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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주주 배만 불린다'...SK이노·LG화학·CJ ENM 소액주주들 '물적분할 부글부글'

특정 사업부 분리, 100% 자회사화…지주사 디스카운트 초래
물적분할 발표 후 주가↓…LG엔솔 상장 후 모회사 주가 우려↑
"모회사 주주 권리 소외"…지배주주 권한만 더욱 강화하는 꼴

2022-01-06     정우교 기자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가 지난해 12월 20일 금융위원회 앞에서 '대선후보에게 보내는 성명서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정우교 기자
[데일리한국 정우교 기자] 기업의 물적분할을 두고 시장의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기업은 자금 조달, 신사업 투자 등을 물적분할의 목적으로 설명하고 있으나, 소액주주들은 주주가치를 훼손하고 지배주주의 '배'만 불리는 행위일 뿐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LG화학, CJ ENM, 포스코, NHN 등은 물적분할과 관련해 최근 소액주주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물적분할이란 기업이 특정 사업부를 분리해 100% 자회사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분할비율에 따라 보유 지분이 나눠지는 인적분할과 달리 물적분할은 모회사 주주들이 신설법인(자회사)의 지분을 보유하지 못한다.

논란은 물적분할 자체가 아니라 분리된 자회사가 상장하면서 모회사의 기업 가치를 떨어뜨리는 '지주사 디스카운트'에서 시작됐다. 물적분할은 통상 한 기업의 알짜 사업부가 대상인데, 이곳이 분리될 경우 모회사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저평가받을 수 밖에 없으며, 이는 곧 주가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소액주주들과 마찰을 빚고 있는 기업 중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9월 16일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배터리, 석유화학 사업 물적분할 안건을 승인했다. 주가는 임시주총 당일 약세로 전환하면서 4.44% 급락했고 이후 지난해 연말까지 뚜렷한 변동없이 약세를 이어갔다.

배터리 사업부를 분리해 LG에너지솔루션을 만든 LG화학의 주가 하락세는 더 가파르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5일 LG화학의 종가는 66만4000원으로 전일 대비 3.11% 높아졌으나, 지난해 첫 거래일인 1월 4일 마감가(88만9000원)와 비교하면 25.3% 내려 앉았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은 이달 말 코스피에 상장할 예정으로 투자자들은 LG화학의 투자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지난해 11월 19일 물적분할을 통해 신설법인을 설립하겠다고 공시한 CJ ENM의 주가도 하락세다. 공시 당일 18만400원으로 마감했던 주가는 5일 14만원까지 22.4% 떨어졌다. 이외 포스코, NHN 등 물적분할을 발표한 다른 기업들의 주가도 최근 하락세를 겪으면서 논란은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국내에서 물적분할이 문제되는 이유는 목적이 오로지 IPO를 통한 신규 사업 자금조달에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과정에서는 구주매출보다는 신주모집 형태로 IPO가 이뤄지기 때문에 정작 모회사에 투자한 주주의 몫으로 떨어지는 것은 크지 않다"면서 "또한 자회사 상장 이후에는 더블 카운팅 이슈에 직면하게 되면서 모회사 주가가 약세를 보이게 된다"고 지적했다.

물적분할에 대해 기업들도 할 말은 있다. 무엇보다 효율적인 기업 지배가 이뤄질 수 있고, 알짜배기 사업부로 만든 자회사의 가치가 올라갈 경우 모회사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게 초점이다.

그러나 소액주주들은 물적분할이 지배주주의 지배권만을 강하게 만들고 주주의 권리는 외면하는 행위라며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또한 이들은 지주사 디스카운트 문제 외에도 모회사가 자회사의 100% 지분을 소유하기 때문에 주주 간 정보의 불균형이 심화되고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 등 여러 부당 행위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를 비롯한 소액주주 연합은 지난달 기자회견을 열고 물적분할에 대한 정치권·금융당국의 대응을 촉구한 바 있다. 한투연은 6일에도 한국거래소에서 '상장사 물적분할 반대 규탄 집회'를 열 예정이다.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기업이 물적분할을 거치고 신설된 법인의 기업가치가 오르게 되면 통상적으로 지배주주는 기업에 대한 권한이 더욱 강화되지만 일반주주는 그렇지 않다"며 "게다가 모회사의 주가가 떨어지면 일반주주는 물적 피해까지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