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폐해 막기 위해 기관·외국인 허들 높여야" 주장
금융당국 '필요시 조치'...정치권도 공매도 강화 목소리
2022-07-25 이기정 기자
[데일리한국 이기정 기자] 공매도를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되는 모습이다. 개인투자자들은 정부가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을때까지 집회를 이어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5월 3일 공매도 재개 후 코스피 200에서 공매도 비중은 0.28에서 이달 20일 0.87까지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3197.2에서 2368.85까지 급락했다.
공매도란 주식을 빌려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을 먼저 매도하는 거래를 의미한다. 주문을 넣은 종목의 주가가 하락하면, 저렴한 가격에 종목을 다시 매수해 차익을 남기는 구조다.
기본적으로 매도를 전제로 한 투자방법이기 때문에, 공매도가 증시 하락과 무관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실제 각국에서는 금융위기 등 증시가 급격하게 감소하는 시기에 공매도를 금지하는 방법을 선택하곤 한다.
다만, 공매도가 증시 하락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공매도와 증시가 반대 양상을 보이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20년 코로나19 초창기 금융당국이 공매도 금지에 나섰지만 증시는 오히려 3거래일 간 더 빠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최근 공매도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는 이유는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국내 주식시장이 약세장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개인투자자들은 약세장에서 공매도가 증시 하락을 부추긴다며 공매도를 다시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개인투자자 A씨는 "하락장에서 주가가 떨어질 수는 있지만, 공매도 현황을 보면 의심을 안할수가 없다"며 "시장 상황이 안좋은 상황에서 공매도까지 겹치니 주가가 떨어지지 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지적한다. 국내 공매도 담보비율을 살펴보면, 개인은 140%이지만, 기관과 외국인은 105%에 불과하다. 또 상환기간 또한 개인은 90일로 한정돼있지만, 외국인과 기관은 무제한이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에서는 지난해 제도를 개선해 개인투자자도 주식 대여 물량 소진 등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사실상 기관·외국인과 마찬가지로 무제한으로 상환 연장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또 담보비율도 낮추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개인투자자들은 개인투자자들의 규제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기관과 외국인의 공매도 허들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보력이나 자금력 등을 고려하면 개인들의 기준을 낮춘다고 기관·외국인과 경쟁이 가능한게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 미국과 일본은 기관, 외국인, 개인의 담보비율을 각각 150%로 130%로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대표는 "공매도 폐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상환 기간을 일정한 날짜로 고정하고, 일정시간 재 공매도를 못하게 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공매도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둘러싼 논란이 많은데, 이는 금융위원회에서 최근 10년간 공매도 수익률을 조사해보면 결과를 알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가운데, 금융당국이 기대보다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면서 개미들의 원성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초 개인투자자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부터 개미투자자를 살리겠다고 공약한 것에 대해 큰 기대감을 갖고 있었다.
다만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국정과제와 지난달 새 경제정책방향 등에서 공매도에 관한 내용이 실종되면서 답답한 마음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국가 정책은 큰 틀을 정하는 것이고, 공매도 등과 관련해서는 금융당국에서 결정해야할 일이다"라고 말했다.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은 시장 안정 조치를 위해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공감하지만, 공매도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11일 "한국뿐만 아니라 외국도 필요하면 시장이 급변하면 공매도를 금지한다"며 "시장 상황을 봐서 필요하면 공매도를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복현 금감원장도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어떤 수단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언급했다.
이를 두고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 규제와 관련한 구체적인 대책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두 위원장이 금융시장 안정화를 위해 답변을 내놓는 과정에서 원론적인 관점에서 공매도를 언급한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정 대표는 "현정부에서 개인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관련 부처를 신설하는 등 구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며 "증시가 하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도 정부가 구체적인 조치 발표를 지속적으로 미룬다면,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집회를 이어갈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정치권에서도 공매도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무차입 공매도 혐의로 벌써 51건이 적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연간 적발 건수 63건과 유사한 수치다. 지난 2014년부터는 총 400건이 넘는 불법 공매도가 적발됐다.
김 의원은 "공매도 제도 개선 이후에도 기울어진 운동장이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외국인 및 기관과 개인에 각기 달리 적용하는 공매도 상환기간과 담보 비율을 재검토하고,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제재 강화 등 제도의 전면적인 손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25일 한국거래소를 방문해 "정부가 아직 공매도를 검토만 하는 것이 매우 아쉽다"며 "한시적 공매도 금지는 즉각적으로 시행해야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