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해외계열사 637곳 ‘글로벌 덩치’ 키웠다...537곳 삼성 제치고 톱
한국CXO연구소 조사결과...금융허브로 홍콩보다 싱가포르 선호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민병무 기자] 한화가 ‘글로벌 덩치’를 키웠다. 한화가 국내 76개 그룹 중 해외계열사 숫자에서 붙박이 1위 삼성을 제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공정거래위원회 공시 자료에 따르면 한화가 세운 해외법인 숫자는 637곳으로 삼성이 보유한 외국법인 수 575곳보다 62곳 이상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한화가 태양광 등 에너지관련 해외 사업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선 영향이 컸다.
또 국내 주요 그룹은 해외 사업 전초기지로 중국에 대한 인기는 다소 시들한 반면 미국 선호도는 강세를 보인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 이후 국내 기업은 아시아 금융허브 도시로 홍콩보다는 싱가포르에 대한 선호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2022년 국내 76개 그룹 해외 계열사 현황 분석’ 결과를 14일 발표했다. 조사 대상은 공정위가 올해 자산 5조 원 이상으로 지정한 76개 그룹이다. 해외 계열사는 각 그룹이 공정위에 보고한 자료를 참고했다.
조사 결과에 의하면 국내 76개 그룹이 높은 지분을 통해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해외계열사는 123개국에 걸쳐 5287곳으로 집계됐다. 조사 대상 그룹 중에서는 한화가 637곳으로 최다를 차지했다. 이는 작년에 조사된 447곳보다 190곳 많아진 숫자다. 해외법인 수는 통상 삼성이 가장 많았는데, 올해 처음 한화 그룹이 가장 많아 주목을 끌었다. 여기에는 한화가 태양광 등 에너지관련 해외 사업 공략에 적극적인 것인 영향이 컸다.
한화 다음으로 해외법인이 많은 삼성은 575곳이었다. 지난해 파악된 594곳보다는 오히려 19개 해외계열사가 줄었다. 이어 SK(541곳), 현대차(395곳), CJ(392곳), LG(365곳), 롯데(206곳), GS(158곳), 포스코(139곳), 네이버(104곳) 순으로 올해 파악된 외국법인 숫자가 100곳을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중 최근 1년 새 SK 그룹은 174곳이나 해외계열사를 더 많이 세웠다. 이외 GS(22곳↑), CJ(19곳↑), 현대차(16곳↑), LG(5곳↑), 포스코(3곳↑) 그룹도 작년 대비 올해 조사에서 해외법인 숫자가 늘었다. 이와 달리 같은 기간 롯데는 14곳 문을 닫았고, 네이버도 2곳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법인을 국가별로 살펴보면 올해 기준 미국에만 1169곳으로 최다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조사된 885곳보다 284곳 늘어난 수치다. 전체 해외계열사 중 미국법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18.8%에서 올해는 22.1%로 1년 새 3.3%포인트 높아졌다. 그만큼 국내 대기업은 미국 시장을 중요한 사업 무대로 여기고 있다는 방증이다.
올해 조사에서 미국에 법인을 가장 많이 두고 있는 그룹 역시 한화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화가 작년에 미국에서 운영 중인 계열사는 154곳이었는데, 올해는 198곳으로 1년 새 44곳이나 계열사를 더 많이 설립했다. 한화 다음으로는 SK가 179곳으로 두 번째로 많았다. 작년 78곳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SK는 미국 지역에서만 1년 새 배 이상 법인 문을 더 많이 열었다. SK도 미국 시장에 대한 관심이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미국 다음으로 중국에는 840곳(15.9%)이나 되는 해외법인이 현재 운영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작년에 조사된 874곳과 비교하면 1년 새 34곳이나 법인이 철수했다. 특히 지난해는 홍콩을 포함한 중국 법인 숫자는 1037곳으로 미국에 둔 계열사 숫자보다 152곳이나 더 앞섰다. 그러던 것이 올해는 거꾸로 미국 법인이 중국(홍콩 포함)보다 175곳이나 더 많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홍콩에 세운 법인 숫자도 작년 163곳에서 올해 154곳으로 한해 사이 9곳 문을 닫았다. 2020년 5월 당시 홍콩 법인이 170곳이던 것과 비교하면 홍콩 국가보안법이 시행되면서 최근 2년 새 홍콩에서 철수하는 곳이 늘어나는 추세다.
홍콩과 달리 싱가포르에는 국내 주요 그룹이 세운 법인이 점점 증가해 다른 양상으로 움직였다. 싱가포르에만 작년 167곳에서 올해 186곳으로 국내 그룹의 해외법인 선호지로 인기를 끌었다. 이를 다른 각도에서 해석하면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아시아 금융허브 도시로 홍콩보다는 싱가포르 선호도 패턴이 강해지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 번째로 외국에 법인을 많이 세운 나라는 베트남(268곳)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1년 새 베트남에 세운 국내 그룹의 해외 계열사 수는 30곳이나 회사 간판을 더 달았다. 그만큼 우리나라 기업들이 베트남을 생산거점 국가는 물론 동남아시아 시장을 공략하는 중요한 사업 전락 요충지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이어 일본(208곳), 싱가포르(186곳), 프랑스(181곳), 인도네시아(166곳), 인도(142곳), 영국(128곳) 순으로 올해 해외법인 수가 다수를 차지했다. 이중 프랑스는 작년 조사에서는 40곳에 불과했는데 1년 새 4배 넘게 껑충 뛰어 주목을 받았다. 프랑스에 해외법인 숫자가 급증한 배경에는 한화 그룹 영향이 컸다. 프랑스에 세운 180곳 정도 되는 해외계열사 수 중 한화 그룹에서 세운 회사만 130곳이 넘었다.
군부 쿠데타 폭력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미얀마에는 올해 파악된 외국법인은 23곳으로 작년 24곳보다 1곳 감소했다. 최근 전쟁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에는 작년과 올해 모두 12개 법인을 둔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그룹별로 보면 양상은 다소 달랐다. 삼성은 작년 조사에서 우크라이나 법인이 2곳이었는데, 올해는 4곳으로 2곳 더 늘었다. 반면 LG는 3곳에서 2곳, GS는 2곳에서 1곳으로 각각 감소했다. 러시아에 둔 법인은 작년 65곳에서 올해 63곳으로 2곳 줄었다. 현재 러시아에서 경영을 하고 있는 63개 법인 중 현대차 그룹 계열사가 18곳으로 가장 많았다.
올해 조사에서 버진아일랜드, 파나마, 마샬아일랜드 등 OECD와 국제통화기금(IMF) 등에서 조세피난처로 거론한 지역에 세운 국내 그룹의 해외법인 수는 106곳으로 작년 121곳보다는 10곳 넘게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싱가포르를 비롯해 말레이시아 등 조세회피성 국가 등으로 분류되는 곳에는 올해 645곳으로 작년 610곳 보다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대기업이 해외에 세운 회사 5300여 곳 중 750곳(14.2%) 정도는 조세부담을 회피하거나 줄이기에 좋은 국가에 운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CXO연구소 오일선 소장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으로 유가 등 에너지와 곡물 가격 등이 폭등하며 계 경제에도 큰 혼란에 빠트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며 “특히 러시아에서 최근 맥도날드 등 글로벌 기업들이 철수하고 있는데다 상당한 경영 손실을 보고 있어 현대차 등 국내 그룹이 진출시킨 러시아 법인들의 거취를 놓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