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이기정 기자] 올 상반기 국내를 포함한 글로벌 주식 시장이 최악의 시기는 보낸데 이어, 하반기에도 녹록하지 않은 시장 환경이 조성될 전망이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상반기 약 22%의 하락률을 나타냈다. 1월 3일 2977.65에 개장한 코스피는 지난달 30일 기준 2332.64까지 떨어졌다. 코스닥을 포함한 시가총액은 489조원이 증발했다.
대장주들도 암울한 시간을 보냈다. 올초 7만8300원으로 시작한 삼성전자의 주가는 6월 30일 5만7000원까지 떨어져 27%의 하락세를 기록했고, 같은 기간 SK하이닉스(13만1000원→9만1000원, -31%), 삼성바이오로직스(89만2432원→79만원, -11%) 등 시가총액 상위종목 대다수가 크게 부진했다.
이 기간 글로벌 증시도 무섭게 빠졌다. 미국 뉴욕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가 21% 급락했고, 범유럽 지수인 유로스톡스도 17% 하락했다.
상반기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코로나19 재확산 등 예상치 못했던 악재들이 시장을 덮쳤다. 또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 속 금리가 폭등했고, 환율까지 1300원까지 급등하며 시장을 마비시켰다.
이에 외국인을 중심으로 '팔자' 행렬을 이어가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개미들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순매수하며 지수를 방어했다.
여러 악재가 겹치며 증권사들은 코스피 전망을 줄줄이 낮추고 있다. 연초 2700선까지는 오를 수 있다던 긍정적인 전망은 사라지고, 최근 2200선을 하단으로 보는 증권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일각에서는 2000선도 위협받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자산시장은 중앙은행의 인플레이션 파이터 행보 속에 초토화됐다"며 "주식과 채권은 물론, 인플레 헷지 성격을 띄는 실물자산도 성과가 좋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하반기에도 반등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먼저 미국 정부의 고강도 긴축 정책으로 물가는 안정세를 보이는 모습이지만, 경기 침체 우려가 시장의 공포감을 키우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현재 주식 투매 현상의 원인이 경기침체 리스크가 아닌,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상 영향이라고 분석하며 향후 경기 순환주를 중심으로 추가적인 타격이 우려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또 미국이 물가를 잡고, 금리를 다시 내린다하더라도 4분기 말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지난 2018년 경제위기 사례를 보면 미국이 긴축을 중단해도 증시 반등까지는 추가적인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의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 속에서 성장성을 갖추거나, 방어적인 섹터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매도보다는 주가가 빠질 때마다 매수를 하는 것이 기대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고 제시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불확실성을 막을 수 있는 방어적인 섹터를 찾기는 어렵지만, 지난달 조선은 코스피가 13% 하락하는 동안, 6.5% 상승했다"고 말했다.
이어 "유틸리티(-3.7%)와 필수소비(-4.5%), 보험(5.5%), 상사자본재(-5.7%), 통신(-7%) 등도 상대적으로 낙폭이 크지 않았다"며 "이 중 필수소비재와 통신서비스는 가격이 비싸지 않고, 보험과 철강, 은행, 등의 PER(주가수익배수)도 상당히 낮다"고 덧붙였다.
또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 시점에서 안정성을 의미하는 부채 비율과 성장성과 연관된 CAPEX(설비투자를 위한 지출) 증가율이 의미있는 수치로 해석되는 업종은 화학, 음식료, 바이오, IT하드웨어(소부장) 등이다"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음식료, 바이오 등 경기 변동에 덜 민감한 종목은 하반기 상황이 악화되더라도 안정적 흐름을 나타낼 수 있다"며 "또 2차전지 등은 최근 주가가 크게 하락했지만, 투자와 신규 주문이 이어지고 있어 회복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