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피 꼴보기 싫다' 개미들 채권 시장으로 이사갔다
하루평균 증시 거래대금 반토막 증권사 채권 상품 연이어 '대박'
[데일리한국 이기정 기자] "주식으로 이득을 봤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언제인지 가물가물하다. 물타기도 이제 의미가 없는 것 같고, 약세장에 공매도까지 생각하면 스트레스만 쌓인다."
개인투자자들이 주식 시장을 떠나 안전자산으로 대이동하고 있다. 답답한 주식 시장에서 속앓이를 하느니, 안정적인 이자 수익을 받는것이 낫다는 판단이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7일까지 개인투자자들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코스피, 코스닥, 코넥스 합계)은 11조95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1월 일평균 거래대금 21조25억원과 비교해 약 43.1% 줄었고, 전년 동월 29조3720억원 대비해서는 약 59.3% 떨어졌다.
또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6일 투자자예탁금은 54조8367억원으로 집계됐다. 투자자예탁금은 올 1월 3일 71조7328억원 대비 약 23.6%, 전년 동월 말 67조2561억원 대비 약 18.5% 감소했다.
투자자예탁금은 투자자가 거래를 위해 증권사에 맡겨둔 자금이다. 통상 주식투자의 열기를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한다.
개인투자자들의 주식 시장 이탈은 경기 침체 우려 등 때문에 시장의 매력이 떨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내 주식시장이 박스권에 진입해 약세장을 이어가고 있고, 이에 더해 공매도 이슈 등이 부각되며 개인투자자들의 피로도가 쌓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좁은 박스권에서 등락을 반복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익 성장세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시장 할인율로 적용될 수 있는 금리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분석했다.
반면, 개미들의 채권 사랑은 더 커지고 있다. 금투협에 따르면 이달 들어 개인투자자들은 장외채권시장에서 2조7364억원을 매수했다. 이는 전년 동월 대비 약 2배 가량 증가한 수치다.
개인투자자들이 채권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는 변동성이 높은 상황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와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등 영향으로 채권 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채권 가격이 하락한 점이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
증권사들도 이에 발맞춰 개인투자자들이 보다 손 쉽게 채권을 다룰 수 있도록 서비스를 개편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을 개편해 개인투자자의 채권투자 장벽을 낮추고 있으며, 소액 채권투자 등도 선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삼성증권이 지난 15일 판매한 특판 채권 3종은 27분만에 매진됐다. 이 상품은 연 4%에 달하는 선순위 채권으로, 1000원부터 투자가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또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이달 15일까지 한국투자증권이 판매한 채권 판매액은 16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한국투자증권이 전년도 판매한 채권 판매액 총액이 22조원을 고려하면 성장세가 매우 가파르다.
사재훈 삼성증권 채널영업부문장 부사장은 "예상보다 빠른 시간에 마감된 것을 넘어 추가 물량을 요구하는 상황에 고금리 시대의 투자 치트키로 떠오른 채권 투자 열기를 실감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