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배달 매출 성장했지만 배달비 부담 심각
외식·프랜차이즈업계, "외식물가 상승 원인은 배달비"
배달플랫폼, 배달라이더비 부담에 2019년부터 적자
[데일리한국 홍정표 기자] 지난 5년간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배달 음식 시장의 규모는 10배 이상 커졌지만 누구도 웃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외식업계는 배달 플랫폼 수수료 및 배달료 상승을 가격 인상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한편, 배달플랫폼 업계 역시 몇 년째 영업적자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외식업계, 배달 늘어도 떨어지는 건 땡전 한 푼
8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2021 기준 외식업 경영실태 주요 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외식업체의 배달앱 이용 비중은 2017년 6.2%에서 2019년 11.2%로 5% 상승했다. 코로나19 이후에는 그 성장 속도가 빨라져 지난해는 29.5%까지 올랐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매장 내 매출이 급감하자 배달에서 활로를 찾은 것이다. 이에 따라 배달 음식 시장은 코로나19 이전보다 급성장했다. 지난해 배달 음식 시장은 25조원 규모로 2017년 2조원 가량에 비해 10배 이상 늘었다.
배달 음식 시장은 커졌지만 외식업계는 모두 쓴웃음만 짓는다. 업계는 지나치게 오른 배달비를 탓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가격 인상을 하고 있는 외식 프랜차이즈의 경우, 가격 인상의 주요 원인을 배달 플랫폼으로 지목했다. 전세계적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원·부자재 상승도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배달비 부담으로 인한 가맹점의 마진 감소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한 외식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배달비 상승에 가맹점의 마진율이 너무 좋지 않아 점주분의 부담을 덜고자 가격을 인상했지만 올 들어 2월, 3월에 배달 업체들이 연달아 요금 체계를 개편하면서 부담이 그대로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배달의민족은 지난달 22일부터 자사의 단건배달 서비스인 배민1의 중개 이용료·배달비 할인 프로모션을 종료하고 새로운 요금제를 도입했다. 지난 2월 경쟁사인 쿠팡이츠가 요금제를 개편한 후 한달 만이다.
배민은 가게 상황에 따라 기본형·배달비 절약형·통합형의 세가지 요금제를 두고 자영업자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기본형의 경우 중개 이용료 6.8%에 배달비 6000원을 부과하는 구조다. 배민측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사장님 부담을 덜어드리기 위해 배민1 가입 당시 계약한 중개 이용료 12%를 업계 최저 수준인 6.8%로 인하해 새로운 요금제를 선보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자영업자들은 사실상의 배달비 인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배민이 지난해 6월 배민1 서비스를 론칭한 이후 줄곧 중개이용료 1000원, 배달비 5000원의 할인 프로모션을 적용해 왔기 때문이다.
자영업자들은 이전 대비 최소 1500원 이상 플랫폼 비용이 늘었다고 하소연한다. 네이버의 자영업자 커뮤니티에서는 배민 정산 내역 영수증을 올리며 매출액의 30% 가까이가 중개 이용료와 배달비로 나간다며 분통을 터뜨리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배민1을 비롯해 쿠팡이츠 등 배달 플랫폼에 대한 보이콧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외식업계에서는 후발주자인 쿠팡이츠의 진입과 단건배달 경쟁이 이러한 상황을 불러왔다고 분석했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2019년 쿠팡이츠가 배달 플랫폼 사업을 시작하면서 단건배달이란 개념이 생겼고, 지난해 배민이 배민1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라이더 비용 경쟁이 심화됐다”고 말했다.
◇배달 플랫폼 “우리도 배달라이더비 보탠다” 항변
배달플랫폼 업계도 억울하긴 마찬가지다. 늘어나는 배달 시간에 소비자들의 불만이 늘자, 단건배달 서비스가 시작됐다. 단건배달은 여러 건을 한 번에 배달할 수 있는 묶음 배달에 비해 수익성이 낮다보니 라이더에게 높은 배달료를 책정할 수 밖에 없다.
배달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단건 배달은 서비스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라이더에게 높은 배달비가 책정될 수 밖에 없다”며 “라이더 비용은 전부 매장 점주와 소비자가 지불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배달플랫폼)도 일정 부분을 보태서 지급하다 보니 주문이 들어올 때 마다 적자가 누적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는 실적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쿠팡이츠가 시장에 진입한 2019년 이후 줄곧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2019년 36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 한 이후, 2020년과 지난해 각각 112억, 757억의 영업손실을 냈다.
특히 우아한형제들 자회사로 배민1과 배민커넥트(배달 아르바이트) 서비스를 운영하는 우아한청년들은 지난해 순손실 11억원을 기록해, 전년(약 68억원 순이익) 대비 적자 전환됐다.
이는 라이더 관련 비용 부담이 늘어난 탓이다. 지난해 라이더 인건비인 외주용역비는 약 7864억원으로 전년 3294억 대비 139% 가량 증가했다.
쿠팡이츠는 쿠팡의 실적 안에 포함돼 실적을 별도로 공개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쿠팡이 지난해 약 1조8600억원의 역대 최대 영업손실을 본 것에 상당 부분이 라이더 관련 비용인 것으로 회사측은 설명했다.
외식 자영업자 및 프랜차이즈 업계는 배달비 인상의 탓을 배달플랫폼 업계의 갑질로 돌리고 있다. 반면 배달플랫폼 업계는 치솟는 라이더 비용은 본인들의 불가 영역으로 이미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며 무한 핑퐁게임을 벌이는 중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현재 사회적으로 배달비가 지나치게 높게 책정됐다는 여론이 지배적인 만큼, 배달비를 수취하는 플랫폼·라이더의 자체적인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정착시키려했던 공공 플랫폼은 사실상 자유 시장 경제에서 민간 플랫폼과 경쟁하는데 실패했다”며 “플랫폼 유지에 세금을 낭비하는 대신 공정거래·물가 관리의 차원에서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