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하루 반대매매 규모 260억3천만원…담보부족 계좌 4.6배로
[데일리한국 이윤희 기자] 코스피 지수가 2440대까지 내려가는 등 국내 증시가 취청이는 가운데, 돈을 빌려 주식을 사고 이를 갚지 못해 강제 처분되는 반대매매 규모가 넉 달 만에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1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 규모는 260억3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월 15일(270억3000만원)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
미수거래는 개인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고 사흘 후 대금을 갚는 초단기 외상이다. 반대매매는 투자자가 외상으로 산 주식(미수거래)의 결제 대금을 납입하지 못하면 증권사가 주식을 강제로 팔아 채권을 회수하는 것이다.
미수거래 투자자들은 자신이 보유한 투자 원금 이상의 주식 거래를 하므로 주가가 하락하는 경우 일반 거래보다 더 큰 손실을 보게 된다. 자칫 주식을 다 팔아도 빌린 돈을 다 갚지 못하는 소위 '깡통 계좌'로 전락할 수도 있다. 반대매매 후에도 남아 있는 미수 금액에 대해서는 연체 이자를 내야 한다.
이달 들어 지난 13일까지 하루 평균 127억∼174억원대였던 반대매매 규모는 14일 이전의 2배로 급증했다. 지난달의 경우 평균 반대매매 금액은 119억6000만원 수준이었다.
월요일인 지난 13일 코스피가 3.52%, 코스닥지수가 4.72% 급락하며 반대매매 물량이 쏟아졌다. 코스피는 이날 종가 기준 2020년 11월 13일(2493.97) 이후 1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41년 만의 최고치인 8.6%(전년 동월 대비)를 기록하자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 우려가 커지면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영향이다.
반대매매가 많아지면 주식 시장에 매물이 쏟아지면서 증시 자체의 하락 압력도 커진다. 반대매매를 우려하는 투자자들이 주가 급락 시 이른바 '패닉 셀링'(공황 매도)을 하면서 낙폭을 키울 수도 있다.
코스피 급락에 반대매매 위기에 놓인 담보부족계좌 수도 급증했다. 담보 부족에 직면한 개인투자자들은 기한 내에 돈을 더 채워 넣으면 담보 부족을 면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반대매매에 시달리게 된다.
지난 14일 기준 국내 7개 주요 증권사(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삼성증권, 대신증권, 메리츠증권, 하나금융투자)의 담보부족계좌 수는 1만3124개에 이른다. 지난달 초 2860개와 비교하면 한 달 반 만에 4.6배로 불어났다.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는 신용 융자 잔고도 줄지 않고 있다. 14일 기준 신용융자 잔고는 21조6085억원이었다.
올해 초 23조원을 웃돌았던 것과 비교하면 점차 내림세를 보이고 있으나, 2020년 중반까지 10조원 수준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두 배로 늘어난 상태를 지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