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진에어 지분인수...증권가 '과도한 프리미엄 부여로 목적성 퇴색'
통합저가비용항공사 구축 의지 해석도 아직 '시기상조'
[데일리한국 이기정 기자] 대한항공이 한진칼이 보유 중인 진에어의 지분을 전량 취득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 증권가에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수직계열화를 통한 시너지가 기대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주가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 또한 공존한다.
지난 13일 대한항공은 한진칼이 보유중인 진에어 지분 54.91%(2866만5046주)를 전량 취득한다고 공시했다. 총 취득금액은 6048억원이며 취득 예정일은 오는 15일이다.
인수 가격은 주당 2만1100원이다. 진에어의 13일 종가가 1만6550원, 한달평균주가가 1만7576원과 비교하면 상당히 할증된 가격이다. 이에 따라 진에어는 한진칼 분할할에 따른 이관 후 9년만에 대한항공 자회사로 편입된다.
한진칼은 공시에 따르면 블록딜 목적은 △재무구조개선 △FSC(대형항공사)·LCC(저가비용항공사) 수직 계열화를 통한 시너지 창출이다.
증권가에서는 대한항공이 이번 블록딜을 통해 LCC 통합에 대한 의지를 표명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모멘텀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한진칼 입장에서는 실탄을 확보하고, 지배구조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는데 동의하는 분위기다.
배기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한진칼은 진에어 매각 대금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획득할 수 있다"며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결합을 위한 계획과 부합해 기업결합 진행상황에 대한 시장의 궁금증을 해소해주는 시그널로 인식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그는 "진에어 입장에서도 우월한 현금창출능력을 가진 대한항공으로부터 지원이 가능하다"며 "여객시장이 정상화될 때까지 시장의 우려를 완화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블록딜 과정에서 시가 대비 과한 프리미엄으로 진에어 지분을 양수한 점, 항공 산업 통합 과정에서 대한항공이 자금 지원을 담당해야 한다는 점 등은 아쉽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수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한항공이 진에어 주식을 시가 대비 27.5%의 프리미엄을 부여해 단기적으로 대한항공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며 "이는 주주가치 제고 측면에서 아쉬운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목적성이 한진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과도한 프리미엄 부여로 퇴색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이번 블록딜이 단순하게 진에어의 자본확충을 위한 결정이라는 의견도 있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진에어에 자본확충이 필요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최우선 주체가 대한항공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며 "FSC 결합 후 통합저가비용항공사를 구성하기 위한 선제적인 작업으로 해석하는 것은 시기상조다"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