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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계, 치솟는 환율에 고조되는 위기감

자동차·해운, 단기적 매출 증대 가능성 원자재·유류비 부담에 대부분 업종 '한숨'  

2024-12-11     안효문 기자
마산가포신항에서 선적 대기 중인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 사진=GM 한국사업장 제공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안효문·최용구·김소미 기자] 11일 오전 8시 현재 원달러 환율은 1430원을 기록했다. 11월말 1400원 밑으로 떨어진지 채 일주일이 되지 않아 재차 치솟고 있다. 지난 3일 비상계엄 당일 야간 거리에서 1440원까지 오른 이후 극심한 변동성을 나타내는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1450원 돌파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 산업계는 환율변동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많은 상품을 해외에 판매하고, 원자재와 부품 대부분을 수입의 의존한다. 일반적으로 환율이 오르면 수출에 유리하고 수입에 불리하지만, 극심한 불확실성에 국내 산업계는 손익계산에 한창이다. 

◇자동차·조선업계, 매출 증대 기대

11일 산업계에 따르면 환율인상으로 자동차와 해운업계는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 국산 제품들의 해외가격을 낮출 여력이 생기면서 매출 증대를 기대할 수 있어서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는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때 국내 자동차업계 매출이 약 4000억원 증가한다고 추정했다. 조선해운업계도 고환율이 매출증가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조선업계는 선박 대금, 해운업계는 운임을 달러로 받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국내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국내 조선업계의 주요 먹거리인 LNG운반선의 경우 약 70%를 국산 자재로 쓴다”며 “매출 증대에 원자재 수입에 대한 리스크도 적은 만큼 (원화가치 하락에 대한) 우려가 적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해 지난 2022년 인도한 20만㎥급 LNG운반선. 사진=HD한국조선해양 제공 

다만 자동차 업계 입장은 조심스럽다. 단기적으로 매출이 오를 수 있지만 원자재나 부품 수입 비용이 증가해 수익구조가 되려 악화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완성차 업체들은 일반적으로 수개월 단위로 부품 및 원자재 매입 계약을 체결하는 만큼 당장의 환율 변동이 생산비용에 영향을 미치진 않지만, 내년 상반기까지 고환율 기조가 이어질 경우 계약 갱신 시 추가될 비용이 큰 부담이다.

노조의 움직임도 변수다. 금속노조는 윤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 표결이 무산된 지난 7일 적극적인 단체행동을 시사했다. 전면파업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가운데 현대차, 기아, GM 한국사업장 등 국내 자동차 주요 생산거점에선 부분 파업이 일부 진행된 바 있다.

◇항공·철강·석화 ‘울상’...배터리·방산 ‘예의주시’

대한항공이 운용 중인 보잉 787-10. 사진=대한항공 제공

항공업계는 비상이다. 항공기 리스료와 연료비 등 주요 비용을 달러로 결제하기 때문에 환율 급등은 수익성 악화로 직결된다. 특히 연료비는 항공사 전체 운영비에서 약 30%를 차지한다. 대한항공의 경우 연간 3100만 배럴의 항공유를 쓴다.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르면 3100만달러(9일 기준 444억원)의 손해를 보는 셈이다. 저비용항공사(LCC)들도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환율과 유가 상승은 항공사 수익성을 직접적으로 압박하는 요인”이라며 “환헤지(위험회피) 전략과 비용 절감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철강, 정유 및 석유화학 업계는 원자재 구매 부담이 한층 더 커졌다. 기존 고환율 기조에 비용저감을 추진했던 터라 여력도 많지 않다. 현재 글로벌 업황도 좋지 않아 원가 인상을 제품가격에 반영하기도 어렵다. 원자재 확보부터 판매까지 해외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만큼 뾰족한 해법이 없는 상황이다.

국내 철강업계 관계자는 “환율변동에 대한 대응전략은 이미 세워둔 상황”이라며 “계엄 후 환율변동 리스크에 대해선 아직까지 업체들 간 공동 대응책 마련에 나설 정도로 의견이 나오진 않았다. 현재로선 이렇다 저렇다 말하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 미국 애리조나 공장, 사진=LG에너지솔루션 제공

배터리 업계는 최근 수년간 진행한 대규모 해외투자의 부담이 커졌다. 미국 등지에서 대규모 생산 시설을 구축 중인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은 환율 변동에 따른 투자 비용 증가와 운영 부담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맏이격인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환위험 관리를 위한 별도의 전담 부서를 운용하고 통화선도계약과 통화스왑계약을 각각 체결했다. 하지만 규모가 수백억원대 수준이라 고환율에 대응하긴 역부족이란 분석도 나온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환율 상승이 매출 증대에 기여할 수 있지만, 원가 부담과 재무 리스크가 장기적으로 더 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올해 해외 수주를 크게 늘린 방산업계는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고환율 기조가 수출엔 유리하지만 향후 계약조건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또 방산업체들은 각국 정부를 대상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 대외신용도 등에도 민감할 수 밖에 없다.

방산업계 한 관계자는 “(계엄사태 이후) 해외 VIP 대상 홍보일정이 갑자기 취소되기도 했다”며 “환율 변동에 대응할 수 있는 여러 조건들이 있는데,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물가인상률을 반영하지 않는다던지 대응 방안을 세워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