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2.25~2.50%로 인상…파월 “9월에도 큰 폭 인상 가능성”
한국서 외국인 자금 유출 우려...‘한국 8월 빅스텝 밟을까’ 관심
[데일리한국 정우교 기자] 미국이 두 달 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75% 포인트 올리는 것)을 단행했다. 40여년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에 허덕이자 ‘발등의 불’ 물가를 잡기 위해 다시 금리를 0.75% 포인트(p) 인상했다. 이에 따라 미국(2.25~2.50%)과 한국(2.25%)의 기준 금리가 역전, 국내 경제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27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뒤 성명을 내고 기준금리를 0.75%p 인상한다고 밝혔다.
미국 기준금리는 기존 1.50~1.75%에서 2.25~2.50% 수준으로 상승해 한국 기준금리(2.25%)보다 높아졌다.미국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진 것은 2020년 2월 이후 약 2년 반 만이다.
연준은 앞서 지난달에도 0.75%p 금리를 올리며 '자이언트 스텝'의 첫발을 떼었다. 연준이 0.75%p 금리 인상을 단행한 것은 1994년 이후 28년 만이었다. 뒤이어 연준은 이례적으로 이번 달에도 0.75%p 금리를 올렸다.
연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회복기에 접어든 미국에서 급격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자 이를 조기에 진화하기 위해 큰 폭으로 금리를 잇달아 인상하는 초강수를 두고 있다.
급격한 금리인상 이후 일부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경기침체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연준은 물가잡기에 우선 초점을 둔 강경 노선을 당분간 이어갈 방침을 재확인하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별도 기자회견에서 “물가 상승률이 너무 높다”며 “다음 위원회 회의에서도 큰 폭의 금리 인상이 적절할 수도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연준의 다음 FOMC 회의는 오는 9월에 예정돼 있다.
파월 의장은 경기침체 우려에 대해선 “경제가 현재 침체 국면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거듭 선을 그었다.
한편 한국보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높아지며 당장 한국 금융 시장에도 일부 영향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되면서 외국인 자금이 한국 주식·채권 시장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 금리가 더 낮은 한국에서 돈을 굴릴 유인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경제·금융 전문가들은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 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이 연내 해소되기 어려운데다, 한미 기준금리까지 역전돼 한국은행도 연말 2%대 후반에서 3%까지는 기준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3일 금통위 기자간담회에서 "물가상승세가 의도한대로 이어진다면 0.25%p씩 점진적 인상을 통해 상황을 지켜보려고 한다"라면서도 "만약 예상과 달리 우크라이나 사태 악화 등으로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되고 다른 방향으로 전세계 경기침체가 커져 고물가, 저성장이 계속된다면 대응 방향은 바뀔 수 있다"라고 했다.
다만 한미 기준금리 역전은 이미 예상했던 시나리오인 만큼, 한은이 당장 8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또 한 번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0%p 인상)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우세하다.