졌는데, 지난해 두산의 연결 영업이익의 약 97%, 1조3899억원을 기록한 두산밥캣인 만큼 배당금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할 전망이다.

반면, 이번 개편으로 두산밥캣이 상장폐지 되면서 두산밥캣의 주주들은 해외 투자자들 중심으로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무려 1조원이 넘는 안정적인 이익 창출 능력과 함께 이에 대한 배당금을 기대하고 투자 중이었으나 두산로보틱스에 합병되면 이러한 장점이 다소 희석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두산그룹의 개편안 발표 이후인 지난 12일과 15일 이틀간 외국인투자자들이 무려 300만주가량을 순매도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경우 핵심 자회사가 떨어져 나간다는 소식에 지난 12일 주가가 전일 대비 4.35% 떨어졌다. 그러나 지난 15일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들에게 오히려 이득이 될 수 있다는 증권사 리포트에 주가가 소폭 반등하기도 했다. 

이번 개편안으로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들은 100주당 두산에너빌리티 존속법인 약 75.3주, 두산로보틱스 약 3.15주를 받게 되는데,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리포트에서 "떼어주는 두산밥캣보다 받는 두산로보틱스 주식의 가치가 더 크다"고 말했다.

이어 "분할로 인해 두산에너빌리티의 기업가치는 약 11.3% 하락하는데 주식 수는 24.7% 하락하므로 주가는 약 17.6% 상승할 것이다"라며 "실제 기업가치에는 시장가치가 중요하지만, 주식 수를 분할할 때는 장부가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또 허민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분할합병에 따른 두산에너빌리티의 이익 감소 수준은 미미할 것으로 보이는데, 물론 배당 수익은 감소하지만 두산밥캣을 위해 부담했던 차입금 7200억원을 포함해 순부채 1조2000억원, 금융비용 660억원이 실적에서 제외될 것이기 때문이다"라며 "이에 따른 향후 세전이익 감소효과는 9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두산그룹의 이번 개편안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두산밥캣,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들의 매수청구권이 과도하게 청구돼서는 안된다. 두산그룹은 두산밥캣의 주식매수청구권 규모는 약 1조5000억원, 두산에너빌리티에는 약 6000억원을 설정했다. 두산밥캣 주주들의 경우 주가가 5만400원 수준을,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들은 2만850원을 밑돌 경우 주식 매수를 청구하면 된다.

16일 기준, 두산에너빌리티의 주가는 매수청구권 금액을 소폭 웃돌고 있으나 두산밥캣의 경우 하회하고 있다. 이와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경우 두산밥캣의 주주들은 주식매수를 청구할 확률이 높다.

지난해말 기준 두산밥캣의 주주는 두산에너빌리티 외에 전체 7.15%을 보유한 국민연금공단과 44.9%의 소액주주들로 구성돼 있다. 주식매수청구권의 한도는 약 3000만주 수준으로, 두산에너빌리티 외 주주의 57% 이상이 청구권을 행사할 경우 두산그룹의 이번 개편안은 제동이 걸리게 된다.

두산밥캣과 두산에너빌리티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가능 기간은 오는 9월 25일~10월 15일이며, 개편 일정이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두산로보틱스 교환 신주는 오는 11월 25일 상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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