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밥캣 주주들 상장폐지 철회에도 고민 한가득...로보틱스 활용법에 손익 '흔들'
합병시 로보틱스의 밥캣 지분 기존 100%→46% 감소 전문가 "배당 늘리면 주주 이득이나 오버행 발생 우려" 공시 직후 주가는 주식매수청구권 소멸로 급락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김영문 기자]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의 합병 비율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자 두산그룹이 두산밥캣의 상장폐지 결정을 철회했다.
이로써 두산밥캣 주주들은 한시름 놓게 됐으나 두산로보틱스의 지분이 기존 100%에서 46%로 줄어들면서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를 두고 머리를 싸매고 있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29일 장 마감 후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의 합병 철회 결정을 공시했다. 두산밥캣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거센 상황에서 포괄적 교환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금융감독원이 2차례나 정정 제출을 요구해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두산그룹은 두산밥캣을 기존 두산에너빌리티의 자회사에서 두산로보틱스의 자회사로 이전하고,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두산밥캣을 상장 폐지하는 기업구조 개편안을 발표했으나 두산밥캣 투자자들의 거센 반발을 마주했다. 이번 개편안으로 두산밥캣 투자자들은 1조원의 안정적인 이익 창출 능력을 갖춘 회사의 주식을 적자에 허덕이는 회사의 주식으로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회사의 가치를 적정하게 산정해 그에 맞는 수준으로 주식을 교환한다면 이같은 논란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비율이 1대0.63으로 산정되면서 논란은 더욱 가중됐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이를 문제 삼아 "투자자에게 필요한 정보가 부족할 경우 충족될 때까지 증권신고서를 정정 요청하겠다"라고 말하는 등 수차례 언급했다. 즉, 이같은 합병비율을 정한 이유를 상세히 설명해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특히 지난 26일 금융감독원이 실제로 두산로보틱스가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대한 2차 정정요구서 제출을 요청하면서 결국 주식교환 방식의 합병을 철회하게 됐다.
다만 두산그룹은 두산밥캣 지분을 보유한 두산에너빌리티 신설법인과 두산로보틱스간의 합병은 예정대로 추진할 예정이다. 이를 놓고 증권가에서는 낙관론과 비관론이 교차하고 있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두산밥캣의 입장에서는 대주주가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두산로보틱스로 바뀌는 이벤트로 전환됐다”며 “최대주주 변경 외의 다른 변화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상장폐지 철회로 두산밥캣 투자자들은 한숨을 돌리게 됐다. 그러나 기존 계획대로 분할합병이 완료되면 두산로보틱스는 두산에너빌리티가 소유 중인 두산밥캣 지분 약 46%를 확보하게 된다. 기존 100% 자회사에서 46%로 낮아진 점이 오히려 두산밥캣 소액주주들의 머릿속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당초 상장폐지가 됐다면 두산그룹의 두산로보틱스 활용방안을 두고 고민했어야 했는데, 두산밥캣이 유지돼 회사의 활용방안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정 KB증권 연구원은 "두산로보틱스가 아직 충분한 규모의 매출이 발생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연구개발과 투자에 대한 니즈가 크고 차입금 상환에 대한 부담도 발생하게 되는 상황이라 고배당에 대한 유인이 클 것이다"라고 말했다.
반면 "두산로보틱스가 향후 두산밥캣 지분 일부매각을 통해 차입금 상환 등을 시도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라며 "이 경우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 이슈가 불거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상장폐지가 철회된 직후인 30일, 두산밥캣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5% 넘게 빠졌다. 두산로보틱스와 두산에너빌리티가 모두 오른 것과는 대조적이다.
두산밥캣의 주가 급락은 상장폐지가 철회됨과 동시에 주식매수청구권도 소멸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초 두산그룹은 두산밥캣 주주들에게 약 5만원의 주식매수청구권을 설정했는데, 이것이 소멸되면서 그간 주가를 떠받쳐 온 안전장치가 사라진 것이다.
이에 두산밥캣 주가는 두산에너빌리티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들이 인적분할을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약 6%의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이 최근 SK그룹의 개편안에 반대표를 던진 만큼 합병이 무산될 수 있다. 두산밥캣이 두산에너빌리티의 자회사로 남는다면 주가가 다시금 반등할 확률이 높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