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키우는 외식·배달비 공표제…“실효성 없는 책임 돌리기”
[데일리한국 홍정표 기자] 정부가 소비자 물가를 안정시키겠다며 지난달부터 발표하기 시작한 ‘주요 외식 프랜차이즈 가격 동향’ 및 ‘배달비 시범조사’에 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전반적인 물가 및 인건비 상승에 따른 책임을 업체에 전가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3일 외식 및 프랜차이즈 업계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 및 ‘The(더)외식’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해 매주 수요일 외식물가를 조사해 발표한다.
외식물가 공표제는 죽, 김밥, 햄버거, 치킨, 떡볶이, 피자, 커피, 짜장면, 삼겹살, 돼지갈비, 갈비탕, 설렁탕 등 12개 품목을 판매하는 프랜차이즈 음식점 가운데 상위 업체의 주요 메뉴 가격을 공개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각 품목에서 경쟁업체들의 외식 가격과 전주 대비 등락률을 소비자들이 한 곳에서 비교할 수 있게 되면, 업체 간 가격 경쟁을 유도해 가격 인상을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외식·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정부가 물가 상승의 책임을 업체들에 전가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한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가격 방어를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라 피할 수 없어 가격 인상에 나섰다”며 “외식 가격 공표제는 프랜차이즈를 물가 인상의 주범이라고 보도록 유도하는 것 같다”고 불만을 표했다.
실효성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많은 업체들이 가격 인상을 단행한 상황에서 이제 와서 매주 가격을 조사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가격 조사 방식도 문제로 제기됐다. 이미 인상했음에도 2주 연속 가격을 인상한 것처럼 표기돼 수치가 왜곡돼 보인다는 것이다.
실제 본죽은 지난달 3째주 수요일인 16일 ‘쇠고기버섯죽’의 가격을 9000원에서 9500원으로 인상했다. 하지만 2월 3주차 외식 가격에 해당 메뉴는 9357원으로 표기됐다. 월요일과 화요일은 9000원으로 계산하고,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는 9500원으로 계산해 (9000*2+9500*5)/7로 9357.14원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2월 4주차 외식 가격에서는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모두 9500원으로 계산돼 4주차에 추가적인 인상이 있던 것처럼 표기됐다. 이에 따라 본죽은 2월 3주차와 4주차 2주 연속으로 가격을 올린 것처럼 표기됐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2월 4주차에 실제로 가격을 인상한 브랜드는 멕시카나와 파스쿠찌 2개 브랜드뿐이었지만 5개 브랜드가 4주차에 가격을 인상한 것처럼 왜곡됐다.
품목 선정에서도 의문을 표했다. 외식업계 한 관계자는 “삼겹살, 갈비, 자장면 등은 특정 프랜차이즈가 강세를 보이는 품목이 아닌데도 프랜차이즈라는 이유로 선정됐다는 게 납득이 안된다”고 말했다.
소비자단체협의회에서 발표하기 시작한 배달비 공표제 역시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달 25일 첫 발표한 보도자료에 잘못된 정보를 올리고, 이에 대한 설명 없이 내용을 수정하면서 업체만 고스란히 피해를 입었다.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단건배달 서비스인 배민1의 배달비에 현재 프로모션을 진행해 3km 이내 주문에서는 배달비 총액이 5000원을 초과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소단협은 보도자료에서 “중랑구에서 2~3km 반경 내에서 분식을 주문하면 배민1의 배달비는 7500원, 요기요는 2000원”이라고 게시한 후 해당 사실이 알려지자 뒤늦게 자료를 수정했다.
업체들은 오정보 기입 외에도 성격이 다른 배달 서비스들을 단순 비교한 것은 오류라고 지적한다.
배달서비스는 배달플랫폼에서 라이더를 직고용해 서비스하는 ‘배민1’, ‘요기요 익스프레스’, ‘쿠팡이츠’와 단순 음식점과 배달대행 업체를 중개하는 ‘배달의민족’, ‘요기요’로 분류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전자의 경우 단건 배달, 경로 최적화 등을 통해 빠른 배달을 제공하는 대신 배달료가 높다.
배달앱 업계 관계자는 “단건배달과 묶음배달을 섞어 비교 공시를 한다는 게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배달시장 규모는 지난 4년 동안 10배 이상 커졌지만, 라이더 증가는 2배도 되지 않았다”며 “정부는 배달비를 잡겠다는 취지에서 이번 공표제를 실행한 것 같지만 이는 단순 업체간 가격 경쟁으로만 해결하기 힘든 문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