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제주항공 참사, 조사에 진실성부터 확보해야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김소미 기자] "진실은 모든 비극의 치유제다."-도스토옙스키
2024년 12월29일,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여객기가 무안공항 착륙 도중 콘크리트 둔덕과 충돌해 화재로 이어진 참사가 발생했다. 한국 항공 역사상 최악의 비극으로 남게 될 이 사고로 179명의 소중한 생명을 잃었고, 전 국민의 가슴에 깊은 상흔을 남겼다. 사고 후 9일째인 오늘에서야 모든 희생자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사고 원인 조사를 둘러싼 논의는 여전히 뜨겁다.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는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과 콘크리트 기반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 문제가 거론된다. 사고는 활주로 끝단에서 약 200m 떨어진 로컬라이저에 항공기가 충돌하면서 발생했다.
해당 시설은 국제표준과는 다른 방식으로 설치됐다. 공항 환경 관리를 책임지는 국토부와 한국공항공사의 과실 여부가 논란이다. 특히 콘크리트 둔덕 개량사업에서 설계와 시공이 일치하지 않았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책임 소재가 더욱 복잡해졌다. 물론 공항 시설 외에 기체 정비 상태나 조종사의 대처 능력 등에도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의 조사 과정은 시작부터 불신에 직면했다. 유족들은 국토교통부가 설계, 시공, 관리 등 공항 운영의 핵심 책임자인데도 조사에 직접 관여하는 것을 '셀프 조사'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국토부가 구성한 사조위에는 전직 국토부 관료와 항공정책실장이 포함돼 있어, 독립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유족 대표단은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조사 기구를 설치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국토부는 유족의 요구를 일축했다. 사조위는 장관 지휘 아래 운영되지 않기 때문에 독립성이 보장된다는 것이다.
또 조종사노동조합연맹의 조사 참여 요청마저 거절되면서 현장 경험을 가진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조차 배제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커지고 있다.
179명의 희생자 가족들은 깊은 슬픔과 상실감을 안고 있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공허한 책임 공방이 아니라, 명확한 책임 규명과 실질적인 지원이다. 사고 원인 조사와 피해자 지원 대책이 신속하고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
비극은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 도스토옙스키의 말처럼 진상 규명이 가장 중요한 시점이다. 참사의 진실이 밝혀질 때, 희생자와 유족의 고통이 조금이라도 덜어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